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건물은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가? [미술/전시]

글 입력 2023.08.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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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 도서관에서 위인전 읽는 것 좋아했다. 매일매일 오늘은 어떤 위인전을 읽을지 고민하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동안 나는 위인전 읽기를 좋아했다. 그 이후 2년 뒤 오랜만에 위인전을 읽어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우디라는 사람의 위인전을 꺼내들었다.


나는 그 위인전을 읽은 순간 결심했다.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책에서 본 그가 설계한 건물들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나는 당시 하교하던 길 매일 똑같이 생긴 상가들과 아파트를 지나며 집으로 향했다. 이건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런 나에게 그가 표현한 곡선의 아름다움은 동화 속에서만 그리고 내가 상상만 하던 건물들이 실제로도 존재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선사해 줬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그날 이후로도 나는 가우디 건물을 볼 때면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에 온 것 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나는 건축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 유현준 건축가님이 집필하신 도서들을 읽으며 건축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한 것을 계기로 더더욱 건축을 좋아하게 되었다.


건축을 좋아하게 된 이후 흥미로운 건축전시가 열린다면 꼭 보러 가야겠다는 하나의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흥미로운 전시가 눈에 띄어 다녀오게 되었다.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토마스 헤더윅이 1994년 설립하여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희망적인 건축물을 만들자는 목표를 가진 회사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헤더윅 스튜디오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건축 모형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스케치, 제작 과정, 샘플까지 볼 수 있다.

 

 

 

The ves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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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슬은 뉴욕의 떠오르는 랜드마크로 2019년에 완공된 건물이다.

 

의뢰를 받고 방문객들이 단순히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용하고 만지는 등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만한 구조물로 설계했다. 인도 라자스탄의 계단식 우물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베슬은 2500개의 계단으로 이어져 있으며 약 46M로 실제로 보면 엄청난 웅장함에 놀라게 된다고 한다.


베슬은 뉴욕의 초고층 건물 사이에 위치해있다. 베슬이 위치한 환경은 베슬이 더 돋보이도록 만들고, 베슬은 둘러싸인 환경에 새로움을 더해준다. 각자의 특징이 존재하지 않는 높기만 한 현대 건물 속 베슬이라는 건축물이 생긴 이유만으로 누군가가 찾는 공간이 된다는 게 건축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BAY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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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뷰는 구글의 신사옥으로 하이브리드 근무체계가 보편화됨에 따라 만들어진 공간이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개방적으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모형을 보면 출근하고 싶어지는 회사라고 느껴질 정도로 구글의 쾌적한 근무 환경을 만들자는 의도가 정확히 투영된 건물이다.

 

 

사무공간이라는 것은 개인의 업무를 진행함과 동시에 협업도 해야 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극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좋은 사무 공간은 개방성폐쇄성이 적절하게 배합된 공간이다. 좋은 사무 공간은 직원들이 큰 빈 공간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한 공간이다. 우리가 천장고 높은 종교 건축에 들어가면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상상을 하게 된다. 같은 원리로 사무 공간에서도 빈 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창의적인 생각이 더 쉽게 나오는 것이다.

 

유현준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베이뷰는 좋은 사무 공간의 조건을 정확히 갖추고 있다. 높은 층고를 가지고 있어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좋은 사무 공간의 조건뿐만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많은 부분이 고려되어 설계되었다. 지붕의 모양은 빗물을 모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태양광 패널도 설치되어 있다.

 

 

 

건축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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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의 2층에서는 스핀 체어가 놓여있고, 토마스 헤더윅의 TED 강연을 보여주고 있었다.

 

토마스 헤더윅은 강연에서 현대 도시의 건물이 단순할 뿐만 아니라 우리를 해치고 있으며 스트레스 유발, 모방 범죄와 반사회적 행동을 일으키고 사람들이 건물을 사랑하지 않으면 철거하는 경향이 크다고 전했다. 따라서 그는 특색 없는 건물이 아닌 몇십 년 후에도 의미 있는 건물로 남도록 설계한다.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대부분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함을 원한다. 밖에서 음식을 사 먹더라도 대접받는 느낌이 들며 한 끼가 특별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오마카세가 대중들 사이에 유행한 이유도 반복되는 일상 속 하나의 특별함 선사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건축은 이러한 반복되는 일상 속 새로움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가끔 내가 항상 다니는 공간과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방문한다. 분위기가 다른 공간을 방문하면 매일 똑같던 일상이 리프레시 되기도 하고, 매일 듣던 노래가 다르게 들리기도 한다.


매일 보는 같은 건물에 질렸다면, 건물이 전해주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면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를 다녀오길 바란다. 전시를 다녀오고 나면 매일 보던 건물이 달라 보일지도 모른다.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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