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8400만원 짜리' 소금 한 톨보다 작은 루이비통 핸드백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07.06 14:4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스크린샷 2023-07-02 오후 4.37.52.jpg

〈Microscopic Handbag〉

 

 

6월 28일 경매 플랫폼 JOOPITER에서 한 핸드백이 $63,750(한화 8400여만 원)에 낙찰되었다. 바로 미국의 크리에이터 집단 MSCHF의 〈Microscopic Handbag〉이다.

 

 

 

'MSCHF' 그들은 누구인가?


 

국내에서는 패션 브랜드 MISCHIEF와 자주 혼동되는 MSCHF는 뉴욕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크리에이터 집단이다. 그들은 올해 2월 '아톰 부츠'로 잘 알려진 〈BIG RED BOOT〉로 뉴욕 패션 위크의 주인공이 되며 현재 미국에서 가장 '힙한'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MSCHF는 매번 'DROP'의 방식으로 그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데 그들의 'DROP'은 논란과 소송 없이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문화예술계를 넘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켜왔다.

d21876c.jpg

〈The Persistence of Chaos〉

 

 

'악의 없는 장난'이라는 MSCHF의 이름처럼 그들의 프로젝트는 장난스럽게 사회적 이슈와 담론을 풀어내는 짖궂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MSCHF의 첫 번째 DROP인 〈The Persistence of Chaos〉는 인터넷 아티스트 GUO O DONG과 협업해 발표한 2008년 출시된 삼성의 NC10 노트북이다. 어쩌면 데미안 허스트가 떠오르는 이름을 가진 이 노트북의 특징은 총 950억 달러의 금융피해를 일으킨 6개의 멀웨어를 라이브 스트리밍하고 있다는 점이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전 세계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이 작품은 2019년 5월 $1,345,000(한화 약 16억)에 경매에 낙찰되며 MSCHF는 미국 문화예술계의 문제아로 대두되었다.

 

MSCHF는 또한 특정 브랜드를 패러디한 제품을 자주 DROP하는데 나이키의 에어맥스 97을 커스텀한 〈JESUS SHOES〉와 〈SATAN SHOES〉가 대표적이다.

 

 

210408-nike-lil-nas-satan-shoe-ac-635p.jpg

위 〈JESUS SHOES〉 아래 〈SATAN SHOES〉

 

 

〈JESUS SHOES〉는 마태복음 14장 25절에 나오는 예수님이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연상시키기 위한 신발이다. 에어맥스 97의 에어 부분에 브루클린의 성직자가 축성한 요르단강의 물을 담아 이론적으로는 '성수 위를 걷는' 행동이 가능한 이 신발은 $1,425에 판매되었으며 미국 아티스트 드레이크가 구매하는 등 '2019년 가장 많이 검색된 신발'로 미디어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SATAN SHOES〉는 미국 아티스트 Lil Nas X와 협업한 신발로 카디 비의 〈WAP〉 이후 미국 사회에 가장 거대한 파급을 일으킨 Lil Nas X의 곡 〈MONTERO (Call Me By Your Name)〉와 함께 발매되었다.

 

〈MONTERO〉는 Lil Nas X의 퀴어적 가치관을 비판하는 보수적 기독교 신자를 풍자하는 노래이다. 뮤직비디오 속 Lil Nas X는 뱀과의 성관계로 재판장에 서게 되고 재판장에서 사람들이 던진 애널플러그에 맞아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 지옥에서 Lil Nas X는 사탄을 유혹해 방심시키고 사탄의 목을 꺾어 죽여 스스로 사탄의 자리에 오르는 플롯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Lil Nas X의 노래처럼 〈SATAN SHOES〉는 사탄의 상징 요소가 가득한 디자인을 띄고 있다. 〈JESUS SHOES〉와 같이 신발의 에어 부분에 MSCHF 직원 6명의 피 한 방울과 잉크 60cc를 섞어 넣었고 펜타그램을 오브제로 달고있다. 이 신발은 666개만 DROP되었으며 〈MONTERO〉의 파급력과 함께 미국 사회에 논란과 비판의 중심에 위치하였다.

 

〈SATAN SHOES〉에 대한 비판은 나이키의 불매운동까지 확산하였으며 자신들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 '짖궂은 장난'에 피해를 예상한 나이키는 MSCHF와 Lil Nas X에게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그들의 억울함을 피력하였다. 추후 나이키는 소송을 취하했지만 MSCHF의 '장난'이 일으킨 일련의 사건은 MSCHF를 패션과 예술계를 넘나드는 장난꾸러기로서의 위상을 엿볼 수 있었다.

