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 맘대로 선정한 2023년 올해의 공연들! (분야: 창작 뮤지컬)

글 입력 2023.12.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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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관람한 창작 뮤지컬 중에서

선정하였습니다.


 

2023년을 마무리하는 연말, 올 한 해 보았던 공연들을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해 60편 정도의 연극과 뮤지컬을 보면서, 최근 공연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도 있었고, 놓치는 작품들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공연들을 정리하며 올해의 작품들을 선정해보면 어떨까 싶어, 나름 고심하여 2023년 올해의 공연들을 정해보았습니다.


제가 관람한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창작 뮤지컬 작품들이 후보군이 되었고, 선정 키워드는 총 다섯 가지입니다. 올해의 회전(가장 많이 본 작품), 올해의 웃음(가장 즐거웠던 작품), 올해의 오열(가장 많이 울었던 작품), 올해의 힐링(가장 따뜻한 이야기였던 작품), 올해의 만족(가장 많이 기대했고 그 기대를 충족시켰던 작품),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평가하였음을 밝힙니다.


(사실, 연말에 예상하지 못한 부상을 겪게 되면서 연말 기대작들을 직접 보지 못해 이번에 다루지 못하게 되었지만, 또 내년에도 기다리고 있을 작품들을 기대하면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1. 올해의 회전 : 뮤지컬 <해적>

“그리고 그곳에 해적들이 있었다.”


 

뮤지컬 해적.png

 

 

시놉시스

 

해적들이 드나드는 항구마을에 사는 루이스. 해적이었던 아버지가 죽은 후, 아버지의 친구였다고 주장하는 캡틴 잭이 찾아온다. 잭은 유품이나 유언이 없었는지 캐묻고 루이스는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한다. 아버지의 초라한 유품 중 하나가 보물섬 지도임을 알게 된 루이스는 자신을 데려가지 않으면 지도에 대해 알려주지 않겠다고 버틴다. 잭은 어쩔 수 없이 루이스를 해적에 태우고 출발한다.


보물섬으로 향하는 길에 명사수 앤과 검투사 메리가 그들의 일행이 된다. 긴 항해 끝에 도착한 보물섬에서 갑판장 하워드가 반란을 일으키고, 해적 헌터의 추격까지 받으며 잭의 해적선은 위기에 위기를 맞게 된다.

 

 

뮤지컬 <해적>은 2019년 초연 후, 2021년 재연, 2023년 삼연으로 돌아온 작품으로, 마니아층이 탄탄한 창작 뮤지컬입니다. 저는 올해 처음 관람하게 되었고... ‘그리고 그것이 회전의 시작이었다...!’


2인극이며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1인 2역의 퀵체인지까지 배우분들의 열연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여담으로 제 옆에 앉으셨던 관객분은 커튼콜이 되어서야 2인극임을 깨닫기도 하셨답니다.) 제 기준 첫 번째 관람했을 때보다 두 번째 관람했을 때, 훨씬 극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공연 자체에 대한 애정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다작을 하는 편이고, 회전은 잘 돌지 않는 편인데요. 정말 회전을 돌면 돌수록 좋은 이야기였어요.) 서정적인 가사와 음악의 힘이 잘 어울리는 낭만적인 이야기로, 상반기 저의 즐거움이었답니다. 매번 볼 때마다 감동을 주는 장면이 달라졌지만, 최고의 장면이라면 ‘우리 마을에서 가장 잘 생긴 사람 rep’였습니다. 뮤지컬 장르의 가장 잔인한 점이 가장 밝게 불렀던 넘버를 가장 슬플 때 다시 부른다는 점이라고 하는데요. 그 말에 딱 적합한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 작품에서 발견한 주요한 메시지를 소개해보자면, 육지에서 쫓겨나고 바다에서도 길을 잃고 나아갈 수밖에 없던 해적들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라는 점입니다. 잭은 가난으로, 루이스는 고아로, 앤과 메리는 신분은 다르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던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러 이유로 그들은 육지가 아니라 바다를 택합니다. 육지엔 이미 그들을 지켜줄 신이 없었으니까요. 그들은 그들이 섬길 신을 직접 찾으러 바다로 향했고, 두렵지만 설레고 가슴이 뛰는 곳으로 나아가던 그들의 항해가 제게는 응원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항해란 없으니, 다시 돌아오겠죠?


