[리뷰] 가장 솔직한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욕망 - 가정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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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공간을 동경한다.
모든 잡념이 사라진 공간, 그 안에서 고요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곳을 벗어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 소개할 책 <가정교사들>의 고립된 공간이 참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곳의 가정교사들은 고립이라는 환경이 사무치게 답답했던 모양이다. 역시, 경험하지 않고 추측해서는 안 되는 걸까?
책 <가정교사들>에는 3명의 가정교사가 등장한다.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과거가 무엇인지 등은 알 수 없다. 그저 어느 날, 그들은 오스퇴르씨의 저택에 입장했다.
울타리로 막힌 정원을 나가면 보이는 것은 덤불뿐이다. 고립된 저택에서 그들은 어린 남자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들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아주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에 그들은 생기를 불어넣는 유일한 존재처럼 보인다. 집안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맞은편 집의 노인마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은근히 그 시선을 즐긴다. 자신들을 훔쳐보는 시선이 불편하기는커녕 즐거운 듯 보인다. 보란 듯이 자신들의 은밀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일부러, 대놓고, 당당히! 이런 그들의 모습을 글로 읽는 과정은 꽤나 그로테스크했다. 같은 여성임에도 이해할 수 없는 그들과 마주하며 나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 보았다.
감히 추측해 보자면, 여성의 욕망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여성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그 본연의 욕망을 어떠한 포장도 하지 않고 온전히 꺼내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읽는 이의 충격과는 별개로 분명, 문학계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시도이다.
이를 더욱 자극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길을 잃고 덤불을 헤매는 남성들을 겁탈하는 장면이다. 그들은 불도저처럼, 욕망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존재가 되어 무분별한 쾌락을 즐긴다. 마음껏 즐기고 미련 없이 떠난다. 하지만 흥미로운 지점은 그런 과정에서 때때로 사랑을 느끼곤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다소 아쉬웠는데, 결국은 여성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존재로 묶어버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는 설명에서 어쩐지 맥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예 사랑 따윈 느끼지 않는 캐릭터로 그렸다면, '욕망'이라는 주제를 더 잘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얇고 가벼운 두께에 내용 또한 가벼울 것이라 생각하지 말지어다. 책 <가정교사들>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무척이나 인상적인 책이었다. 책은 읽을수록, 처음에 그저 평화로워 보였던 저택이 음흉하고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동시에 '고립'이라는 환경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진정 고립은, 인간 개인에게 평화를 선사할 수 있을까?
오히려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만들어, 본능에 충실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고립이란 무엇일까? 고요일까? 야만일까?
[김규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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