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늘의 당신에게 말을 건네다, 예썰의 전당 - 서양미술 편

글 입력 2023.06.0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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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관련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미술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나는 이를 두고 스스로 가지지 못한 재능에 대한 동경의 표현이라 말한다. 나 자신이 미술 작품을 남길 수 없으니, 멋진 작품을 남긴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그림의 영역에 가까워지려는 것이다. 따라서 유독 예술에서만큼은 같은 예술가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어도 질리지 않다.

 

그래도 책마다 가지고 있는 구성에는 꽤 관심을 두는 편이다. 같은 이야기일지라도 풀어내는 방식은 퍽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책 <예썰의 전당 - 서양미술 편>은 '말'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예술가들의 삶을 조망하고 있다. 각각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삶이 창조해낸 작품들을 감상한 후, 현재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끝으로 다수의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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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의 예술가들 중 나는 에드바르 뭉크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뭉크라는 이름을 들으면, 꽤 많은 사람들이 <절규>라는 작품을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뭉크는 절규였다. 오묘한 색감과 기이한 형태가 다소 소름 끼치는 느낌을 자아내는 이 작품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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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은 뭉크 자신이다. 뭉크가 자신의 고향이었던 현 오슬로, 당시 크리스티아니아에 위치한 에케베르그 언덕에 올랐을 때 느꼈던 감정을 회상하며 그린 그림이다. 그날 그는 친구 두 명과 함께 길을 걷다, 석양이 지는 하늘을 보게 되었고 그 순간 자연을 관통하여 들려오는 거대하고 끝없는 비명을 느꼈다고 한다.

 

자연을 관통하여 들려오는 비명이라는 문구를 통해 우리는 뭉크 역시 정신 질환을 앓았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뭉크의 삶은 죽음으로 점철되어 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을 겪으며 상실을 뼈에 새겼던 뭉크를 위로했던 것은 그림이었다.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를 치유했던 그는 화가로서의 성공을 꿈꾸며 파리에 입성한다. 그곳에서 내로라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보며 자신만의 화풍을 다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림에 감정을 넣는 시도를 하게 된다.

 

따라서 뭉크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아름답지 않다. 인물의 생김새를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화폭에 담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그림 전반에 걸친 상황이 주는 감정, 그때 자신의 느끼고 생각한 것을 그리는 일에 몰두하였다. 누구나 그림만 보아도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다만 시대는 그런 뭉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비난과 혹평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알코올중독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이대로 자신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두 발로 정신병원을 찾았고, 치료 이후 도전한 오슬로 대학교 벽화 공모전에 참가하여 기존과는 다른 분위기의 <태양>을 남기게 된다.

 

뭉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예술로 삶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내 그림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 - p.318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곁에 뭉크는 없지만 그의 작품은 지금도 우리에게 말을 건네다.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아직도 뭉크의 그림을 보고 저마다의 감정을 느낀다. 뭉크 자신이 했던 말처럼, 그의 그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믿는다.

 

책 <예썰의 전당 - 서양미술 편>에는 뭉크 외에도 마티스, 피카소 등 친숙한 예술가들이 다수 등장한다. 각 예술가들이 어떤 삶 속에서 어떤 작품을 탄생시켰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은 꽤 흥미로운 일이다. 더불어 각 예술가들이 던지는 고유한 질문을 찾아보는 것도 이 책만이 가진 재미라 말할 수 있다.

 

책 <예썰의 전당 - 서양미술 편>을 읽으며, 그들과 세월을 뛰어넘는 대화를 나눠보기 바란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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