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국립중앙박물관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파헤치기 Ep.2 [미술/전시]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명화의 향연
글 입력 2023.07.3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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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 포스터

 

 

지난 1편에서는 6월 2일부터 10월 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에 대한 소개와 르네상스, 바로크 시기 미술 작품을 전시 중인 1, 2부에 대해 간단히 다루어 보았다.

 

3부에서는 이제 사람과 개인에 대한 확장된 관심을 보여주는 초상화와, 주변 환경을 표현한 풍경화의 비중이 증가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는 그림의 주제뿐 아니라 표현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인 4부에서는 화가들이 있는 그대로를 닮게 그려야 하는 오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표현 방법을 사용하고 자신이 받은 인상을 캔버스에 풀어내는 모습을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을 통해 감상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 나에 대한 관심


 

3부 "새로운 시대, 나에 대한 관심"에서는 계몽주의의 확산과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인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종교의 힘이 약화하고 개인의 자유와 경험을 중시하게 된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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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터너,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이별>, 1837 이전, 영국 내셔널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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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로랭, <성 우르술라의 출항>, 1641, 영국 내셔널 갤러리

 

 

로랭, 터너, 반 다이크 등 여러 거장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하는 3부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두 작품을 꼽자면 아마 나란히 걸려있는 클로드 로랭(Claude Lorrain, 1600-1682)과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 1775-1851)의 그림일 것이다.

 

18~19세기 영국 화가 터너는 17세기를 살았던 로랭의 풍경화를 보고 매우 감명받았다. 로랭의 그림에 매료된 터너는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을 뿐 아니라 유언으로 자기 작품을 국가에 기증할 테니 그중 두 점을 로랭의 그림 두 점과 나란히 걸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터너의 유언에 따라 그의 그림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이별 The Parting of Hero and Leander>(1837 이전) 과 로랭의 그림 <성 우르술라의 출항 Seaport with the Embarkation of Saint Ursula>(1641) 이 나란히 걸려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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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반 다이크,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 c.1638, 영국 내셔널 갤러리

 

 

그뿐만 아니라 세로 2미터가 넘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안토니 반 다이크(Anthony van Dyke, 1599-1641)의 형제 초상화, <존 스튜어트와 버나트 스튜어트 형제 Lord John Stuart and his Brother, Lord Bernard Stuart>(c.1638)도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실제로 그림 앞에 서면 형제가 입고 있는 복장에 쓰인 고급 옷감 표현이 전시장의 조명 효과와 어우러져 마치 화려하게 빛나는 옷을 실제로 마주한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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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고야,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 1805년 이전, 영국 내셔널 갤러리

 

 

하지만 3부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1746-1828)가 그린 초상화이다. 지나치기 쉬운 위치에 있어 필자가 전시장에 방문했을 때도 이 작품에 주목하는 관람객이 적어 아쉬웠다.

 

앞서 본 반 다이크의 초상화가 규모와 화려함으로 압도했다면, 고야의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 Doña Isabel de Porcel>(1805년 이전)은 은은히 매혹적인 자태를 풍기며 관람객을 유혹한다. 반투명한 검은색 레이스를 두른 채 앉아 있는 여성 모델은 스페인 상류층 남성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이사벨 데 포르셀이다. 그녀는 전통적으로 낮은 계급의 여성을 지칭하던 '마하(maja)'의 복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귀족계급과 왕족 사이에서 이 복장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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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프란시스코 고야,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 1805년 이전, 영국 내셔널 갤러리

 

 

위 그림의 세부를 보면 부인의 얼굴은 전체적인 굴곡과 양감이 잘 드러나고 볼은 주변보다 더 붉은 빛을 띠고 있어 마치 곁에서 부인의 촉감과 온도를 느끼는 듯 하다. 게다가 고야는 뛰어난 기술로 부인의 몸을 덮고 있는 반투명의 검정 레이스를 그려냈다. 내부가 살짝 비치는 옷감의 특징과 부드럽게 주름지며 자연스레 인물의 실루엣을 감싸는 모습이 더욱 돋보인다.