 

 

2. 올해의 웃음 : 뮤지컬 <오즈>

“안녕하세요. 오늘은 기분이 어떠신가요?”


 

뮤지컬 오즈.png

 

 

시놉시스

 

많은 일자리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2045년. 사람 하나 없는 무인 VR기기 공장에서 유일한 인간 노동자로 일하는 준. 준의 유일한 낙인 가상현실게임 <오즈>!


<오즈>에서 새로운 시즌 스토리모드가 시작되고, 접속하지 않는 자신의 유저를 기다리는 <오즈>의 AI 양철은 운 좋게 스토리모드 입장 티켓인 황금 나비를 잡게 되고 준은 양철에게 스토리모드를 함께하자고 제안하는데... 무과금 유저 준과 주인 없는 AI 양철. 둘은 스토리모드의 끝까지 도달해 원하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뮤지컬 <오즈>는 올해 초연된 창작 뮤지컬 작품입니다. 처음 해당 작품의 포스터와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호기심 뿐이었는데요. 지인의 강력 추천으로 보게 되었고, 공연장을 나오며 예매창을 켰던 기억이 납니다.


굉장히 컨셉에 충실한 공연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오늘의 유저, 오늘의 AI로 소개해둔 캐스팅보드부터 가상현실게임 <오즈>로의 안내가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 양철이 소개하는 안내멘트부터도요. 더불어 공연 중간 관객들과 호흡하는 장면도 있어서, 공연이 가진 게임이라는 컨셉과 유쾌함을 유지 시켜 주었죠. 그리고 보신 분들이라면 다 공감하시겠지만, 어찌 양철이가 귀엽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그렇지만, 단순히 귀엽고 재밌다는 말로 정의하기엔 이 공연 속에서 담고 있는 메시지가 올곧고 그 메시지를 재밌게 전달하기라는 목표를 잘 이룬 이야기였습니다.


이 공연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준이고, 그런 준을 변화시키는 것은 양철입니다. 그리고 준과 양철 모두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는 존재였죠. 그들은 속도가 다소 느리거든요. 본 공연은 근미래 설정이 들어간 작품이지만, 그 작품 속에서 다뤄지는 비유는 모두 현재에 존재하는 이야기에 발을 붙이고 있습니다. 인간이 대체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사회와 아이템을 구매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 속 유과금 유저들, 반면 인간이자 무과금 유저인 준은 느리게 성장합니다. 시작점부터가 달라져 버렸으니까요. 시작점이 다르다는 말은 현재에도 통하는 말이죠. 평범한 삶을 살며 자신이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고 쓸모없다고 말하는 준의 고민은 우리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 준에게 양철은 끊임없이 묻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기분이 어떠신가요?”


오늘 나의 기분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넘어가던 하루에, 양철의 질문은 ‘오늘의 나는 어땠지?’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죠. 게다가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세상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양철의 존재 자체가 힘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껏 웃고, 마음껏 울고, 공연 후반부에 매진으로 채워져 가는 초연 작품만의 에너지가 가득 찼던 작품입니다.


 

 

3. 올해의 오열 : 음악극 <백인당 태영>

“우리가 이어 나가야 할 정의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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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1920년, 묘향산 산골 마을. 일곱 살 소녀 태영은 연단에 올라 외친다. “이거 나 못 참아!”

 

다 같은 사람이고 귀여운 자식일 텐데 왜 아들 낳은 집은 기쁨의 환호를, 딸 낳은 집은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가? 그럼 딸로 태어난 나는 어떡하란 말인가! 북받치는 감정의 태영은 연설을 끝맺지 못했지만 자신을 지지하는 목소리들을 통해 한 줄 깨달음을 마음 속에 새긴다.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한다. 참지 말고 끝까지.”


