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틀즈가 AI와 함께 돌아온다. [음악]

글 입력 2023.06.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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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re more popular than Jesus now" - John Lennon

 

비틀즈가 해체된 지 50여년이 지난 지금, 폴 매카트니는 올해 말 발표할 비틀즈의 마지막 음반을 예고하였다. 예수보다 인기 있다는 존 레논의 인터뷰처럼 비틀즈는 대중음악(Pop music)의 아이콘이며 냉전 시대의 차갑고 높은 벽마저 자신들의 문화코드로 넘어선 혁명가이다. 이번 음반은 놀랍게도 1980년 12월 총격사건으로 우리와 이별한 존 레논의 목소리가 담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AI(인공지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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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nsplash

 

 

 

기술혁신이 창조한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



폴 매카트니는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존 레논이 가지고 있던 데모 음반에서 AI를 활용해 순수한 존 레논의 목소리를 추출해 마지막 음반을 작업했다고 밝혔다. 비틀즈가 자신들의 커리어를 만들어 갈 때 적용하였던 혁신적인 스튜디오 레코딩 기술은 실험음악과의 장벽을 허물며 현재까지도 음악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음반에서 폴 매카트니가 선택한 기술은 AI이다. 사실 폴 매카트니가 AI를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도 폴 매카트니는 비틀즈의 I've Got A Feeling을 AI를 활용해 존 레논의 목소리와 함께 공연하였다. 공연장에서 울려 퍼진 80대의 폴 매카트니와 20대의 존 레논의 듀엣은 수많은 청중에게 큰 감동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출처> BBC Music

 

 

조금 앞서 AI를 통한 음악작업은 한국에서도 전 국민적인 감동을 남긴 사례가 있다. 바로 Mnet에서 2020년 방영한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이다. '죽은 사람을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해당 방송은 AI를 통해 그룹 거북이의 터틀맨과 가수 김현식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작업에 성공하였다. 특히 1화 거북이 터틀맨 편은 거북의 멤버 금비, 지이와 함께한 완성체의 모습으로 '이태원 클라쓰'의 OST <시작>을 리메이크한 <새로운 시작>을 공연하였는데, 해당 영상은 금일 1130만회의 유투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이들이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대중의 마음을 보여주었다.

 

 

<출처> Mnet TV

 

 

 

모든 혁신은 논의점을 남긴다



폴 매카트니는 인터뷰에서 AI 기술에 관해서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무섭기는 하지만 흥미롭다, 앞으로 음악계에서 이 기술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기대와 우려를 함께 표명하였다.

 

실제로 현재 음악계에서 AI은 최대의 화두이다. AI는 작곡, 작사를 비롯한 전방위적인 음악 제작과정에 활용되며 음악 제작의 접근성과 편의성의 혁신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유투브, 틱톡 등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여 기존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음악을 제작하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이자 밈(MEME)으로서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그 작품들의 저작권과 소유권에 관한 여러 가지 윤리적, 법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드레이크와 켄드릭 라마, 카니예 웨스트(예) 등 3명이 인기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가인 <불가사의의 카르테(Fukashigi no Karte)>를 부르는 AI 버전이 틱톡에 등장했다. 이 동영상은 250만 건이 넘는 ‘좋아요’와 함께, 댓글에는 “이것이 바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AI의 장점”이라고 적혀있다.


또 올해 4월에는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977)라는 익명의 틱톡 제작자가 드레이크와 더 위켄드 목소리를 피처링한 오리지널 곡 <하트 온 마이 슬리브(Heart on my Sleeve)>를 AI로 만들어 올렸다. 이 곡은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의 디지털 스트리밍 플랫폼에 등록되었으며 수백만 개의 스트림을 기록했다. 하지만 해당 곡은 AI 기술을 통해 드레이크와 더 위켄드의 목소리를 재현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의 신고로 삭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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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온 마이 슬리브(Heart on my Sleeve)'의 앨범아트 <출처> Wekipedia

 

 

해당 사건을 두고 래퍼 아이스 큐브(Ice Cube)는 팟 캐스트에서 "AI는 악마라고 생각한다. AI가 생성한 음악은 대중들로부터 반발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AI가 만든 드레이크의 노래를 듣고 싶지 않다"며 "그것을 만든 사람을 고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통해 AI를 수용하며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이는 가수도 있다. 일론 머스크의 전 연인으로 유명한 가수 그라임스는 자신의 목소리를 AI가 복제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단, 수익이 발생할 경우 50%를 로열티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즉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음악을 만드는 것엔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의 유니버설 레이블 회사 유니버셜 뮤직 그룹(UMG)은 아티스트의 권리를 이유로 AI 제작 음악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은 AI가 모래 위에 선을 긋기 시작했으며, 음악 산업의 모든 사람이 아티스트와 컴퓨터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은 또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사용한 제너레이티브 AI의 학습(이는 계약 위반이자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과 제너레이티브 AI로 제작된 저작권 침해 콘텐츠가 DSP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은 음악 생태계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아티스트, 팬, 인간의 창의적 표현의 편에 서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심각한 가짜, 사기, 아티스트의 정당한 보상을 거부하는 편에 서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라고 성명을 제시하였다.


 

 

예술에 경계에 선 AI



AI를 이용한 창작물의 논의점은 단순한 '저작권'에 한정되지 않는다. AI의 창작과정은 수없이 많은 기존의 창작물을 학습한 후 재조합해 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인간의 창작과정인 모방과 학습을 통해 창의적인 작품을 창조하는 것과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이러한 과정을 통한 창작물을 '예술'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까?


혹은 죽은 가수의 목소리를 빌려 음악을 만들고 공연하는 것에는 죽은 가수의 의사가 개입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죽은 가수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그들이 세상에 존재했다면 그들의 목소리가 영생을 갖는 것을 동의하였을까? 그들의 목소리를 재현한 음악은 가수의 '감정'이 담긴 노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과거 사진에 대한 미술계의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은 현재  명백한 문화예술의 한 분야로서 수많은 작품을 남기고 있는 분야이다. 하지만 1800년대 프랑스 예술가들은 "사진은 영혼이 없는 기계적 공정일 뿐이며, '정성과 사색'의 결과인 예술인들의 회화작품들과 비교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주장하였다. 이 주장은 시간이 지나며 여러 미술운동과 그들이 창조한 사진과 함께 종식되었다.

 

음악계, 더 넓게는 모든 문화예술은 AI가 만든 질문에 대답해야하는 과제를 맞이하였다. 또한 그 답변 속에서 수년 후의 우리는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이 글이 독자에게 한 명의 창작자, 혹은 한명의 관중으로서 과제에 대한 자신만의 대답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신효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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