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보물창고 - 라키비움J 다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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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후, 그림책에 관심이 생겼지만 관련 지식이 없어 막연히 아동도서 코너만 빙빙 맴돈 적이 있다. 그러다 그림책 잡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라키비움 J 다홍>을 접했다.
<라키비움 J>는 2018년 12월에 창간된 어린이와 어른 독자를 모두 생각한 ‘그림책 매거진’이다. 이 잡지는 매호 색깔로 이름을 짓는데, 이번 호는 ‘다홍’을 테마색으로 했다.
<라키비움J 다홍>은 표지부터 강렬한 인상을 준다. 책을 읽는 아이의 곁에 전통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익살스럽게 그려져 있다. 표지를 넘기면 산뜻하고 강렬한 다홍색 내지가 드러나는데, 그림책을 다루는 잡지답게 산뜻한 편집과 예쁜 그림들이 곳곳에 배치 돼 있어 보는 재미를 준다.
라키비움엔 ‘아르고스’란 코너가 있는데, 이는 그리스 신화 속 눈이 100개 달린 괴물처럼 한 권의 책을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보는 코너다. 이번 호 아르고스에선 2022년 칼데콧 상을 수상한 Mell Fell이란 책을 다뤘다.
이 책은 물총새인 ‘멜’이 물고기를 잡기위해 절벽 아래로 추락해 다시 날아오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Mell Fell의 저자 인터뷰부터 시작해 번역본의 제목을 번역하는 과정, 작은 존재의 성장에 대해 다룬 그림책을 소개하는 코너, 책의 판형,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이야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Mell Fell이란 책이 담은 메시지와 이를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들어갔다는 점이었다. 작은 존재가 한계를 뛰어넘어 성장한다는 주제의식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림책 하나로 다양한 담론을 할 수 있단 점이 순수한 감동을 주었다.
[“아이들의 성장은 보호자의 부재에서 시작한다. 어떤 영화나 이야기든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가 되거나, 보호자가 자리를 비웠을 때 사건은 시작된다. (...) 그림책을 읽어 주는 양육자가 옆에 있더라도, 아이의 도전은 혼자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 p.61
이 잡지엔 <아르고스>외에도 다양한 글들이 보물처럼 줄지어 있다. 사실을 전달하는 ‘논픽션 그림책’에 대한 기사, 다양한 그림책 작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림책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다.
또한, 그림책을 활용한 숲 놀이, 그림책을 기록하는 방법 등 그림책을 향유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이 외에도 그림책과 문해력에 관한 칼럼, 언어발달속도가 느린 아이를 위한 그림책 양육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경험과 반추가 담긴 기사가 수록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림책이란 그저 예쁜 그림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얕은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그림책은 어린이 뿐 아닌 모든 연령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책이다. 그림책에는 다양한 세계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라키비움 J>를 읽고 다채롭고 뛰어난 그림책들을 알게 되었고, 그림책을 향유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림책 뿐 아닌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라키비움 J>가 그림책이란 보물을 찾는 지도가 되어 줄 것이다.
[김민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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