1952년,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법관이 된 태영. 태영이 목격한 여성에 대한 차별은 관습처럼 뿌리내려 일상이 되고, 법과 제도 속에서 자연스럽게 담겨 있었다. 무엇부터 바꿔야 할지, 얼마나 힘들고 오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태영은 용기와 결의로 ‘가족법 개정’을 외친다.


변호사 태영은 일곱 살 꼬마연사 태영의 마음 속에 박혔던 한 줄의 깨달음을 믿음으로 삼고 한걸음 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말고 끝까지 하다 보면 결국 세상은 변할 것이다.’

 


음악극 <백인당 태영>은 선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귀감이 될 수 있는 삶을 살았던 인물들의 삶을 무대로 복원하는 ‘목소리 프로젝트’ 중 세 번째 프로젝트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 변호사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본 공연을 관람하게 된 이유는 취지가 좋은 공연이라는 이유가 컸습니다. 그래서 공연은 다소 교훈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극장에 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 착각이었죠. 공연을 보는 내내 울고, 나와서도 감정을 진정시키겠다며 성수동 산책을 하고 귀가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위인전’과 같이 한 사람의 인생을 한 번에 풀어내는 공연의 형식을 따르고 있기에, 다소 교훈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삶을 목소리를 발화하는 장면들로 구성하여 실로 엮듯이 이어 만든 구성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장면 속 실과 가위 연출은 참 인상적이었고, 계속 울고 있었지만 더 울게 된 장면이었죠. 저 역시 예전에 전기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했던 기억이 있어, 실존 인물을 다루면서 그 인생을 극적으로 다룬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체감했었기에 더욱 잘 만든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배우분들의 연기력은 다양한 감정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주시기에 충분했고, 라이브 밴드의 존재도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가장 독특한 점이 있다면, 인생의 장면 중간중간 공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주셨던 배우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시간에 관객들에게도 질문을 던지셨고, 그 순간 가장 꾸준히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산책을 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배우분께서 본 공연을 통해서 깨달은 바를 공유하며, 동시에 제게도 던져진 그 질문을 곱씹으며 ‘내가 꾸준히 목소리 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꾸준히 해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목표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만들었던 공연입니다.


한 번 목소리를 내기로 마음 먹었다면...! “참지 말고 끝까지”


 

 

4. 올해의 힐링 : 뮤지컬 <안테모사>

“우리가 남모르게 사랑했던 내 모습이 아직 여기 버려지지 않고 남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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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어느 작고 평범한 마을에서 이어지는 울창한 자작나무 숲속. 나무와 넝쿨, 고물로 뒤덮인 집, 안테모사.


사냥을 하고 약초를 캐는 할머니 페이시노에, 고물을 줍는 할머니 텔레스, 그리고 낡은 고물을 고치며 살림을 책임지는 알비노 소녀 몰페까지. 백발의 세 여인이 그들만의 낙원을 가꾸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여비를 벌기 위해 우체부 일을 시작한 떠돌이 소년 제논이 새로 부임한 사장의 공문을 배정받고 안테모사로 향하게 된다.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안테모사를 방문한 낯선 손님 제논과 그가 가져온 공문으로 인해 여인들의 삶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뮤지컬 <안테모사>는 2019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되어 초연한 작품입니다. 이번에 정동극장 세실에서 <창작ing-choice on>로 다시금 무대 위에서 보고 싶은 공연으로 선정되어 재연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요. 정동극장 라인업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가 궁금함에 관람하게 된 공연이었습니다. ‘백발의 세 여인’이라는 키워드가 흥미로웠습니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시놉시스를 읽고 안테모사에 노크를 하게 되었죠.


