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귀여운 건 사랑이야 -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15

귀여움이 세상을 지배한다
글 입력 2023.07.1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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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의 코엑스 전시장을 입장하는 순간, 회색빛 도시는 온데간데없고 이 세상이 온갖 알록달록 귀여운 것 천지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졌다. 귀여운 동물 캐릭터는 말할 것도 없고, 정체가 무엇인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독창적인 모습의 캐릭터도 눈길을 끌었다.


사실 캐릭터란 독창적인 예술의 분야라기보다, 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친근하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대중에게 친숙한 동물과 사물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인지 서일페의 캐릭터들도 고양이, 개, 곰 등과 같은 동물을 모티브가 대부분이었다.

 

언뜻 보기엔 비슷한 캐릭터처럼 보였지만, 어떤 캐릭터 부스에는 사람이 북적북적했지만 어떤 부스는 인적이 매우 드물었다.

 

 


인기의 비결을 알려줘



그렇다면 수많은 캐릭터 속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를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일까?

 

그 요소는 캐릭터 저마다 다양할 것이다. 미묘한 디자인적 요소일 수 있고, 공감 가는 컨셉일 수 있고, 작가의 타고난 센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눈길이 가는 캐릭터는 분명히 튀는 지점이 있었다.


매년 소비자의 관점에서 서일페를 관람하였지만, 올해만큼은 생산자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았다. 나 역시 캐릭터 ip 컨텐츠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산자의 관점으로 캐릭터 부스 하나하나를 눈여겨보았다. 작가는 왜 이런 캐릭터를 기획하게 되었고, 대중들은 캐릭터의 어떤 특징에 열광하는지, 캐릭터와 브랜드 제휴는 어떤식로 맺어지는지 등 호기심 어린 시선을 품고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예를 들면, 서일페에 참여한 작가 중 '피곤한 덤덤' 작가는 20~30대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여성을 타겟으로 한 그림을 그린다. 주로 직장인이 겪는 비애나 자존감에 관한 주제를 다루어 젊은 여성들의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공감가는 주제 뿐만 아니라 시티팝 느낌의 개성있는 일러스트는 mz의 세대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작가는 주제와 관련하여 '직장생활 성공 부적', '직장 상사를 저주하는 포스트잇' 등 재치있는 캐릭터 굿즈를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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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와다다곰'의 작가, 띵동 작가는 친숙한 곰을 모티브로 하여, 자기 아들이 와다다다 소리를 내며 달려가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캐릭터 컨셉을 떠올렸다고 한다. 와다다곰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시작하여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였으며, 그 이름처럼 캐릭터의 모션이 활발하여 풍부하여 감정을 전달하는 이모티콘으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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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나는 이 두 작가와 직간접적으로 소통할 기회가 있었는데, 두 작가의 실제 모습이 캐릭터와 정말 닮아 인상적이었다.

 

피곤한 덤덤 작가는 실제로 mbti가 istp 유형으로 시니컬하고 무덤덤한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캐릭터처럼 자기계발에 열정이 많아 늘 책을 읽는다고 하며, 책 추천을 부탁드릴 때 그녀의 가장 신나는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반면 띵똥 작가는 와다다곰 캐릭터처럼 말이 정말 빨랐고, enfp 유형에 평소에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듯 보였다. 이렇게 캐릭터와 쏙 빼닮은 작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이래서 캐릭터를 작가가 낳은 '자식'같다고 하는건가 싶었다.

 

 

 

인기없어도 괜찮아



서일페에서 무엇보다 가장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팬심'이었다. 오직 그곳에서는 이 세상에 작가와 팬의 관계만 존재하는듯했다. 작가는 팬을 향해 흐뭇한 시선을 보내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팬은 어린아이처럼 신이나 작가에게 캐릭터를 향한 찬사를 마구 쏟아낸다.


작가는 내 자식 같은 캐릭터를 하나둘 정성스레 소개하고,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 캐릭터를 입양해간다. 팬들은 캐릭터가 작가에게 얼마나 자식같이 소중한 줄 아니, 그 값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들이 지불하는 것은 돈이 아닌 캐릭터를 향한 아낌없는 사랑과 관심이었다.


내가 서일페에 참여한 작가라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보았다. 그 기분은 말로 도무지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디자인을 하다보면 고민되는 요소가 생각보다 정말 많다. 작가들은 자식같은 캐릭터를 내놓기 위해 얼마나 숱한 밤을 지새웠을까? 그렇게 고민 끝에 선보인 캐릭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직접 본다면?

 

흥분으로 아드레날린이 솟아나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세상에 살아있음을 참 감사하게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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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을 내리 바쁘게 돌아다녔음에도 모든 부스를 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서일페는 퀄리티 높은 캐릭터들로 가득 차있었다. 대중의 선택을 받은 캐릭터는 연신 문전성시를 이루었지만, 이미 훌륭한 아트웍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성이 조금 부족하거나 홍보 마케팅에 서툴러 팬들의 발길이 그친 부스도 더러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 반, 진심 반으로 그러한 작가님께 더욱 다가가 응원의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따뜻한 미소로 화답해주시는 작가님의 얼굴을 보니 내 마음도 뜨거워지며 서일페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서일페를 통해 이미 잘나가는 작가들은 서일페를 통해 칭찬과 찬사의 피드백을 직접 경험하며, 앞으로의 활동에 더욱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동시에 나 말고도 세상에 이렇게 많은 캐릭터가 있다는 것을 보고 느끼며, 겸허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 반면, 아직 발전 가능성이 많이 남은 작가들은 그래도 여전히 내 캐릭터에 관심을 갖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깨닫고,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그 어느쪽이 되었든 서일페에 참여한 작가들이 부러웠다. 단 한번의 서일페 참여만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서일페는 작가에게도 팬에게 유익하고 벅찬 순간이었다.

 

무더운 여름날, 이토록 귀여운 것들에 둘러쌓여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시공간이 있을까? 아마 서일페가 유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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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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