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결핍의 회복과 자존감의 상관관계 – 류수정 ‘Fallen Angel (feat. XYLØ)’ [음악]

일그러진 사랑을 시작으로 베일을 벗기 시작한, 류수정의 미니 2집 앨범 [2ROX]
글 입력 2024.01.1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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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태껏 당신이 사랑해온 상대의 모습이 온통 거짓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까?

 

천사와 악마, 빛과 어둠, 그리고 사랑과 파멸.

 

과연 이 길의 끝에 ‘우리’가 마주할 곳은 낙원일까, 혹은 나락일까?

 

 

 


류수정 미니 2집 [2ROX]


 

[포맷변환][크기변환]1. 'Fallen Angel' 자켓.jpg

  

 

지난 1월 10일 공개된 ‘Fallen Angel (feat. XYLØ)’은 그룹 러블리즈 출신의 솔로 가수 류수정이 1월 24일 발매할 미니 2집 앨범 [2ROX]의 선공개 곡이다. 앞서 이번 작업은 미국의 유명 다크팝 장르 아티스트 자일로(XYLØ)와 프로젝트 밴드 듀오를 결성해 진행된다는 점에서 팬들로부터 많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약 2주 뒤 공개될 이번 신보는 아메리칸 빈티지 컨셉의 록시크 무드 다크팝 장르를 가득 담은 세 개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류수정이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한만큼 보다 실감 나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자신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트랙리스트상의 마지막 수록곡인 ‘Fallen Angel (feat. XYLØ)’은 여러 갈래의 사랑 중 ‘질투와 집착으로 점철된 일그러진 사랑’을 주제로 심연의 무겁고 피폐한 감정을 끌어낸 곡이다. 계속해서 상처를 입히지만,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놓지 못해 함께 파멸하는 이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Fallen Angel (feat. XYLØ)’의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자.

 

 

 


류수정 ‘Fallen Angel (feat. XYLØ)’ (2024.01.10.)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은 무엇일까? 

 

모두가 동일하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맑고 순수한’ 혹은 ‘따뜻하고 배려심 있는’ 수식어와 같이 ‘성격’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You told me I looked like an angel

And you’ve never met a girl like me

고작 그게 이유였다니

Oh, isn’t that so innocent

 

 

이에 ‘Fallen Angel (feat. XYLØ)’의 시작에서도 마찬가지로 류수정은 자신에게 상대방이 빠져든 이유를 되짚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한다. 이제껏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마치 ‘천사’ 같은 그녀의 모습에 한순간 사로잡힌 남성, 그러나 이 사랑은 결코 우리의 예상처럼 달콤하지 않다. ‘고작 그게 이유였다니’와 이어지는 가사 속 ‘innocent’라는 단어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과 그럼에도 순진하게 사랑에 속아 넘어가버린 존재의 희생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By starting love we’re allowed to be

Happy or something shiny

By starting love we’re allowed to be

Toxic or fatal to each other

Where you and I are like a battlefield

 

 

결국 비밀을 숨긴 채 시작된 그들의 관계는 점차 행복과 파멸, 그리고 빛과 어둠의 경계선상에 놓인 채 위태로워진다. 마치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함으로 이어져 곧바로 패배에 들어서게 되는 ‘전쟁터’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말이다.  

  

 

I’m hurting you, but I’m not even terrified

Don’t you know who I am inside?

Don’t you know who I am inside?

I’m just a fallen angel

You’re bleeding more and more

 

 

그러나 대결로 묘사되는 이 기묘한 연인 관계는 결코 동일선상에 위치해 있지 않는 듯 보이는데, 이는 노래 가사 속 류수정의 심정이 말하듯 상대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현재 그녀는 어떠한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본래 연인 관계라면 서로를 보듬어주며 배려와 이해를 통해 함께 발맞춰가는 것이 분명 일반적일 것이다. 이와 달리 명백히 어딘가 뒤틀리고 어그러진 이 관계는 결국, 상대방이 ‘추락한 천사’로서의 그녀를 오해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종교적인 의미로, 날개를 잃고 지상으로 떨어진 천사는 흔히 ‘타락 천사’로 해석된다. 선함을 상징하는 천사가 질투, 유혹, 교만 등 악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곧 그 본질을 잃은 것이기에, 하늘에서 추방을 당해 악마보다 더한 존재로 취급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자신을 타락 천사에 빗대어 표현한 것은, 선하게만 보이는 외면과는 달리 그 내면에는 분명한 어둠 혹은 악이 존재함을 내보이는 의도일 것이다. 즉, 이 대목이 여태 그녀에게 씌워져 있던 프레임을 완전히 벗겨내는, 뒤바뀜의 순간이지 않을까.

 

 

 

1. 타락과 유혹: 인간이 갈구하는 ‘본능적 욕구’의 실체


 

 

I’m a fallen angel

playing with temptation

I’m a fallen angel

point a gun at your heart

 

 

이어지는 2절부터는 ‘temptation’이라는 단어를 기점으로 두 가지 관점을 나누어 해석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play with’을 ‘가지고 놀다’로 해석해 곡 속의 그녀가 이미 타락 천사로서 변질된 자아를 완벽히 수용한 상태로 볼 때다. 한마디로, 유혹에 성공하고서야 그녀가 그동안 숨겨왔던 본색을 드러내고서 연인의 심장에 총구를 겨눠 관계의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You can’t leave me

You want me so bad

You are always with me

You want me so bad

 

 

즉, ‘play with temptation’을 토대로 류수정을 ‘유혹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그녀는 어느덧 악마의 대표적인 행동으로 언급되는 ‘유혹’의 기능 그 자체로서 존재하고 있는 셈이 된다. 이러한 해석은 더 나아가 그녀의 존재를 인간의 내면에 본능으로 위치하는 욕구와 갈망으로도 폭넓게 해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에게 ‘넌 날 지독하게 원해.’라거나 ‘넌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넌 항상 나와 함께야.’라고 언급하는 대목으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2. 질투와 집착: 사랑이 불러오는 ‘후천적 타락’의 비극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어서 설명할 두 번째 해석에 좀 더 집중해보고자 하는데, 이는 바로 그녀가 사랑을 깨우친 점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관점이다. 이 해석은 뮤직비디오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시켜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보다 유의미한 해석일 것으로 추측된다.

