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이프랜인천타운: 메이드 인 인천 [미술/전시]

보안 1942(통의동 보안여관) 기획전시
글 입력 2023.06.0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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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1942 (통의동 보안여관)


 

보안여관43700.jpg

정재호, <월미도 기념비 >, 2003, 캔버스에 목탄, 아클릴릭, 60x73cm.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휴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목적 없이 걷다 낡은 오픈 갤러리를 발견했다. “보안여관”, 갤러리는 여관의 간판을 달고 인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인천이라니.


보안 1942는 1942년부터 약 60년간 여관으로 운영되던 통의동 보안여관을 재활용한 공간으로, 여관이라는 틀을 유지한 채 2007년부터 예술공간으로 활용된 곳이다. 여관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내부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보안 1942만의 독특한 전시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사라져 버린 근대 문화의 아쉬움을 아는 듯, 옆으로 들어선 보안 스테이가 여관의 기능을 잇고 있다.


보안 1942에서는 동시대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와 함께 보안여관만의 기획전시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방문할 당시에는 《마이프랜인천타운: 메이드 인 인천》(2023.04.14-2023.05.14.)이 진행되고 있었다. “메이드 인 〇〇”은 보안 1942에서 기획하는 지역 조망 전시 시리즈로, 중앙과 변방을 나누는 이분법적 시선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찾고,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고안되었다. 보안여관에서 주목한 올해의 지역은 '인천'이다.

 

 


《마이프랜인천타운: 메이드 인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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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프랜인천타운: 메이드 인 인천》 포스터

 

 

서울 근교의 항구지역인 인천은 개항의 도시로서 광역시의 이름을 달았지만, “인천광역시” 그 자체보다 오랜 시간 ‘서울과 타 지역을 잇는 관문’, ‘위성도시’ 정도로 여겨졌다. 실제로 인천은 서울과 가장 가까운 도시이지만, 여전히 중앙과 변방 그 어디쯤에 서 있는 듯 보인다.


[보안 1942는 《마이프랜인천타운: 메이드 인 인천》을 통해 “인천광역시만의 독자적인 상징성”에 주목한다. 한국 근현대 격동의 역사를 품고 있는 인천이라는 도시의 변화 발전, 그 안에서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주민들과 국내 팔도 사람들의 노동력이 모여 형성된 독특한 생활권과 문화, 융화의 과정을 전시로써 선보인다. 참여작가들은 사진, 설치, 아카이브, 영상, 회화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천과 관련된 화두를 재해석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인천으로부터 파생된 기억을 상기시킨다(동인천탐험단, 리금홍, 박지혜, 이수영, 정재호).] - 전시 소개글 참조/박승연(보안 1942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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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금홍, <짜장면 조리법을 알려주세요>, 2009, 사진, 메모, 가변크기.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구관 1층에서 2층까지 이어지는 ‘짜장면’에 대한 것이었다.

 

리금홍은 인천 차이나 타운 화교들의 고향인 산둥 반도 옌타이시에 방문해 현지인들에게 짜장면 조리법을 알려달라는 전단지를 돌리고, 이중 ‘마차오’라는 대학생에게 받은 메일로 작품을 제작했다. “자장면의 생산 방식”이라는 제목의 메일은 작품이 되어 프린트 아카이브의 형식으로 벽에 붙어있었다(<짜장면 조리법을 알려주세요>(2009)). 옆방에서는 라면 봉지로 만든 치파오를 입은 작가가 자장면 조리법을 소개하는 장면이 펼쳐졌다(<자장면의 생산방식>(2009)).


이수영은 현관 앞 신문지로 싸 내놓은 빈 그릇을 보며 느낀 감정에서 비롯된 <아픈 짜장면>(2009)과 옌타이시에 네비게이션이 달린 철가방을 들고 짜장면을 배달 간 여정을 선보인 <떠도는 짜장면>(2009)을 선보였다.


건조하게 벽에 붙은 짜장면 조리법, 자동번역된 어색한 한국어, 네비게이션을 따라 작제목처럼 떠도는 철가방과 비쩍 말라 끊어져버린 짜장면, 반창고를 붙인 짜장면, 어설픈 바느질로 꿰매어진 짜장면... 두 작가가 서로의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한국의 음식으로 번역된 중국 음식 '짜장면'이 인천이라는 지리적 공간 안에서 하나의 문화로써 독자적 영역을 확보했고, 뿐만 아니라 지리적, 인식적 경계에 대해 상기시키는 소재가 되었다는 사실에 놀랐을 뿐이다.


경기도에서 나고 자라 서울과 경기만을 오간 내가 인천에 대해 상기할 기억이 있을까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짜장면과 차이나타운이라는 화두만으로도 인천, 중국, 짜장면, 번역, 경계, 혐오의 문제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인식의 문제가 지리적 경계보다도 강하게 지역과 문화를 한계 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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