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발레로 소통하다 - 국립발레단 해적 [공연]

글 입력 2023.09.0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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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이 선보이는 <해설이 있는 전막발레 해적>은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작품 <해적>에서 모티브를 얻어 발레 무용으로 각색한 공연이다.

 

9월 3일 공연은 메도라 역 김리회, 콘라드 역 허서명, 알리 역 양준영, 비르반토 역 변성완으로 국립발레단의 출중한 무용수들이 출연하였다.

 

배경은 플로리아나 섬으로 콘라드의 해적단은 마젠토스 왕의 선박을 망가뜨리고 배에 있던 보물들을 약탈해간다. 표면상으로는 콘라드의 해적단이 악이고, 마젠토스 왕이 선의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젠토스 왕이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포로로 잡고, 플로리아나 섬의 아름다운 여인 메도라와 친구들을 납치해간다는 점에서 선의 인물인지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마젠토스 왕은 부를 쫓는 인물로, 작중에서 재물에 눈이 멀어 부하들도 떠나고 결국에는 혼자 남게 된다. 비르반토는 해적단의 일원이었으나 돈에 눈이 멀어 마젠토스와 손을 잡고 콘라드를 배신한다.

 

한편, 해적단의 두목인 콘라드는 '해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에도 그를 지지하는 동료들의 신뢰에 힘입어 '정의'를 구현하면서도 사랑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전막발레 해적>은 해적이 정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선악구도를 허물고 있다. 정의와 부정의가 어떠한 고정관념에 의해서 절대적으로 정의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또한 부유하나 함께할 동료가 없는 마젠토스 왕과 신뢰를 바탕으로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콘라드가 대비됨과 동시에 감상자는 스스로 바람직한 삶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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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는 내내 화려한 음악과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발레리나의 가볍고 섬세한 움직임, 발레리노의 단단하고 강인한 점프가 한데 어울러 다채로운 공연을 만들었다.

 

이 공연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발레는 굉장히 세심하고 꽃잎이 흩날리듯 가벼운 인상만을 남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발레가 섬세하면서도 단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지 않지만 표정과 몸으로 소통하고 그 무겁고 짙은 전율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날아갈 듯 가벼운 몸짓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결코 흩날리지 않고 감상자에게 짙은 인상으로 남는다.

 

그렇게 발레리나-발레리노-감상자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박진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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