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드나잇 뮤지엄 – 파리 [도서]

글 입력 2023.05.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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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표지] 미드나잇 뮤지엄(파리).jpg


 

[미드나잇 뮤지엄: 파리]의 작가 박송이는 12년간 파리에 살며, 직접 방문한 130여 개의 미술관과 박물관 중 가장 인상적인 미술관을 소개한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는 40개의 작품은, 작가 개인은 물론 많은 관람객이 유독 감동하고 위로받은 그림들로 엄선했다.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 박송이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주요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 사조와 화가들의 특징, 영향을 주고받았던 인물과 작품, 세계사적 의미 등을 자연스럽게 기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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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에 자리를 잡은 지 두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고흐는 테오에게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고 싶어"라고 전한다. 여름을 지나며 고흐는 〈밤의 카페테라스〉를 그렸는데, 별이 있는 밤하늘 부분을 그리며 큰 즐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곧 더 큰 면적의 밤하늘이 그리고 싶어졌고, 그해 가을에 탄생한 그림이 바로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 서른여섯, 고흐는 드디어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며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그리는 데 성공한다. 요양원에서는 자유롭게 산책하러 나갈 수 없어 마을 풍경은 상상하며 그려 넣었지만, 병실 창문 너머로 반짝이는 밤하늘은 고흐를 꿈꾸게 했다. 일렁이는 색채와 반짝이는 별빛에 담긴 고흐의 충만한 감정은 외롭고 고독했던 화가의 삶에 몇 번 찾아오지 않았던 행복이었다.] _"'낮보다 아름다운 밤을 그리고 싶어': 빈센트 반 고흐,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본문 30~33쪽)" 중에서


책 표지 그림도 그렇고, 주황, 노란색으로 ‘빛’을 표현한 그림을 보면 사뭇 마음이 편안하다. 고요함과 조용함이 느껴져서다. 옛날엔 맑은 구름, 투명한 바다, 한낮을 좋아했다. 노을이 좋다는 몇 살 터울 지인의 말엔 왜 좋냐고 대꾸하고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곧 보이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밤엔 더욱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에 우연히 친구의 집에 놀러 가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강 너머의 야경에 반했다. 그 뒤로 줄곧 저녁마다 버스에 올라타선 창가 쪽에 앉아 그 찰나를 구경하고, 건물의 높은 층에 올라가 촘촘한 빛의 야경을 보고 오곤 한다. 태양이 넘어가고 달이 뜨는 밤, 풍경이 강이던 바다이던 도시던, 밤도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바다 뷰도 좋지만, 야경이 멋진 곳에서도 살고 싶다. 고흐의 작품엔 내가 좋아하는 밤과 별이 풍부하게 물들어 있다. 그도 그랬을까? 계속 눈에 담아내고 싶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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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드 라투르의 <사기꾼>. 세 번째에 있는 여성의 표정과 눈을 보고 웃음과 함께 이야기가 궁금해진 그림이다.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 있고, 금화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청년만 모르고 있는 눈치다. 게임에 심취해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지 못하는 청년의 모습을 통해 도박과 술, 이성의 유혹에 넘어간 사람의 아둔함을 꼬집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간혹 이런 재미있는 그림을 보면, 반갑다. 취향저격. 많은 이해와 상상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보이는 그대로 웃기기도 한 작품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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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로랑생의 <스페인 무회들>. 로랑생의 그림에서 여성과 동물은 가장 주된 주제로, 이들은 서를 끌어안거나 교감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뒤편엔 말, 가운데엔 강아지가 있다.


연기 같기도 하고, 바람이나 촛불이 연상되는 그림이어서 신기하다. 강조된 눈이 꼭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처럼 보이는 데다 전체적으로 묘하게 부드러운 느낌을 주면서 시선을 계속 뺏는다. 가운데 분홍색 튀튀를 입은 이가 화가 자신이고, 이별과 외로움, 향수를 견뎌야 한 감정의 무게를 녹인 작품이다.


어딘가로 휙 날아갈 것 같지만 어쩐지 파란색과 분홍 색감으로 지긋이 눌러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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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하기에 완벽한 순간.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파리의 거리, 비오는 날>의 작품 위에 써진 글귀이다. 완성작을 그리기 전에 작업한 습작 버전이라 인물의 얼굴은 비어 있고, 붓 터치는 거칠지만, 오가는 사람을 직접 보는 것 같은 착각과 흐리고 습한 비오는 날의 공기를 담아낸 완벽한 작품이 되었다는 뜻일 테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흐린 날씨에 축축한 비가 내리고 있어 더 현실감이 있다. 글귀를 상기하면서 작품을 다시 한 번 봤다. 습작과 완성작을 비교해서 보니, 사람들의 표정이 그려지지 않은 습작이 ‘비어있어 상상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는 것 같아 더 완벽해 보였다.


완성작의 여인과 남자의 표정은 내가 상상한 표정과 사뭇 달랐다. 습작에서는 뚜렷하지 않은 특징과 시선 정도만 느껴져 표정을 상상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완성작의 표정을 보니 열린 결말인 줄 알았던 영화가 닫힌 결말로 끝난 것 같은. 단정 지어져 되려 조금 아쉽게도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어서 작품 위에 쓰인 ‘불완전하기에 완벽한 순간’이라는 글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에겐 (단정 짓는) 뚜렷한 목표도 중요하지만, 자율성과 상상 이라는 무한함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다. 올 초, 욕심나는 자격증을 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욕심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해야 할 것만 같아서? 그러다 계획이 몇 번 무산되니, 내가 너무 하나에만 몰두하고 있었나보다 세상은 그 하나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잇따랐었다.


계획 세우기의 단점이었다. 몰두하다가 주변의 다른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결국 깨달음 하나를 얻고 계획을 엎었다. 흘러가는 대로, 기회가 닿는 대로, 내가 가는 대로 이어진 길을 따라 가련다 생각한다. 자율성도, 열린 결말도, 불완전하지만 그런대로 완벽한 순간일 거다. 2022년 버전의 내 행복 저금통의 결말을 다시 떠올려 본다.


“기대했던 일은 현실 앞에 폭삭 무너지고, 기대 없던 일은 생각 외로 괜찮을 때가 많더라. 그러니 시작이 전부인 양, 또는 결말이 전부인 양 생각해 버리지 말기.”


예뻐서, 재밌어서, 눈이 가서, 궁금해져서란 각가지 이유로 집어낸 네 가지 작품이었다. 이 외에도 책 <미드나잇 뮤지엄 – 파리>에는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오랑주리 미술관, 퐁피두 센터 등에 있는 여러 작품들을 담아냈으니, 함께 향유하며 위로와 힘을 얻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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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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