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은 결국 사회적 동물이다 [영화]

글 입력 2023.08.1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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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간의 정을 느껴본 지가 참으로 오래된 듯하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집 앞집에는 동갑내기 친구가 살았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친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태권도 학원과 영어학원을 같이 다니게 되며 그 친구와 급속도로 친해졌다. 여름방학 때는 서로의 집을 오가며 빙수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보드게임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때 나는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이웃이 생겼다.


그리고 같은 반이었던 친구 중 한 명은 나와 같은 아파트 동에 살았다. 앞집에 살던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가듯이 그 친구 집도 자주 놀러 갔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 나는 하늘이 부서질듯한 천둥소리 때문에 비 오는 날을 싫어했다. 불안에 질린 목소리로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자 친구는 자신의 집으로 놀러 오라고 했고, 친구의 어머니는 빙수를 먹고 가라며 선뜻 나를 반겨주셨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이웃 간의 정을 느끼기 쉽지 않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인사를 하지 않고, 이젠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잘 모른다. 최근 이웃 간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을 접하게 되면, 이웃 간의 정이 남아있던 그때가 그립다.


영화 <오토라는 남자>는 뉴욕타임스 93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오베라는 남자라는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오토는 자신이 사랑하던 아내 소냐가 세상을 먼저 떠난 이후 인생의 목적을 상실하게 되며, 아내를 따라 생을 마감하려 한다. 하지만 오토가 자살시도를 할 때마다 주변의 이웃들은 오토를 찾아온다. 결국 오토는 4번의 자살시도 끝에 결국 자살을 포기하고, 다시 인생을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귀찮은 부부로 인해 바뀐 일상


 

[꾸미기][포맷변환][크기변환]오토라는 남자 부부 - 복사본.jpg

 

 

오토의 집 앞에는 마리솔과 토미 부부가 이사 온다. 그 부부와의 첫 만남은 오토가 첫 자살시도를 하던 날이었다. 목에 줄을 매달고 자살시도를 하려고 하는 순간 오토는 주차를 못하고 있는 부부를 만나게 된다. 오토는 매일 동네 순찰을 하며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기에 하던 행동을 멈추고 부부에게로 향한다. 오토는 주차를 대신해주고, 부부는 이사를 왔다며 오토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선물해 주며 물건을 빌려 간다.


그리고 물건을 반납하며 마리솔은 자신이 만든 쿠키와 함께 사다리를 빌려 간다. 하지만 작업을 하던 도중 토미가 사다리에서 떨어지게 된다. 그때 오토는 두 번째 자살시도를 하고 있었지만 운전을 하지 못하는 마리솔이 병원으로 데려가달라고 부탁하자 오토는 마리솔과 부부의 아이들을 병원으로 데려다준다.


오토는 처음부터 그들을 쌀쌀맞게 대했다. 그러나 마리솔과 토미 부부는 쌀쌀맞게 대하는 오토의 자세에 굴하지 않고 오토에게 관심을 가졌다. 결국 오토는 그들로 인해 다시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차가운 말속에 숨겨진 따뜻한 진심을 알아준 사람들



마리솔과 토미 부부 이외에도 몇몇 주민들은 오토에게 관심을 가져준다. 지미라는 이웃은 매일 동네 순찰을 도는 오토에게 항상 말을 걸어주고, 같이 식사를 하자고 초대하기도 한다. 영화 초반의 오토가 하는 말들을 보면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오토의 행동을 보면 누구보다 따뜻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길고양이가 얼어 죽으려 할 때 절대 자신의 집에 못 들인다고 하지만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옆집 부부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일을 해결해 주기도 하고, 마리솔이 운전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 거절하지만 나중에는 마리솔의 운전을 직접 가르쳐 준다. 영화에서 오토는 항상 귀찮게 하는 이웃들을 보며 머저리들이라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웃들은 오토의 따뜻한 진심을 알아봐 주고 오토의 곁에서 힘이 되어준다. 

 

 

[꾸미기][포맷변환][크기변환]오토라는 남자 지미.jpg

 

 

영화는 나는 과연 나의 이웃에게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오토의 이야기는 지금은 찾아보지 못하는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이기에 감동을 자아낸다. 귀찮을지 몰라도 사소한 누군가의 행동이 누군가를 다시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는 바쁜 사회 속 앞만 보며 살아간다. 주변의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조차 가지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닌가. 혼자서는 결코 계속해서 행복한 삶을 이어나갈 수 없다. 오토라는 남자를 통해 내 주위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내 주변에는 이제껏 찾지 못한  제3의 오토가 있을 수도 있다. 


"힘든 날을 이겨내도록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는 게 행복한 거죠 다 머저리들이라도"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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