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통이 선사하는 깊은 의미 - INK ON BODY [도서/문학]

타투, 그 뒤의 사람
글 입력 2023.07.1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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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연예인들을 보며 놀라던 것도 한때, 이제는 거리를 오가며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타투다. 나와 일상적으로 관계된 사람들 중에서도 타투를 한 사람이 적지 않다.


타투에 대한 대다수의 인식은 여전히 보수적이라지만 나는 항상 궁금한 입장이었다. 타투를 하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나로서는 왜 타투를 하게 되었을까? 저 타투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것을 궁금해하는 것조차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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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K ON BODY는 그런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타투를 하지 않은' 저자가, '타투를 한' 여성들에게 타투에 대해 묻는다. 여성의 몸에 대해 더욱 엄격한 이 사회에서, 그 엄격함을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에세이와 인터뷰의 형태로 펼쳐진다.

 

 

작업할 때 타투이스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도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며 나 자신에게 솔직해진다. 생각지 못했던 무의식 속 나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그중 원하는 모습을 붙잡아 나타내는 행위가 타투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내가 좋아하는 그림, 내 취향을 완성하는 수많은 요소들 중 하나를 내보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데, 자신의 취향을 모두가 볼 수 있는 '몸'에 그려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만큼 솔직하다. 그리고 때때로 그들의 이야기에는 이제는 희미해졌을지 모르는,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은 눈물자욱이 엿보이기도 한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그 아픔이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고통으로서의 타투는 스트레스가 심해질 때마다 하나씩 늘어났던 나의 피어싱을 떠오르게 했다. 끝없는 수렁에 빠진 것만 같을 때, 물리적인 고통은 일순간 나를 현실로 데려다 놓는다. 


그 지독한 현실감이 필요했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먹먹했던 가슴 속 응어리를 터뜨릴 만한 고통이 필요했던 것인지 아직도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비슷한 마음에서 타투를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 남아 있는 타투는 그 때의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이 타투를 했는지, 그 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반추하게 만든다. 힘들었던 그 당시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순간을 기억하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순간순간이 기록된 타투는 계속해서 쌓여가고, 결과적으로 내 삶의 아카이브가 된다. 그것 또한 큰 의미이지 않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의 자해의 일종이라는 생각, 단순히 예뻐서 하는 선택이라는 생각에서 의미있는 것을 새기고 싶은 마음이 되어간다. 의미를 채워나갈 수 있게 태도가 바뀐 것 같다.

 

타투를 보며 '이때는 이랬지', '이 타투를 할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지', 그리고 '그때의 나는 어땠지'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도 타투를 한다면 내면의 변화가 생길 때 눈으로 보고 기억하고 마음을 다잡도록 하고 싶다.

 

 

또 떠나간 이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타투는 실로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는 마법처럼 느껴졌다. 사람이란 참으로 무력해서, 더 이상 내 곁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에 대한 기억은 순식간에 흐려진다. 그의 말소리, 웃던 얼굴, 걸음걸이까지 빠짐없이 옅어져 간다. 


그것을 안타까워하며 새긴 타투는, 그 타투를 보고 생각하는 짧은 시간이나마 떠나간 이를 기억하게 하는 물리적인 매개체로 기능한다. 한계를 가진 인간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긴 정표는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때때로 흐르는 시간을 멈추고 싶거나, 순간을 영원하게 하는 주문이 필요하다면, 타투로 기록해보기를 권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시간이 지나도 잊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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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들의 목소리가 보다 자유롭게, 조금 더 잘 읽히고 제대로 보여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과장도 덜어냄도 없이 그저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입장에 충실하게 임한다. 덕분에 이 책의 메시지가 더욱 간결하면서도 울림 있게 다가온다.


타투를 한 모든 여성을 대변하는 책도, 타투를 한 여성은 이렇다고 일반화하는 책도 아니다. 그저 이러한 이유로 타투를 한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이유로 타투를 한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담담한 이야기에 나처럼 울림을 받은 사람이 또 생긴다면, 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닿을 수 있는 기회가 더 생기지 않을까 소망해 본다.

  

 

나는 타투를 새길 만큼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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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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