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점과 선, 그리고 색채가 현존하는 가상세계의 아름다움 - 미구엘 슈발리에, 디지털 뷰티 시즌2

글 입력 2023.08.2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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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이를 충분히 압도할 만한 작품의 웅장함은, 작은 점들과, 선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가까이서 들여다보았을 때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미구엘 슈발리에는 디지털 예술의 선구자이자, 파리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약 70여 점 이상의 독창적인 작품들로 구성된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며, 로봇 드로잉, VR을 이용한 설치작품 등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예술에 접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작품의 다채로움이다. 관람객의 존재와 동선을 인지하는 기능을 갖춘 대부분의 작품들은 관람객을 작품의 세계로 직접 이끌며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맞게 작품의 구조는 변화하며 새로운 그림을 그려냈고, 이는 매 순간 새로운 네트워크 세계로 들어온 느낌을 안겨다 주었다.


전시는 지하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계단을 통해 직접 내려가며 작품을 관람하는 것으로, 층별마다 고유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물망 복합체> - 그물망 복합체는 관람객을 그물망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의 다채로운 세계에 빠뜨린다. 다양한 색채와 점, 선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움직였다. 관람객이 공간 안에서 움직이거나 가까이 가면 네트워크는 새로운 갈라지거나 특이한 모양을 형성했다.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 이 네트워크는 매 순간 새로운 예술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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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망 드로잉> - 해당 작품은 로봇이 네온 펠트 펜을 사용하여 그린 일련의 드로잉으로부터 구체화된 것이다. 다양한 색채의 직선과 곡선이 한데 어우러져 생생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니 화려한 털실로 뜨개질한 모양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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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퀴드 픽셀> - 앞서 본 작품에서는 점과 선의 강렬함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화려한 색감과 부드러운 연결감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가시광선의 모든 색채를 품은 가상 회화의 흐름은 전시장의 벽 표면에 끊임없이 흘러갔다. 이 또한 관람객의 움직임을 인지하여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며 관람객을 작품의 세계로 흡인했다.


나는 조심스레 작품 앞으로 다가가 한쪽 팔을 뻗었다. 쭉 뻗은 내 팔과 마주한 부분에서 물감을 한 방울 떨어 트린 듯 새로운 문양을 만들어 냈다.

 

잠시 동안 페인트 붓이 된 나는 작품의 끝에서 끝까지 걷기도 했고, 나를 따라오는 색의 흔적을 보며 이의 형태를 더 생생하게 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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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무아레> - 디지털 무아레는 50-60년대 옵아트에 영감받아 재현한 14m 높이를 이룬 작품이다.


계단을 타고 내려오자마자 시선을 끌어당기는 해당 작품은 하나의 벽처럼 이루어져 있으며, 떨림, 깜빡임, 진동을 자아냈다. 음악의 주파수와 진폭에 맞춰 강도가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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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카페트> - 디지털 무아레와 맞닿아 있는 작품으로, 이 또한 관람객의 발자국에 맞추어 시시각각 다채로운 모양을 형성한다.


매직 카페트를 밟고 거닐며 14m나 되는 큰 키의 작품을 올려다보았다. 위층에서 보았을 땐 멀어서 잘 몰랐는데, 작은 무늬들로 이루어진 작품이 이토록 거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 조금 아득했다. 발 아래에서는 계속해서 무늬가 변화했고 발자취를 따라오는 모양새가 마치 물결 같기도 했다.

 

<어트랙터 댄스> - 이번 구간에서는 미구엘 슈발리에의 동료 작가 패트릭 트레셋과의 협업 작품을 관람할 수 있으며, 다섯 개의 팔을 가진 드로잉 로봇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색상의 펜을 갖추고 있는 로봇은 관절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듯, 촘촘하고 세심하게 움직임을 이어 나갔다. 절제된 동작 안에서 하나의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신기한 과정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볼펜의 동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지만, 조금 떨어져 보았을 땐 꽃의 형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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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 눈> - 기계의 눈은 얼굴인식 기능이 있는 감시 카메라를 통해 관람객의 초상화를 실시간으로 그려냈다.


스크린 앞에 서면, 카메라는 나를 인식한 뒤 화면에 나를 본 뜬 그래픽 효과가 나타났다. 그 조각은 너무 다양하게 분리되어 있어, 나를 그려냈다는 걸 알아차리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현실 세계에서 가상 세계로 이동한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고, 현실 세계에 온전히 서 있는 나는 가상 세계에 서 있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오랫동안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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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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