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은 통조림과 같아요! [영화]

영화 <중경삼림>을 들으며...
글 입력 2023.06.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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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홍콩,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밀매상.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여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

 

내 옆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람을 잊고 그 사람과 떨어져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인 동시에 지우고 일어서야 함을 알려주는 영화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다. 끝까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끝까지 이루어질 줄 알았던 사랑, 끝이 보이는 사랑.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사랑이 전부다. 근데 사랑만큼 크고 웅장한 메시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 영화를 볼 때 가장 잘 보였던 건 아무래도 금성무의 수려한 외모이다. 그러나 후로 지나가고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는 왕페이의 따뜻하고 러블리한 매력에 위로받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대사들의 조화는 완벽했다.

 

 
“사랑은 통조림 같다.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지만 만약 사랑의 유통기한이 있다면 기왕이면 만년이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날 금발 미녀를 만난 경찰 223의 한 마디이다. 그의 전 여자친구는 파인애플 통조림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그는 그 통조림을 볼 때마다 그녀가 생각하고 그녀를 그리워한다. 흔히 회자정리라고 한다. 만나기 위해서 헤어지고 헤어지기 위해 만난다. 그 결말과 과정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청자인 우리가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못 본 것도 어떻게 보면 주인공에 감정에 더 몰입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우리가 사랑을 할 때는 그 과정 안에서만 상황을 바라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재단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때의 감정에 만 충실하게 되는 것이다.

 

영원한 사랑이란 있는 것일까? 왜 주인공들은 기한이 있는 사랑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영원한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더 힘든 거 아닐까?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절대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ost이다. 페이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나오는 노래 바로 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난 바로 가사를 찾아보았다.

 

 

All the leaves are brown

and the sky is gray

I've been for a walk

on a winter's day

I'd be safe and warm

if I was in L.A.

California dreamin'

 

 

단순히 보면 일상에서 떠오르는 기분을 단순하게 열거해 놓은 것처럼 보이는 가사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에도 걸을 때 흥얼거릴 만큼 내 뇌리 속에 박혀버렸다. 근데 이 가사에서 의문점이 드는 모습이 한 가지 있다. 일단 나뭇잎은 갈색인데, 하늘은 회색인데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계절은 겨울이라고 가사가 말하고 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인데 내가 LA에 있다면 안전하고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을 거라고 한다.

 

이게 다 나의 꿈속이라는 이야기인데 나는 이 가사가 마치 사랑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꿈같고 말이 안 되고 어딘가 모순되는 상황들이 계속해서 벌어진다. 그게 바로 그게 사랑의 모습이고 그런 사랑을 꿈꾸고 있던 페이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수단이 아니었을까? 왜냐하면 그녀가 경찰 663을 생각하고 같이 있을 때만 그 노래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음악이 영화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 영상미에서 느껴지는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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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가 생각나는 이 영화의 영상미는 90년대 홍콩의 모습을 영상에 녹아내는 왕가위 감독의 명성에 한 획을 긋는 훌륭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흔히 볼 때는 깔끔하고 각지고 이런 서영 영화에서 볼 법한 차가운 느낌보다는 특유한 홍콩의 따뜻함이 느껴져서 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상미 면에서 볼 때는 지루하지 않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영상미, 음악, 등장인물 다 완벽했던 영화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금발 미녀와 경찰 223의 러브 스토리가 너무 근본이 없고 뜬금이 없었달까 한 이야기에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조금 더 자연스러운 트랜지션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교차 형식으로 조금 더 자세히 자주 보여줬으면 내용을 이해하고 수긍하기 더 쉬웠을 것 같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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