 

 

 

명품 가방? 〈Microscopic Handbag〉


  

이번 MSCHF에서 발표한 〈Microscopic Handbag〉은 얼핏 겉모습만 본다면 평범한 루이비통의 핸드백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루이비통 온 더 고 모노그램 토트백'의 모습을 한 형광색 가방은 소금 한 톨보다도 작은(657x222x700μm)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이 극단적으로 조그만 가방은 생물학적 세포 실험에 활용되는 2광자 중합 공정으로 제작되었으며 이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있는 현미경과 함께 경매에 등록되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번 〈Microscopic Handbag〉 역시 루이비통의 어떠한 승인도 없이 이루어진 프로젝트지만 현재 루이비통의 남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퍼렐 윌리엄스가 설립한 경매 플랫폼인 JOOPITER에서 경매가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353634680_676860874253611_8329960822505555298_n.jpg

〈Microscopic Handbag〉

 

 

MSCHF는 이 가방을 제작한 이유로 "소금 한 톨보다 작고 바늘구멍을 통과할 정도로 좁은 이 가방은 현미경으로 봐야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습니다. 큰 핸드백, 보통 핸드백, 작은 핸드백이 있지만 이 핸드백은 가방 소형화의 결정판입니다. 핸드백과 같은 기능적 오브제가 점점 작아지면서 그 오브제의 지위는 점점 더 추상화되어 순전히 브랜드 상징으로만 남게 됩니다."라고 설명하였다.

 

이들의 설명처럼 가방의 소형화는 MSCHF가 처음 제시한 작업은 아니다. 과거부터 다양한 브랜드가 가방의 소형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였으며 특히 이 중 프랑스의 디자이너 브랜드 자크뮈스가 인상적인 사례를 남겼다.

 

 

18697089_40445013z_600.jpg

좌 〈Le Chiquito〉 우 〈MINI Le Chiquito〉

 

 

자크뮈스가 처음 대중들에게 인상을 남긴 제품은 10cm x 8cm가량의 작은 가방인 〈Le Chiquito〉였다. 이들은 2019년 파리 패션 위크에서 〈MINI Le Chiquito〉를 선보이며 그들의 미학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는데, 이 가방은 모델의 손가락에 겨우 걸쳐질 수 있는 크기였으며 한 패션 평론가의 말처럼 쇼를 보는 동안 실제로 보는 것을 놓칠 정도로 작았다. 자크뮈스의 이 제품은 소셜미디어의 MEME으로서 활발히 오르내려지며 그들의 브랜드 정체성을 널리 알리는 것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MSCHF의 경우 이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장난스러운 접근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기존의 작은 가죽 핸드백은 여전히 손으로 들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착용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기능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Microscopic Handbag〉은 이러한 문제를 완전히 논리적으로 해결합니다. 명품의 경우 실용적인 물건은 결국 보석으로 요약되며,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이 증발하고, 사용성은 천사의 몫(Angel's Share)입니다." 라고 성명을 덧붙였다.

 

 

 

우리는 분명 명품을 원한다, 어째서?


  

'명품' 혹은 '럭셔리', 누군가에겐 제품의 퀄리티에 대한 보증이며, 다른 이에겐 타인과 구별 짓기 위한 자신 욕망의 분출구이자, 어떤 이에겐 삶의 목표인, 이것이 불러일으키는 소유에 대한 욕망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MSCHF의 이번 프로젝트는 이 '명품'의 가치를 정의하기 위해 낱낱이 이를 해체하는 과정을 거친다. 가방이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 '물품을 넣어 보관하거나 휴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크뮈스는 가방의 '물건을 넣는' 기능을 해체하여 가방을 '휴대하는 무언가'로 그 의미를 축소시켰으며, MSCHF는 더 나아가 휴대조차 불가능한 조그마한 제품으로 가방의 기능을 해체해 '물품을 넣을 수도, 보관할 수도, 휴대할 수도 없는 무언가'로 가방의 존재 이유를 증발시켰다.

 

MSCHF의 〈Microscopic Handbag〉에는 루이비통과 관련 없는 루이비통의 브랜드 상징만이 현미경 없이는 볼 수조차 없는 상태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가방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가방의 존재 이유는 가지고 있지 않은 〈Microscopic Handbag〉은 어쩌면 MSCHF의 말처럼 '보석'에 가까울 수도 있다. 보석의 존재 이유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면 사회 공동체가, 어쩌면 자신이 정의 내린 그것의 '미적 가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Microscopic Handbag〉 역시 '미적 가치'를 존재 이유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보석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 〈Microscopic Handbag〉의 '미적 가치'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우리는 현미경을 통해 보이지 않는 브랜드 상징인 '모노그램 패턴'이 이 제품에 존재한다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짐작만으로 〈Microscopic Handbag〉의 '미적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

 

MSCHF의 이번 장난인 '명품 해체쇼'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마음속에 '명품'을 탐하는 욕망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욕망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혹은 그 욕망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아마 머릿속이 복잡해지겠지만 명품을 구매하려는 계획을 세운 독자는 이 글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떠올려 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항상 재미있는 화두를 던지는 MSCHF의 다음 '장난'을 기대하는 이유가 되어줄 것이다.

 

 

[신효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