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별을 마주하는 태도 [영화]

글 입력 2023.08.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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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존재가 우리 곁을 떠나는 것만큼 두렵고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남은 이들은 떠난 이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남은 이들은 떠난 존재들을 마음 편히 떠올리지도, 그리워하지도 못하는 경향이 있다. 타인의 눈에 본인의 슬픔이 비칠까 걱정하며 애써 그리움을 참아내기도 한다.

 

결국엔 기억의 흔적을 어딘가에 숨기고 아예 떠올리지 않으려 하는 경우도 있다.

 

 


묵묵히 참아내다 


 

할아버지의 캔버스 포스터.jpg

 

 

넷플릭스 단편 애니메이션 <할아버지의 캔버스>는 떠나간 부인을 추억하지 못하는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풀밭에 앉은 채 나무에 기댄 할머니의 모습을 그렸던 할아버지는 이제 다신 그 그림을 보지 않았다. 그림을 천으로 덮어 방 안에 두고, 그 방 앞에 옷걸이를 세워 아예 방 안에 들어갈 수 없게 만들었다. 손녀딸이 찾아와 할머니의 그림이 있는 방 앞을 기웃거려도 말없이 다른 곳으로 보낼 뿐이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꿈에 나왔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그때 그림을 그렸던 나무 앞에 가보았지만, 할머니가 없는 현실에 절망하며 슬픔을 삼켜냈다.


우리에겐 이러한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갑작스레 생겨난 빈자리를 마주하는 태도는 대개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1. 처음 며칠 간은 마음에 구멍이 생긴 것처럼 공허하다.

 

2. 그들이 살던 공간을 자주 바라본다.

 

3. 어떤 날엔 꿈에서 만나기도 한다.

 

4. 그러다 아예 그들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쓴다.

 

5. (모든 것을 툭툭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할) 가족에게도 쉽사리 그리움의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리고 회피하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우리 곁을 떠나간 모든 것, 그리고 그에 따르는 슬픔과 마주하는 것을 꺼리기 시작했다. 그저 회피하며 무뎌지길 바라곤 한다.


상실을 겪은 사람들에겐 회피가 아닌 ‘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슬픔을 가라앉히고 어서 다시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목적에서의 시간이 아니라, 또 있을 이별에 더 크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냥 외면하고 부정하기만 한다면, 미래의 상실을 ‘겁나는 것’으로만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 예로, 반려동물을 키우던 사람들은 새로운 반려동물 가족을 맞이하는 것에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이는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에도 더러 있는 경우이다.) 그 중엔 ‘헤어지기 두려워서’라는 이유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 번 겪었던 상실의 아픔이 너무나도 컸던 나머지, 행복한 시간이 훨씬 더 많을 것임을 앎에도 헤어짐이라는 찰나의 순간이 걱정되는 것이다.

 

 


이제는 마주할 때 


 

[크기변환][포맷변환]할아버지의 캔버스.jpg

 

 

다시 <할아버지의 캔버스>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이별의 슬픔에 절망하던 할아버지는 손녀딸 덕분에 숨겨뒀던 그림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온전히 할머니를 추억하는 시간을 가진 할아버지는 아픔을 딛고 다시 캔버스 앞에 앉으며 영화가 끝난다.


끊임없이 할머니와의 이별을 외면해 왔던 할아버지는 상처를 치유했다. 치유하지 않으면 결국 상처는 흉터가 되고, 건드려도 아프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고 감추기만 한다면 흉터는 흉터로만 남아있을 것이다.

 

흉터로 남기 전에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에겐 흉터까지도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심지어는 웃으며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에디터 김지현.jpg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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