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두드러기와의 2차전

질 수 없다
글 입력 2023.07.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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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3월 말부터 발생하였다. 평소처럼 밥을 먹고 평소처럼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내 몸에 이상이 생겼다.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고 긁느라 잠을 못 잘 정도가 되었다. 아니, 사실 긁는 건 버틸 수 있었다. 최대한의 온 신경을 다른 곳에 집중하면 됐었으니까. 그러나 내 피부에 이상한 발진이 발생하고 그게 점점 퍼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내 몸을 바라보는 게 끔찍해졌다. 당장이라도 이 피부를 모두 벗겨내서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싶었을 정도이다.

 

그래서 한 달 넘게 병원을 다녔다. 처음에는 동네 피부과, 새벽에도 긁는 것을 멈추지 못하니 종합병원, 응급실을 가고 주사를 매일 맞아도 소용이 없자 대학병원을 차례대로 방문했다. 처음엔 종아리로부터 시작한 내 두드러기는 배와 팔, 그리고 얼굴까지 올라와서 몸을 시뻘겋고 올록볼록한 상태로 만들었기에 병원에 갈 때마다 "심각하네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망스러웠다. 갑작스럽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이 두드러기와, 이 두드러기가 나는 몸과, 약해빠진 나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대학병원에서는 본격적으로 알레르기 검사를 받았다. 피를 5번을 뽑고 소변검사까지 하고 난 결과, 집먼지 진드기에 아주 약간의 반응이 검출된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알레르기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이럴수가! 두드러기가 매우 심하게 올라왔던 약 2주 간 나는 주사와 링겔을 모두 합해 10번 가까이 맞았었다. 특히나 염증이나 가려움을 완화시켜주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근육주사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엉덩이에 주로 주사를 맞았어야 했는데, 그 때마다 창피함과 근육으로 흘러들어오는 주사액의 따끔함에 나중에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었는데, 명확한 원인이 없다고? 그럼 도대체 이 두드러기는 왜 난 것일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자존감이 엄청나게 하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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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도를 심하게 고생한 끝에 내린 나의 아마추어 결론은 크게 두 가지였다. 내 두드러기 및 피부 질환은 알레르기와 아토피가 생기고 재발한 것이었는데, 첫 번째로, 당시 급격한 환경의 변화가 문제였을 것이다. 꽃가루가 엄청나게 날리던 봄, 갑작스럽게 기온이 상승하던 봄에 내 몸이 적응하지 못한 것이지 않을까? 두 번째로, 면역력이 많이 약해졌을 것이다. 모든 병은 면역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내 몸의 면역 체계가 많이 망가졌을 것이다. 그 때는 내가 스트레스를 매우 많이 받고 있던 시기이고, 무리를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드러기가 많이 완화된 이후론 잠을 매우 푹 잤다. 그래서 한 달 하고도 2주 뒤엔, 두드러기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진정될 수 있었다.

 

두드러기가 남긴 잔흔이 있다면, 이후로도 피부가 너무 간지러웠다. 매일 씻고 보습을 해주는데도 몸이 너무 간지러워서 계속 긁었다. 다른 누군가가 봤다면 내가 아마 안 씻어서 몸을 긁어대는 줄 알았을 것이다. 결국 두드러기가 없어진 지 한 달 만인 6월부터 몸에 아토피 증상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증상은 지금도 매우 심해서 피부가 불긋불긋하고 특히 다리에 피딱지가 많이 생겼다. 이걸 본 내 소중한 사람이 너무 놀라버린 탓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이해한다. 누구라도 소중한 사람의 몸이 이렇다면 신경이 쓰일 법 하고, 계속 보는 것이 너무나도 걱정될 테니까.

 

그럼에도 나는 어쩔 수 없이 통풍이 잘 되는 옷이나 치마 혹은 원피스를 입을 수밖에 없는데, 환기가 안 된다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 스스로가 너무 창피해서 몸을 숨기고 다녔지만, 이젠 오히려 내 건강을 위해서 몸을 드러내고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게 하나 있다면, 전혀 건강에 생기는 문제가 '잘못'이 아님에도 주변의 시선이 좋지 못한 것이나, 혹은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부끄럽게 여기는 행위가 매우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낫기 위해서 선택하는 행위에 대해서, 그것도 건강에 생긴 문제를, 타인이 수근거리거나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한 것은 되려 독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어 건강해질 수 있는 몸도 더 악화될 것만도 같다.

 

내일은 피부과에 가서 이 알레르기, 혹은 아토피, 아니면 피부염에 대하여 오랜만에 검진을 받으려고 한다. 귀찮지만, 2차전 시작이다. 지긋지긋하고 짜증나는 건강 문제지만 어쩌겠는가. 얼른 낫고 좋아져야지. 그러므로 화이팅이다, 나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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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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