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눈이 즐거운 썰 보따리 한 가득! - 예썰의 전당 [도서]

도서 [예썰의 전당]과 함께 토론하며
글 입력 2023.06.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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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그려진 그림, 지어진 음악, 세워진 건축물 앞에서 알 수 없는 감동과 벅차오름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예술 작품에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전해지는 작가의 생애와 시대가 깃들어 있기 때문 아닐까?

 

KBS 화제의 교양 프로그램 [예썰의 전당]은 미술사학자 양정무 교수, 정치학자 김지윤 박사, 피아니스트 조은아 교수, 역사학자 심용환 교수와 함께 미술, 음악, 문학, 건축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각각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흥미롭고 입체적으로 풀어내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예썰의 전당]에서 소개된 여러 예술 작품 중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서양미술을 주제로 엮었으며,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20세기 파블로 피카소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17인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시대순으로 전개되는 작가와 그들의 뒷이야기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곁들여져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예술과 시대의 흐름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각 장의 끝에 작가가 건네는 한 문장은 때로는 생각할 거리를, 때로는 위로를 주어 처음 서양미술을 접하는 독자들은 물론 평소 서양미술에 관심 있던 독자 모두에게 신선하고 따뜻하게 다가올 것이다.

 

 

 

# 재밌는 이야기 들려주세요!


 

KBS에서 우연히 마주친 <예썰의 전당>이라는 프로그램. 하나의 작품을 학제적으로 분석하여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이 프로그램은 그림 속 이야기를 사랑하는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림도 사람이 그린 하나의 사물이기에 그 사물에 깃들어 있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것은 참으로 기쁘고 중요한 추억이 아닐 수 없었다.

 

<예썰의 전당> 자체를 즐겨본 난 이번 도서 <예썰의 전당>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내가 빠졌던 ‘예술의 썰’의 향연을 이 글을 읽은 독자 여러분도 어렴풋이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해 보고자 한다.

 

정말 다양한 작가들이 등장한다. 다빈치, 뒤러, 루벤스,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등 우리가 이름을 절대 모를 수 없는 작가들의 썰풀이가 이어진다. 총 17인의 작가들 중 기존에 잘 알고 있고 좋아했던 작가가 있는 반면, 작품은 알지만 작가 개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던 챕터도 존재했다. 각각의 경우를 이 글 안에 담아보며,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도 새로운 예술의 썰의 세계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디에고 벨라스케스. 그는 그림 속 스토리를 담는 스토리텔러다. 나는 화가의 이야기와 메시지가 바로 느껴지는 그림들을 사랑하는데 벨라스케스는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작가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그리고 <예썰의 전당>에서도 소개한 그의 이야기를 한 가지 소개해 보고 싶다.

 

벨라스케스는 모든 인간으로부터 존엄을 찾아낸 작가이다. 작품 <달걀을 부치는 노파>를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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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을 노릇노릇하게 튀기며 소년에게 건네는 노파의 모습이 보인다. 주변 배경이 어둡기 때문일까. 노파의 모습은 빛났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자잘한 눈주름, 부침개를 들어서 소년을 가리키는 작지만 다부진 손. 그 모든 요소들이 그녀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한 가지의 포인트를 더 이야기해볼까. 왼편에 존재한 소년은 관람객들을 바라보고 있지만 노파는 소년만 바라보고 있다. 이로 추측하건대, 아마도 소년의 아버지가 주인으로 있는 집에 하인으로 있는 노파의 이야기를 담은 것 같다. 중요한 건 그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부자 소년이 아닌 노파라는 것이다. 그림의 주인공이 ‘늙은 노파’라니! 벨라스케스의 숨겨진 의도는 대체 무엇일까.

 

그 당시 하인들을 그린 작품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벨라스케스는 유대인이자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강한 신분 상승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자신의 신분 상승 욕구를 펼치기 위해 그리고 자신과 동일한 처지에 있는 하층민들의 솔직한 모습들을 화폭에 담아낸 것이다. 자신만을 위한 그림이 아닌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던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큰 그림.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다음 그림은 이것이다. 바로 <앉아 있는 난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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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난쟁이를 그린 또 다른 작품들을 살펴보며, 난쟁이들의 짧은 하체를 더욱 강조하는 식의 화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벨라스케스의 작품인 <앉아 있는 난쟁이>에서는 얼굴과 시선에 방점을 찍어서 조금 더 위엄 있는 느낌을 살렸다. 거의 왕실의 초상화라고 해도 될 정도의 웅장함은 난쟁이들의 신체적인 약점인 왜소함을 감소시키고 그들도 존중받을 수 있는 한 명의 인간임을 나타냈다.

 

벨라스케스를 볼 때마다 난 우리나라의 김홍도가 떠오른다. 조선시대 후기 평민들의 소소한 삶을 화폭에 담은 풍속화 화가이다. 조선 후기엔 평민들과 중인들의 신분 상승 욕구가 증가하면서 그들의 의사와 의견이 문학과 예술에 표현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김홍도 또한 평민들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민중의 스토리를 담은 두 작가, 김홍도와 벨라스케스. 특별히 그들이 후세에 빛나는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마음에 우리가 철저히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착한 예술이라는 것은 이런 것 같다. 따뜻한 스토리를 담고 관람객의 시선에서 공감 포인트를 내보이는 그림. 그러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더 많이 생기길. 혹여나 그런 작가들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면 이 <예썰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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