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의 파랑새는 무슨 색인가요? - 공연 '붉은 파랑새'

파랑새는 곁에 있다
글 입력 2023.08.06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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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파랑새>는 고전문학 파랑새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과 같이 서두는 어린 시절의 틸틸과 미틸이 요술 할머니의 부탁으로 파랑새를 찾는다는 내용으로 같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동화 같은 판타지와 씁쓸한 현실이 오묘하게 잘 섞여 있기 때문이다.

 

 

 

파랑새는 내 곁에 있다



어른이 된 미틸은 진취적인 성격으로 도시로 가서 치열하게 꿈을 좇지만, 틸틸은 시골 방 안 구석에 남아 꿈만 꾸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그러다 틸틸은 꿈속에서 색이 변해버린 붉은 파랑새를 다시 만나고, 붉은 파랑새와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틸틸은 붉은 파랑새가 진짜 파랑새라는 사실을 끝내 믿지 못하고 과거의 환영에 사로잡혀 붉은 파랑새를 놓쳐버리고 만다.


틸틸은 결국 파랑새를 코앞에서 놓쳐버렸다. 파랑새는 '행복'을 상징한다.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외면하고 허탈해하는 틸틸의 모습이 도무지 낯설지가 않았다. 마치 내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앞에 있음에도, 우리는 그 사실을 믿지 못한다. 행복은 왠지 거창하고 특별한 것이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당최 그 특별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현재의 행복을 놓쳐도 아깝지 않을 만큼 미래의 강렬한 행복 말이다.

 

이에 대한 뚜렷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애초에 그러한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차를 타고, 비싼 집을 장만하는 것. 이것들이 진정한 행복을 보장하고, 내 마음의 빈 공간을 풍요롭게 채워줄까? 그럴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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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파랑새>는 자꾸만 내게 이런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지금 내 삶은 과연 행복한지 말이다. 그러자 행복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본 연극은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였고 적절한 유머코드가 섞여 있어, 공연 중에 소리 내 웃다가도 이내 깊은 생각에 잠기길 반복하였다. 달콤한 환상과 씁쓸한 현실이 계속해서 교차하였다.

 

 

 

여러 모양의 파랑새



연극이 종료되고 특별한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바로 '관객과의 대화'였다. 작가, 연출가, 배우, 디자이너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관객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이었다.

 

한 관객이 흥미로운 질문을 했다. 작가, 연출가, 배우 모두에게 각각 '파랑새'의 의미에 대해 물은 것이다. 그러자 제각기 다른 답변을 내놓았고, 나 역시 다채로운 해석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생각에 잠겼다.


요즘 드는 생각은 모든 행불행은 '관계'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어떠한 인간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내게 파랑새가 찾아올 수도, 떠나갈 수도 있다. 귀인을 만나면 많은 것을 배우고 행운이 찾아오지만, 악연을 만나면 내 의도와는 다르게 순식간에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파랑새란 행복을 선사하는 '좋은 인연'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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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틸과 미틸에게 행복이란 그들이 찾던 파랑새가 아니라, 파랑새를 찾는 여정이 아니었을까?

 

여정을 함께하며 만나는 좋은 인연들,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돈독한 틸틸과 미틸 뿐만 아니라, 이들을 도와주는 숲 속 친구들을 만나며 마침내 행복이 찾아온 것이다. 그렇기에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

 

 

[정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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