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 파수꾼 [영화]

흔히들 작은 사회라고 말하는 학교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글 입력 2023.08.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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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립영화에 관심이 생겨서 어느 정도 낯익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파수꾼’을 봤다. 파수꾼은 경계하여 지키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태가 나약한 내면을 지키기 위해 강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숨은 뜻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파수꾼은 일반적인 학교생활을 보여준다. 이게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게 일반적이다. 흔히 학교가 작은 사회란 말을 많이 한다. 물리적인 폭력이 간접적인 폭력으로 바뀌는 것 말고는 별다를 게 없다. 위계질서, 보이지 않는 서열 싸움 등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또는 높은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게 안타깝지만 보편적이다.

 

기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사건은 시작된다. 기태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에겐 갑작스러웠겠지만, 예견된 죽음일 수도 있다. 어머니의 부재로 결핍이 있는 기태 곁엔 힘과 권력으로 사귄 친구들이 있다. 그나마 자신이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희준도 오해와 늘어나는 피해의식으로 잉한 폭력으로 잃게 됐다.

 

기태의 행동이 편하지만은 않았던 희준도 ‘난 너 친구라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어. 너도 없잖아’라며 홧김에 내뱉고, 그 말에 기태는 상처받고, 숨기기 위해 더 폭력적으로 변한다. 기태로 인해 얼굴이 흉지고, 전학까지 가는 희준을 본 동윤마저 기태에게 돌아서고 만다. 무력으로 모든 걸 가졌던 기태는 무력으로 소중한 관계조차 잃어버린다. 살아갈 이유마저도.

 

기태는 죽기 전에 그토록 아꼈던 야구공을 희준에게 준다. 영화 끝 무렵에 기태가 그 야구공을 얼마나 아끼는지 나타나는데, 그 마음과 희준을 생각하는 마음이 같다고 생각한다. 표현이 서툴렀던 기태의 속마음을 야구공 안에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그리고 자신이 희준을 생각했던 마음까지 모두 담아서 전달한 것만 같다.

 

야구공의 의미를 알고 있던 동윤은 희준이 야구공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기태의 죽음의 의미를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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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관계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소통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영화처럼 무력이라던가 재력을 이용했다. 자연스럽게 그들을 따르는 친구들도 꽤 존재했다. 사실상 얕고, 언젠간 끊어질 관계가 틀림없지만, 그걸 알더라도 어떻게든 곁에 둘 사람 필요했을 것이다.

 

깊은 관계 속에서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필요한 말을 해야 한다. 관계 사이에 소통의 부재는 추측하게 되고 오해하게 되고 관계를 상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기태가 동윤과 희준에게 자신을 밝힐 수 있는 용기가 있었더라면, 동윤과 희준이 기태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가 기다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그들의 관계와 기태의 목숨도 지킬 수 있었을 것인데 그게 참 안타깝다.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내면의 상처를 핑계로, 소통이 서툴다는 이유로 타인을 해쳐서는 안 된다.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를 원한다면 조금 더 솔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내가 먼저 되어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그러한 관계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서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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