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선인이면서 조선인이 아니다, 파친코2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7.0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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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1에서는 선자를 중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파친코2에서는 선자의 아들인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선자의 손자인 솔로몬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다루어진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정과 동기는 달랐을지라도 결국엔 파친코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재일교포로 살아가면서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파친코 사업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던 운명과 같은 것이었다. 파친코2의 시대적 배경으로 보아 재일교포들에게 할 수 있는 사업은 파친코 사업밖에 없었고, 다른 사업에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파친코가 좌절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아는 한수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떠난 곳에서 어쩔 수 없이 파친코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노아는 어렸을 때부터 일본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노아를 일본인으로 살도록 해 준 것이 바로 파친코 사업이다.


모자수는 어렸을 때부터 빨리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결국에는 파친코 사업으로 인해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다. 넓게 보았을 때 파친코는 재일교포들이 뛰어들 수밖에 없는 장소였지만, 이것이 각자의 목표를 실현시켜주었다. 파친코는 자신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이자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에 맞서기 위해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것이다.


노아와 모자수, 솔로몬은 일본에서 태어난 조선인이다. 특히 소설 속에서 모자수는 조선 땅을 밟아본 적도 없다. 그는 한평생 일본에서만 살아온 것이다. 그럼에도 모자수는 조선인이다. 모자수는 학창시절에는 가난하고, 더러운 조선인으로, 파친코 사업으로 부자가 된 이후에는 조선인 야쿠자라고 불렸다. 아무리 그가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그는 조선인인 것이다. 모자수에게 달라진 시선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에서 그들이 조선인으로 불리는 것도 아니다.


 
고국으로 돌아간 조선인들도 달라진 게 없어. 서울에서는 나같은 사람들을 일본인 새끼라고 불러. 일본에서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아무리 근사하게 차려입어도 더러운 조선인 소리를 듣고, 대체 우리 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 소설 '파친코2' 중

 

 

모자수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어디에서도 자신들을 자신의 집단으로 받아들이지 않기에 각자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민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재일교포뿐만 아니라 타지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 전하는 위로이다.

 

 

 

그들의 찬란했던 순간


 

 
선자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한수도, 심지어는 이삭도 아니었다. 선자가 꿈속에서 다시 마주한 것은 젊음과 시작, 소망이었다. 그랬다. 할머니가 된 지금에도 이 순간에도 일상 너머로 아름다움과 영광이 반짝거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해도 그것이 진실이었다.

 

- 소설 '파친코2' 중

 

 

현대의 사람들이 파친코 소설의 시대를 겪은 선자와 같은 사람들에게 동정을 가질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 구절이다. 그들에게도 젊음과 시작, 소망이 깃들어 있던 순간이 있었고 아름다움과 영광이 반짝거리는 순간이 있었다.


어쩌면 현대의 사람들보다 선자가 더 찬란하게 빛났을 수도 있을 순간이 있는데 그러한 순간들을 모두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이 가난하게 살았던 순간이 있기에, 남편과 아들이 죽었기에 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모든 순간을 동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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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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