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의 다름을 입 밖으로 낸다는 것 [영화]

글 입력 2023.06.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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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혈혈단신으로 낯선 땅에 도착한 부부가 있습니다. 원소 중 ‘불’인 그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발음하지 못하는 입국심사원을 통과해, 그들이 불이기 때문에 받아주지 않는 집주인들을 지나쳐, 도시 변두리에 작은 가게를 차립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사랑스러운 딸 ‘엠버’가 태어납니다.

   

엠버는 아버지의 가게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자신이 그 가게를 물려받을 날만을 기다립니다. 그것이 엠버의 일이고, 엠버 아버지의 소원이기 때문이죠. 평생 불 마을을 떠나본 적 없는 엠버에게 갑자기 나타난 ‘물’ 남자 웨이드는 예상 밖의 날벼락과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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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드와 앰버는 파이어 플래이스를 지키기 위해 분주하게 해결 방법을 찾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는, 서로의 영역을 벗어난 상대의 영역에 조금씩 발을 들이게 됩니다. 앰버는 생전 처음 물-지하철을 타고, 유리로 만들어진 빌딩숲 사이를 거닐게 됩니다. 웨이드는 상상도 한 적 없을만큼 뜨거운 음식을 입안 가득 넣어보기도 하지요. 그들 사이에서 사랑이라고 정의할 감정이 싹튼 것은 놀랍지 않은 일입니다.


서로가 너무나 다른 원소라는 이유는 극 중에서 둘 사이의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서로가 꺼지거나 끓어버릴까 손을 잡지도 못하니까요. 하지만 호수 위를 달려 무지개를 일으키는 웨이드를, 앰버는 기꺼운 표정으로 눈에 담습니다. 모래로 유리 꽃을 만들어내는 앰버의 모습은 웨이드에게 사랑스러운 경탄을 불러일으키지요. 그들에게 ‘다름’은 장애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놀라움과 새로움, 아름다움과 경이를 선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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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안되는 이유는 백만가지지만 나는 널 사랑해.”
 

 

웨이드는 앰버네 가게에 출입이 불가능하고, 그들은 물과 불이고, 웨이드가 앰버의 파티를 망쳤습니다. 그들이 안되는 이유를 세어보면 끝이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큰 문제인가요? 영화를 관람하는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는 부분은 그들의 다름이 너무나 무거워서가 아닌, 그들이 다름을 소리내 외치는 부분이 용감하기 때문입니다. 가끔 우리는 스스로를 괴롭히던 문제들을 입 밖으로 내어보면, 정작 그것들이 얼마나 사소한지 알 수 있습니다. 원소가 원소를 사랑하는데,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다른 것은 얼마나 사소한 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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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멘탈>은 원소들로 표현되었지만 우리는 다양한 원소들이 다양한 인종 혹은 국적에 대한 은유임을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예술 작품의 오랜 매력 중 하나는, 현실에 없는 것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필연적으로 현실을 반영한다는 사실이지요. <엘리멘탈>의 모습은 우리 사회와 꼭 닮았습니다. 우리는 자주 다름을 두려워합니다. ‘다름’이란 ‘틀림’으로 곡해되기도 하고, 우리의 것을 뺏어갈 위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앰버와 웨이드는 다름을 입 밖으로 꺼냈고, 용기내어 서로의 온도를 받아들입니다.

 

사랑은 다름에서 피어나는 것입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의 반쪽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은 분명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만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앰버와 웨이드가 함께였기 때문에 물 깊이 잠겨버린 비비스테리아의 눈부신 개화를 한껏 눈에 담을 수 있었던 것처럼요.

 

 

[박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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