 

 

[포맷변환][크기변환]2. 해석 2 (초반 - 선, 흰색&물).jpg

 

  

먼저, 류수정은 뮤직비디오의 시작에서만 하더라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흰색으로만 된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이때, 그녀의 순수하고 맑은 모습을 대표하는 소재가 투명한 유리컵에 담긴 무색의 물인 것이다.

 

 

Drip drip fallin’ down

Drip drip fallin’ down (drip drip)

It’s turning red and we are going crazy

 

 

그러나 뮤직비디오의 중반에서 그녀는 불현듯 붉은 조명이 비치는 커튼 너머 누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내 자신을 향해 내어진 그 손을 잡으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 순간이 바로 순수하기만 했던 그녀가 어둠에 물드는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바로 위의 가사처럼 붉은색으로 상징되는 열렬한 ‘사랑’이 그녀를 ‘미치게’ 만든 원인이 되어버렸다.

 

 

[포맷변환][크기변환]3. 해석 2 (중반 - 자일로, 유혹).jpg

  

 

질투에 둘러싸여 눈이 멀어

너를 가두고픈 내 desire

...

Oh god, poor thing

You’re crying, I can taste your tears

...

We’re falling into the abyss

 

 

이후 반복적으로 새빨간 드레스를 입은 채 류수정의 곁을 맴도는 자일로(XYLØ)는 ‘질투, 집착, 소유욕’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의인화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결국 맑고 투명했던 물이 검은 액체에 뒤덮이며 더러워지는 연출로 이어진다. 이는 곧 변해버린 모습에 슬퍼하는 상대방의 눈물을 보았음에도 일말의 동요를 보이지 않으며 무감해지는 결과로 연결된다. 질투와 집착이 순애를 추악한 감정의 심연 즉, ‘abyss’에 빠지는 방향으로 후천적인 타락을 겪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I’m anxious inside,

But I wear a happy disguise

I’m anxious inside,

But if I could have you...

You’re bleeding more and more

 

 

그리고 실상, 이 모든 타락의 원인은 류수정 내면의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이번 해석의 중심이다. 뮤직비디오의 후반부에서 그녀가 자일로의 유혹에 넘어가 검게 물들기 전까지, 실은 순백의 상태에서도 어깨에서 검은 깃털이 자라나고 있었다는 복선이 등장한다.

 

 

[포맷변환][크기변환]4. 해석 2 (후반 - 검은색&깃털).jpg

  

 

보통 검은 깃털은 타락 천사의 상징으로 등장하곤 하는데, 이를 위 가사와 연결해보니 곡 속의 그녀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결여된 존재인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기에 웃음이란 가면으로 위장한 것 역시도, 자신의 엉망인 내면을 상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 그녀는 대화를 통해 솔직하게 자신의 불안을 상대에게 알리고 그 과정에서 구원을 받기보다 그저 상대를 옭아맴으로써 함께 잠식되어 진창을 구르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상처를 지닌 자가 자신의 나락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는 선택은, 결국 ‘죄책감과 혼란’이라는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낼 뿐이다. 이에 뮤직비디오의 끝에서 류수정은 온통 검게 칠해진 옷을 입은 채 검은 깃털들이 흩날리는 방에서 홀로 울고 웃으며 행복했다가 불행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끝내 무채색으로 변환된 화면 속 허무한 표정으로 고독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그녀의 모습을 비추며 뮤직비디오는 마무리된다.

 

 

 

마치며: 인간은 완전할 수 없기에 아름답다.


 

나는 앞서 태민의 ‘Guilty’라는 곡을 통해 자기 파멸적 사랑을, 태연의 ‘To.X’라는 곡을 통해서는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의 가스라이팅을 분석했던 바 있다. 이때, 여기서 찾은 한 가지 공통점은 자기애가 지나치게 높은 이가 상대를 휘두르려는,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주체의식의 작용이었다.

 

 

[포맷변환][크기변환]5. 마치며.jpg

 

 

이번 오피니언으로 분석해 본 류수정의 ‘Fallen Angel (feat. XYLØ)’ 역시 위 두 곡과 비슷하게 ‘잘못된 사랑’이 주제이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이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꼭,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는 이가 언제든 상대방이 자신을 떠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 같았달까. 

 

이에 내가 바라본 ‘Fallen Angel (feat. XYLØ)’의 주체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며 '정말 이런 나라도 사랑해줄거야?'와 같은 질문으로 상대를 시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때로는 이런 과정이 사랑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한 일시적 멈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고도 별 볼 일 없는 자신의 모습에 언제든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기만 한다면, 그건 결국 바람직한 사랑의 형태가 아닐 것이다. ‘신뢰와 안정’이라는 진정한 사랑의 조건이 상실된 것일 테니 말이다.

 

따라서, 이번 글을 통해 반드시 전하고 싶었던 한마디는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앞서 반드시 우선적으로 ‘나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우리 모두가 내면의 어둠을 걷어내고 결함 없는 완전무결한 빛으로서 나아가는 것은 실상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불완전한 인간임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자신의 어둠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 아니라 가끔은 쉬어 갈 수 있는 그늘로 승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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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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