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정한 아름다움을 조각하는 사람들 - 분자 조각가들

글 입력 2023.05.0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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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스토리 <어쩌다 어른> 화제의 과학자 백승만

의약품 개발의 최전선에 있는 화학자가 들려주는 신약 개발의 역사와 숨겨진 뒷이야기들

 

신약을 개발하는 화학자들은 분자를 조각하는 현대의 연금술사들이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을 깎아 피에타상을 조각하는 것처럼, 분자 조각가들은 화합물에 탄소, 수소, 산소 같은 원자를 붙이거나 제거하고, 커다란 분자를 연결해 형태를 만든다. 하지만 분자 조각가들의 최종 목적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조각한 화합물이 나쁜 단백질에 찰싹 달라붙어 기능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이런 화합물을 약이라고 부른다.

 

[분자 조각가들]은 신약 개발의 최전선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과학자가 새로운 약이 창조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신약 개발 방법과 최신 트렌드에 정통한 의약화학자인 동시에 약학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의 역사를 다루는 인기 교양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신약 개발의 과거와 현재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생명을 살리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화학자들이 절묘하게 분자를 조각하고 이어붙이는 과정을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 그림과 비유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약을 먹을 때마다 한 알의 약 뒤에 숨은 분자 조각가들의 치열한 고민에 경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진정한 아름다움을 조각하는 일이란?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참 많다. 눈부신 햇살, 날 스쳐 지나가는 바람, 그리고 싱그러운 향기까지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심상이 떠오른다.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늘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는 질문 중에 하나인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궁금증을 안고 살아가지 않을까.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 것인지 도서 [분자 조각가들]은 ‘화학’을 통해 답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이러하다. 바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햇살과 바람 그리고 향기를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한 것처럼 사람들은 나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를 아름답다고 판단한다. 아름다움에서 행복을 찾고, 행복에서 나의 이익을 찾는 우리. 이러한 우리의 모습이 되기까지 많은 이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제목 때문인지 미술과 관련되어 있는 서적으로 오해했다. ‘조각가’라는 표현이 미술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이기도 하고, ‘분자 조각가’라는 용어 자체도 새롭게 다가와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감을 제대로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감은 저절로 돌아왔다.

 

‘분자 조각가들’. 그들은 분자를 새로운 형태로 조립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화학적 물질을 발견해 놀라움을 준 사람들도 대다수였다. 대표적으로 현재 해열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타이레놀’의 탄생 배경이 가장 큰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 이유는 타이레놀이 우리 시중에 나오지 못할 뻔한 배경이 이 책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해열 진통제의 대명사인 ‘타이레놀’이 개발되는 과정은 여러 사건을 거치며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타이레놀의 선조 격이 되는 의약품인 ‘아세트아닐라이드’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조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잘못된 약물이 전달되면서 해열 효과가 발견되었다. 아세트아닐라이드를 발전시킨 4-아세트아미노페놀은 뛰어난 해열/진통 효과에도 불구하고 개발 당시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견되어 약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에 부작용이 발견된 실험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져서 오늘날의 타이레놀이 탄생했다.

 

해당 부작용은 아세트아미노펜과 관련된 화합물의 구조와 연관이 있다. 4-아미네폴과 동일하게 OH 분자 구조를 지니고 있었기에 메트헤모글로빈 빈혈증과 아세트아니라이드의 부작용이 그대로 따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부작용을 발견한 실험이 사실을 명백히 짚어주었기에 우리는 지금 열이 나도 편하게 약국 또는 편의점에서 타이레놀을 처방받아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타이레놀이 발견되기 훨씬 이전부터 화학자들은 해열제 성분을 지닌 화학 물질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또는 연구에 실패하면서 끝까지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고자 그리고 조각하고자 노력했기에 지금 아름답고 행복한 의학적 풍경이 펼쳐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2020년 코로나19가 한국을 뒤흔들었다. 물론 지금은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되고, 많은 이들의 일상이 회복되고 있어 많이 기억을 잃었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당시의 혼돈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 혼돈의 중심에는 늘 백신이 있었다. 신약 개발에 다들 이목을 집중했기에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영향을 받았다. 대학교 입시 때 약학과의 지원자가 급증하는 사례 혹은 의약과 화학 기술에 대한 관심도 증가 등 사람들이 분자를 조각하는 일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것은 거의 확실했다.

 

도서 <분자 조각가들>은 최근에 유행하는 신약 개발 트렌드도 다룬다. 화학자들이 생물학자, 동식물 학자, 인공지능 개발자와의 협업으로 이루어낸 성과도 소개한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 과정에서 어떻게 최신 의약화학 기술이 사용되었는지, 그리고 그 기술이 미래의 신약 개발 과정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마지막으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나도 그랬듯이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도, 아름다운 것 중에는 당연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이유는 그리고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생각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자 조각가들’ 덕분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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