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렉트릭 사운드가 빈약하게 느껴진다면 [음악]

글 입력 2023.05.0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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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과 최신 K-POP 음악을 듣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최근의 음악들은 사운드적으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EDM 기반의 장르가 주를 이루며 메인 악기로 사용되는 신스 계열의 사운드가 실제 악기들에 비해 빈약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컴퓨터음악이 음악 시장의 메인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비용 절감, 두 번째는 새로운 사운드를 무한으로 창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음악 평론가들은 70년대 후반 디스코를 필두로 한 컴퓨터음악의 등장을 대중음악사의 큰 혁명으로 꼽는다. 공연장은 밴드 구성원 전체에게 지급해야 했던 일당을 DJ 한 명에게만 지급하면 되어 일반 대중들이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비용이 크게 절감되었고, 전문적인 음악 지식이 없어도 음원 제작이 가능해지며 수많은 신예 아티스트들이 등장했다.


이러한 점들로 대중음악을 이끄는 주류 장르가 어쿠스틱 위주의 밴드 음악에서 컴퓨터음악 위주의 EDM으로 변화한 것이다. 나 역시 컴퓨터 음악이 더욱 다양한 사운드를 생산할 수 있어 다채로운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이러한 사운드가 오히려 어쿠스틱 악기에 비해 빈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시절의 버스커버스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카페에서는 장범준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통기타 소리와 하모니카 소리가 유난히 편안하게 들린다. 어쩌면 한 음악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버스커버스커’의 등장에 전 국민이 열광했던 이유는 전자음악이 위주인 현대 대중음악에서 듣기 편안한 어쿠스틱 음악이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는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과 이무진의 ‘신호등’의 히트가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느껴진다. ‘사건의 지평선’은 오랜만에 등장한 밴드 세션의 음악이었고, ‘신호등’은 이러한 밴드 세션에 피아노와 브라스 등이 어우러져 어쿠스틱 음악도 충분히 다채롭고 세련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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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브루노 마스가 내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원한 가창력과 수많은 명곡이 지금의 브루노 마스를 세계적인 팝 스타로 만들었지만, 이러한 그의 이미지를 확립시킨 것은 브라스 밴드와 함께하는 화려한 편곡과 무대 장악력이다.

 

브라스 편곡 위주의 펑크 팝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는 친근함을, 파워풀한 음색으로 곡을 이끄는 에너지에 신세대들은 새로움을 느꼈을 것이고, 브루노 마스는 세대를 아우르는 월드 스타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브라스 세션이 가미된 음악이, 어쿠스틱 악기로 구성된 음악이 절대적으로 풍요로운 사운드만을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일렉트릭 음악이 무게감이 없는 것 역시 아니다. 이러한 것들을 적절히 섞어 더욱 풍요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은 오래전부터 수많은 뮤지션에게 숙제처럼 남겨져 무수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태지 '소격동'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들은 서태지의 가장 최근 정규앨범인 ‘Quiet Night’의 곡들이다. 이 앨범의 대표곡인 선공개 곡 ‘소격동’과 타이틀 곡 ‘christmalo.win'은 록 기반의 음악에 일렉트릭 신스 팝적 요소를 섞어 호불호가 갈림에도 사운드 자체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할 만큼의 연구와 실험적 노력이 느껴진다.


아이돌 음악에서는 스트링 사운드를 특유의 컨셉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시도들이 이어지다가, 최근에는 클래식 넘버들을 샘플링하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본래 EDM의 시작과 함께 탄생했던 힙합 장르 또한 최근에는 피아노, 통기타 등 어쿠스틱 악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어쿠스틱 힙합’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신시사이저를 기반으로 한 일렉트릭 사운드는 정점을 찍었다고 할 정도로 현재의 기술력으로 구현할 수 있는 사운드들은 모두 들려주었다. 이제는 이러한 것들을 얼마나 조화롭게 섞어 풍요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프로듀서들이 가져야 할 핵심적인 역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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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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