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대클래식음악은 왜 불편함을 줄까? - 앙상블블랭크 작곡가는 살아있다 [공연]

글 입력 2023.05.09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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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모차르트, 쇼팽. 왜 우리가 듣는 클래식 음악의 작곡가들은 대부분 죽었을까?

 

공연 <앙상블블랭크 작곡가는 살아있다>는 살아있는 현대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에 주목한다.

 

대중들은 고전 클래식을 미적 기준으로 여긴다. 보다 감미롭고 친절하고, 익숙하기 때문에 아름답게 그러는 경우가 많다. 반면, 현대 클래식 음악은 매우 낯설고 어렵게 느낀다. 귀를 시끄럽고 불편하게 하는 듯 하다.

 

하지만, 현대 클래식 음악도 몇 백년이 지나 역사 속으로 가면 이 또한 '전형적'인 음악이 되지 않을까?

 

Fury I for Double Bass Sob (2005) - 공연의 첫 순서로 더블베이시스트 유이삭이 연주한 독주곡이다. 어두운 무대 위에 유일한 조명 아래 더블 베이스 소리를 탐구하는 자가 있다. 연주자의 몰입한 표정과 사나운 활시위는 하나의 액션 영화를 연상케 한다.

 

더블 베이스를 비단 현악기에 국한하지 않는다. 치고, 때리고, 부시는 등 현을 다루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악기의 활이 끊어져 활 털이 거친 연주에 휘날린다. 마치 광활한 평야를 달리는 말꼬리와 같이 야생적으로 소리를 실험한다.

 

La Barque Mystque (1993) - 모든 악기의 선율이 끊김없이 연결해서 하나의 마이너한 흐름을 만든다. 빠르게 증가하다 감소하는 폭을 가진다. 종종 유리가 깨지는 듯한 비예측적인 소리는 혼란한 정서를 가중시킨다. 특히, 퍼커션이 만드는 소리는 물 속에 잠겨 생각에 잠긴 듯한 기분을 준다.

 

Satka (2008) - 'Satka'는 6인 그룹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용어로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 축제에서 세계 초연되었다. 급박한 속도로 끊임없이 상승하고 추락하며 붓점, 호흡 등의 기교가 인상적이다. 특히, 제스처와 침묵의 행위도 음악의 일환으로서 함께 하고 있다.

 

Geste 1 (2022) - 플룻, 클라리넷 등 관악기를 활용하는 방식이 낯설었다. 관악기가 만드는 호흡도 연주의 소리로 간주하는데, 악기를 부는데 소리가 아닌 호흡만 들린다. 클라리넷 또한 특정한 음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닌 마치 어딘가에 부딪힌 듯한 사물의 소리를 내는 듯 하였다. 어디서 어떤 소리가 날지 예측하기 어려워 오히려 감상의 집중도를 높였다.

 

현대음악의 전위성은 새롭고 신선함을 주지만, 이러한 낯선 방식의 음악은 관객에게 불친절함과 낯설음으로 다가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새로움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지만, 대부분의 대중들은 진입장벽으로 느낀다. 나조차도 공연의 마지막 순서로 바흐의 곡이 연주될 때 편안함을 느꼈고, 연주자의 표정 또한 더 편안해보였다.

 

하지만, 어딘가 불편하고 낯선 기분을 추적하다보면 정말 현대 클래식 음악의 진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현대성과 전위성 또한 100년이 흐르면 고전이 될 것이다. 이렇게 낯설음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살아있는 작곡가들의 초연을 들은 것이 시간이 지나 역사의 한 장면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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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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