 

이 작품은 고야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초상화 중 한 점으로 여겨져 왔으나, 2010년대에 일부 전문가들이 고야가 그린 다른 초상화에 비해 이 그림은 반투명한 옷감의 특징과 질감 표현에서 미묘함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그림의 진위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인상주의, 빛나는 순간


 

4부 "인상주의, 빛나는 순간"은 19세기에 등장해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미술 사조인 인상주의 작품을 전시한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며 사람들의 일상은 이전과는 판이해졌다. 이 시기 화가들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새로운 도시의 모습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화폭에 옮겼다. 또한 본격적으로 자기 생각과 감정을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통해 표현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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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인상, 해돋이>, 1872,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모네, 세잔 같은 화가의 작품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인상주의는 사실 처음엔 조롱과 비난에서 출발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1874년 파리에서 열린 전시에 <인상, 해돋이 Impression, Sunrise>(1872)라는 제목의 그림을 출품하는데, 비평가 루이 르로이(Louis Leroy)는 모네의 그림을 보고 혹평하는 기사를 작성한다. 그는 모네의 그림은 기껏해야 스케치 수준이며 완성작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평한다. 그리고 기사 제목을 그림의 제목에서 따온 “인상파의 전시(Exhibition of Impressionists)”로 결정해 모네의 그림을 조롱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르로이의 기사는 모네와 다른 인상파 화가들을 홍보해 준 셈이 되었다. 이후 여러 화가가 모네를 필두로 한 초기 인상주의자들에게 합류하여 정기적으로 친분을 쌓았고, 대중들에게도 인상주의가 점차 인기를 얻으며 발전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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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붓꽃>, c.1914-17, 영국 내셔널 갤러리

 

 

앞선 다른 공간에 비하면 4부에 전시된 작품 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모네의 그림 <붓꽃 Irises>(c.1914-17)이 우리에게 인상주의란 무엇인지 강렬하게 알려주는 듯하다. 이 그림은 모네가 1914년부터 1917년경에 그린 붓꽃 연작 중 한 작품으로 프랑스 지베르니(Giverny)에서 그려졌다. 두꺼운 붓 터치로 거침없이 그어나간 선은 자연스레 정원에 흐드러지게 핀 붓꽃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모네가 사용한 색 조합도 아주 인상적이다. 녹색, 보라색, 파란색 물감을 통해 자연의 빛이 주는 색의 인상을 그대로 전해주는 모네만의 화풍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묘사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하지만 모네는 보는 사람이 가진 상상력의 힘을 빌려 실제보다 더 생생하고 선명하게 붓꽃이 핀 정원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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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 마네, <카페 콩세르의 한 구석>, 1805년 이전, 영국 내셔널 갤러리

 

 

모네가 자연을 주제로 정원에 핀 꽃이 주는 인상을 캔버스에 옮겼다면,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모두가 선망하는 화려한 도시 파리의 카페 문화를 그렸다. 모네의 그림을 보다가 오른쪽으로 시선을 약간 돌리면 마네의 작품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 Corner of a Café-Concert>(1878-80) 을 볼 수 있다.

 

카페 콩세르(Café-Concert)는 원래 커피와 음료를 팔던 공간이었으나 점차 야간에 주류를 판매하고 손님을 위한 유흥 공연을 제공하기 시작하며 주점과 공연장의 성격을 갖기 시작했다. 19세기 중반 파리에서 카페 콩세르는 말 그대로 핫플레이스였다. 수많은 예술가가 카페 콩세르에서 모임을 가졌으며, 인상주의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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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에두아르 마네, <카페 콩세르의 한 구석>, 1805년 이전, 영국 내셔널 갤러리

 

 

마네는 카페 콩세르에서 보이는 한 장면, 특히 웨이트리스에게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위 그림의 세부를 보면 손에 맥주잔 여러 개를 한번에 들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서빙하는 웨이트리스와 자리에 앉아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남자가 전경에 크게 그려졌고, 뒤쪽으로는 무대에서 춤을 추는 공연자와 첼로 같은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마네의 그림 앞에 서면 실제로 파리의 한 카페 콩세르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역동적이고 분주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명화의 향연


 

이렇게 두 편에 걸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 대해 소개해 보았다. 좋은 작품이 너무나도 많지만, 전체적인 전시 리뷰는 여기에서 마무리하고, 다음 편부터는 이번에 짧게 소개한 작품을 포함한 서양 미술 거장의 작품에 대해 한 점씩 더 자세히 살펴보는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보는 것과 전시장 조명 아래서 그림이 가진 특유의 색감과 질감을 자세히 관찰하며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그림을 더 재미있게 읽어내기 위한 포인트를 미리 공부하고 실제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면 더 뜻깊고 색다른 전시 경험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이번에 소개한 작품 외에도 내셔널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거장들의 좋은 그림이 10월 9일까지 전시 중이니 사전 예약 또는 현장 예매를 통해 다녀올 것을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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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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