자신의 다름을 인정하고, 스스로 그 밖을 나서고, 자신에게 당당해지는 따뜻한 성장이야기였는데요. 올해의 공연 선정작을 정리하면서 ‘힐링’이라는 키워드로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공연을 좀더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선정하였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했던 후보작들 : <제시의 일기>, <비밀의 화원>) 어떠한 반전이나 꽉 쪼이는 긴장감보다도 극이 전달하는 가치가 먼저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자극적인 콘텐츠들과 사건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순수하고 맑은 작품이야말로 귀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피가 나는 것을 잘 보지 못하는 저도, 크리처물을 잘 보는 사람이 된 것처럼 어떠한 자극이나 폭력은 어쩌면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익숙해지다보면 둔해지고, 그러한 자극을 더욱 쉽게 받아들이게 되죠. 그럴 때는 순진할 정도로 순수한 동화를 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저는 몰페와 제노이야기도 좋았지만, 몰페와 페이시노에, 텔레스가 갈등하는 장면을 보며 다양해진 가족의 형태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답니다.


 

 

5. 올해의 만족 : 뮤지컬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이것은 쇼, 한바탕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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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2020년 미국 뉴저지 주 어느 소도시. 대형마트 직원으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한국계 입양아 출신 수아는 유일한 취미인 유원지 구경을 하던 중 회전목마를 타고 나타난 수상한 노인 네불라르 만난다. 수아를 사진작가로 오해한 네불라는 그녀에게 촬영을 의뢰하고 수아는 대충 찍고 공돈이나 벌 생각에 흔쾌히 의뢰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수아의 예상과 달리 네불라는 진짜 자신의 모습을 남기고 싶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지난 인생 역정을 털어놓는다. 그 모습이 부담스럽다 못해 징그럽기까지한 수아는 어쩔 줄을 모르는데...


과거 수아는 극도의 거북함을 무릅쓰고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을까? 또한 처절하리만큼 인생 사진에 집착하는 네불라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뮤지컬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는 2022년 초연 이후,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드 대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이미 작품성으로는 유명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무조건 <쇼맨>을 보겠다는 다짐으로 공연을 기다려왔어요. 그리고 마침내 드디어 공연으로 마주하게 된 <쇼맨>은 올해의 만족이라는 키워드에 적합했습니다.(사실, 쇼맨을 선정하기 위해 만든 키워드랄까요?) 보통 기대를 하면 실망이 따라오기 마련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거든요. 기대한 바를 훨씬 충족시켜주는 공연이었고, 공연을 구성하는 음악, 대본, 연기가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공연을 보러 간 날에는 회사 동료분들과 함께 관람했습니다. 워낙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공연을 추천해서 함께 보러 간다는 것은 조금의 부담감으로 긴장한 상태로 본 기억이 나는데요. 그리고 나오면서 회사 동료분들의 호평과 함께 공연 속에서 다뤄진 주제로 한바탕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답니다.


본 공연에서 담고 있는 네불라와 수아의 이야기에서 가장 느낌표가 뜨는 순간이라면, 여태 자신의 삶을 최대한 솔직히 고백한 네불라가 수아에게 판단해달라고 물을 때였습니다.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수아의 머뭇거림 속에서 네불라와 수아가 어떻게 닮아있는지를 깨닫게 되었죠. 각자의 인생 속에서 후회하면서도 그 당시엔 최선의 선택이라 믿었던 순간들이 있을 겁니다. 결말은 나쁘게 흘렀지만, 좋았던 순간도 남아있던 순간들, 그 당시의 우리는 모두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죠. 남에게 휘둘려서도 안 되고, 남의 대체품이 되어서도 안 되고, 남을 위해서만 살아서도 안 된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누군가의 대역이 될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이 있었으리라 믿습니다. 제게도 있었고, 우리 모두에게 있었을 시간들이죠. 감히, 어떻게 판단할 수가 있을까요?


다만, 다시금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던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 기대 이상의 공연이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


이상으로 제 나름대로 선정해본 올해의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을 좋아하시는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도 올해의 공연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언가 좋았던 이유를 찾기 위해, 좋았던 순간을 복기하는 경험을 하면서 그 순간이 더욱 공고해지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에게 위로가, 즐거움이, 힘이 되었던 작품들이 있다면, 다시금 그 순간을 떠올리며 행복하게 올해를 마무리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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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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