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초거대AI

글 입력 2023.09.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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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세상이 왔다. 취업을 위해서는 인생에 빈 틈이 없어야 하고, 빈 틈이 있다면 완벽하게 설명가능해야 한다.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서 달려온 사람을 추켜세우면서 먼 길을 돌아온 사람은 칭찬받아 마땅하나, 내달려온 사람만 못하다.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는가 하면, 단언컨대 완벽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세상의 기술들 때문일 것이다.

 

알 필요가 없을 법한 0.001초의 간격, 집에서 회사를 갈 수 있는 19가지의 경로. 나에게 필요한 최적의 효율을 위해서 우리는 갖은 기술을 동원한다. 지하철 옆옆칸에 곧 좌석이 빈다는 팝업알림,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불만족했다는 아직 방문하지 않은 여행지까지 우리는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토록 완벽한 세상에, 충분히 완벽한 AI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세상을 학습하고 성정하고 있다. 이제 완벽하지 않은 것을 나 뿐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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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다“, 이렇게도 만족감과 불쾌감을 동시에 가진 단어가 있을까? ‘완벽주의자‘는 그의 행동을 고칠 필요가 있고, ‘완벽한 사람’은 인간미를 갖출 필요가 있다. 성횡하는 연애프로그램에서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 맞는 한 쌍은 인기가 없다.

 

한 때, 각 제조사 별 스마트스피커끼리 비교하는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부상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건, 가장 실수를 많이 한 K사였다. 명령의 성공률은 낮지만, 너무 웃겨서 사고 싶다는 댓글에 약 1,000명의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AI를 만드는 데에 인력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을 알리게 된다면, 사람들의 두려움이 적어질까? 혹은 AI를 잘 이용하다가도 불안감이 생길까?

 

우선, 사람들이 발품팔아 지은 데이터센터가 없으면 우리에겐 알고리즘도 없다. GPT의 제작사인 Open AI가 MS와 손 잡은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운영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GPT는 계속해서 유료버전을 내놓고 있고, MS는 버티컬 비즈니스를 외연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 유지비용이 하루에 약 9억 2500만원에 달한다. 오죽하면 MS가 핵융합 기업과 계약을 했을까? 임대료가 연체되는 순간부터 GPT는 전원을 켤 수 조차 없다.

 

다음으로, Human In The Loop(HITL), 자동화된 시스템, 예를 들면 딥러닝과 같은 작업에서 사람이 개입해서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말한다. 수많은 연구에서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사람이 수작업을 해주는 것이 더 좋은 성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회사들이 AI를 만들어야 하는 개발자를 필요로 하고, 없어질거라던 빅데이터학과들이 아직까지도 신입생이 차고 넘친다.

 

게다가 1990년대에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Gary Kasparov)는 ‘딥블루‘라는 AI에게 챔피언 자리를 내주다가, 스스로 AI와 연합팀을 꾸려 AI를 결국 이겼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상대편 AI는 스스로 체스 말을 옮길 수 없으니,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이후 바둑, 퀴즈, 포커 등의 종목에서 AI는 내리 연합팀에 패배했다.

 

사람조차도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물며 사람이 만들어낸 기계에게는 아주 당연한 일이다.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AI가 우리 발 밑에 있다고 안심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생성형 AI는 사람이 입력한 최초의 검색어에 대한 의도를 파악하고, 다음 검색어를 예상하는 것을 넘어서, 왜 이 검색어가 필요했는지 추론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조차도 그 홀로,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외치고 싶다. 최근 국내 최초로 초거대 생성형AI를 발표한 네이버의 HyperCLOVA X부터, 문서 정리앱인 Notion AI 등 AI기업들은 모두 데모버전을 먼저 출시하고 있다. 휴리스틱 없이 정보를 흡수해버리는 AI가 제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람의 피드백이 필요하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붙어서) 개선해야 하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배의 타륜을 잡은 항해사와 같다. 아니면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정해진 산책로에서 벗어나 풀숲으로 들어가려는 사랑이의 목줄을 손끝으로 살짝 잡아당겨 다시 안전한 길로 돌아오도록 이끈다. 아이에게 달려드려는 사랑이의 목줄을 짧게 잡아쥐고 아이로부터 떨어져 걷는다.

 

세상은 멀리서 봤을 때 완벽해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이리저리 엉켜있다. 국경선이 직선인 수많은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 직선 도로가 도시를 가로지르는 맨해튼에 사람들이 엉겨붙어 삶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접속하는 챗GPT, 바드, 등의 채팅 페이지는 아주 깔끔하고, 모던해서 현대의 산물 그 자체로 보이지만, 이것이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야근으로 이루어진 산물이다.

 

내가 실수투성이의 삶을 살았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나의 행동들 사이에서 어여쁜 모습만 봤으면 싶은 것처럼, IT노동자들도 내 손을 팔아 만든 AI가 완벽해 보이길 바랄 뿐이다. 우리는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세상이 아니라, 실수를 잘 감추는 방법을 익힌 자들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60년을 살아도, 80년을 살아도, “저렇게 이상한 사람은 내 인생에 처음이야“는 말을 내뱉는 어른들을 보자. 내가 아무리 오래 산다 한들, 완벽한 세상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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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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