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떤 내일을 꿈꾸었는가 : 뮤지컬 '곤 투모로우' [공연]

우리가 원하는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글 입력 2023.08.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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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자신이 바라는 내일이 있기 마련이다.

 

내일의 내가 맞이하길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의 미래. 만약 눈앞의 오늘이 실망스럽다면 그와 다른 내일을 더욱 뚜렷하게 그리고, 열망하게 될 테다. 청과 일본의 권력 다툼 속에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구한말의 조선 사람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바라고 바라던 내일을 실현시키기 위해 애썼으나, 끝내 사라지고 만 내일을 슬퍼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뮤지컬 <곤 투모로우>를 통해 펼쳐진다.

 

 

2023 뮤지컬 곤투모로우 포스터 [제공=PAGE1].jpg

 

 

SYNOPSIS


1884년 조선, 밖으로는 서구 열강과 청, 일본의 이권 쟁탈이 가속화되고, 안으로는 혼란스러운 정세를 틈타 간신들이 활개치던 시기. ‘고종’은 젊은 개화파 지식인 ‘김옥균’에게 개혁의 의지를 위탁하여 혁명을 도모한다. 하지만 청군의 개입과 일본의 배신으로 갑신정변은 3일 만에 막을 내리고, ‘김옥균’은 조선을 떠나 일본으로 망명한다.


한편, 족보를 팔아 불란서로 건너 간 ‘한정훈’은 고종의 부름에 조선으로 돌아오게 되고, 불란서 최초의 유학생 ‘홍종우’의 이름으로 ‘옥균’에게 접근, 암살할 것을 명 받는다. 그러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옥균을 만난 후 정훈은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되는데…



들어가기에 앞서, 이 극이 역사적 사실(fact)에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이 만든 허구의 이야기(fiction), 즉 '팩션' 장르임을 강조하고 싶다.

 

개혁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두고 갈등하는 조선 내부의 상황, 그리고 조선을 두고 치열하게 줄다리기를 벌이는 다른 나라들의 상황이라는 실제 역사를 차용하여 만든 이야기지만, 작가의 극적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된 부분들이 확실히 존재한다.

 

어디까지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창작'된 작품이니, 인물들의 기본적인 대립 관계를 제외하고는 실제 역사와 조금 다를 수 있음을 알아두고 극을 감상하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느 게 사실이고 어느 게 만들어진 이야기인지, 어떤 사실이 극의 전개를 위해 생략되었는지 궁금하다면 바탕이 된 역사를 따로 공부해보는 것도 좋겠다. 관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한 토론의 장이 만들어진다면 그야말로 역사극이 올라오고 일어날 수 있는 선순환이 아니겠는가.

 

***


고증에 대한 생각은 이쯤 해두고, 이번에는 또다른 질문을 던져보았다. 허구를 가미해서까지 이 이야기를 만들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나라를 열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일지, 만약 그럴 거라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이 충돌하던 1884년. 무력했던 그 시대의 왕 고종의 곁에서는 치열한 권력 싸움이 이어졌다.

 


[GT]김옥균-조형균.jpg

 

 

저마다에게는 각자가 그리는 '내일'이 있었다. 급진 개화파 김옥균에게는 정변을 일으켜 개혁을 선포하고, 청을 경계하며 자주국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내일'이었을 테다.

 

그 과정에서 자기 뜻에 반하는 이들은 빠르게 척결하는 것이, 확실하게 그 '내일'을 실현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갑신정변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그가 간과한 부분이 여럿 있었다. 결국 그의 정변은 모두가 알다시피 삼일천하로 막을 내리게 된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1막에서는 김옥균이 고종의 마음을 얻어 본인의 뜻대로 사람들을 지휘하여 혁명을 주도하는 모습과 끝내 그에 실패하는 모습까지 그려진다. 제 나라를 두고 떠날 수 없다는 자신을 남겨두고 일본으로 떠난 김옥균에게 고종은 배신감을 느끼고,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은 좌절감에 빠져 지낸다.

 

 

[GT]한정훈-백형훈.jpg

 

 

한편,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허구의 인물 한정훈이 등장한다. 정훈은 본인이 바라는 '내일'이 이 나라에는 영영 오지 않을 것이기에 조국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는 족보를 팔고, 김옥균의 혁명 소식에도 결국 그 끝에 희망은 없다며 체념한 채 프랑스로 떠난다.


그러나 이내 그는 자신을 홍종우라고 소개하며 김옥균의 눈앞에 선다. 고종의 요청으로 조선으로 돌아와, 홍종우라는 인물로 스스로를 꾸미고 김옥균을 사살하기 위한 자객으로 보내진 것이다.

 


페어4_형균형훈.jpg

 

 

비록 자객으로 보내졌으나 직접 옥균을 마주한 정훈은 무엇을 위해 그를 죽여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원래는 옥균을 죽임으로써 고종의 신임을 얻고, 자리를 얻어 편하게 삶을 이어 나가려고 했던 그였지만, 나라를 위해 개혁을 행했던 옥균의 죄가 무엇인지, 옥균을 죽이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어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를 죽여 무얼 얻는가

나는 만족할까 피를 묻혀 이룬 꿈

진정 나의 뜻인가

그의 죄는 대체 무언가


- M16. 그의 죄는 대체 무언가 中




2막 내내 이어지는 정훈의 고민과 그 끝에 내린 결정, 그리고 그의 행보에 극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담겨있지 않을까.


정훈은 새로운 세상이 조국이 도래하길 간절하게 바랐다. 그렇지 못한 현실을 바라보고 있느니 차라리 떠나기로 했던 것뿐이다. 곁에서 옥균을 바라보던 정훈은, 옥균이 다시 한번 새로운 세상을 위한 도전을 하길 바랐다. 끝내 총을 거둔 정훈은 배에서 내리기 전, 옥균에게 자신의 정체와 목적을 실토하고 도망치기를 권한다.


결국 옥균의 뜻에 따라 그에게 총을 쏘지만, 정훈은 그를 대신하여 본인이 조선의 내일을 위한 활동을 이어 나간다. 청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옥균처럼, 정훈은 친일파 이완과 조선을 장악하려는 일본에 맞서 싸운다. 성공하지는 못했을지언정, 자신의 몸을 던져 혁명의 불씨를 지핀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변화의 의지다.

 

***



착잡한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는 요즘이다. 소란스러운 하루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떠올려 보면, 정훈의 이야기가 그저 제삼자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은 않는다. 변화를 만들기에는 이미 늦은 것만 같아 무력해지는 스스로를 보고 있으면,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타국으로 떠난 1막의 정훈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개인의 안위를 위해 떠나고, 다시 개인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돌아왔지만 결국 나라를 위한 선택을 한 정훈. 그에게는 처음부터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불꽃이 있었을 테다. 체념이라는 것은 애초에 기대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것이니 말이다.

 

한 명의 이름 없는 시민으로서, 우리가 원하는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체념이나 포기 말고,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극 중 정훈의 한마디를 곱씹으며, 우리의 내일을 위해 고민해 보자.

 

 

"그럴지라도 해야 합니다.

먼 훗날 혹자는 우리에게 우매하다,

정세를 읽지 못한다 손가락질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생각을 어떤 행동으로 옮겼는지 흔적을 남겨,

우리의 내일을 오늘로 살아갈 자들에게

또 다른 힘이 될 수 있도록."

 

- 정훈, 뮤지컬 <곤 투모로우> 中

 

 

[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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