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예술이 뭘 할 수 있는데? - 몬순

글 입력 2023.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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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연극 <몬순>을 보았다.

 

처음이라 찾아가는 길이 조금 어려웠지만 늦지 않게 도착해 편의점 샌드위치로 요기하고 마당의 벤치에 앉아 입장 시간을 기다렸다. 카페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카페 없으니 깨끗한 마당이 좋다는 생각이 둘 다 들었다. 붉은 극장 건물의 강렬함과 인조 잔디의 초록색이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몬순>은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전쟁을 떠올리게 했다. 공모부터 본 공연에 1년의 시간을 들였다는 게 대단하다. 워크숍에 독서 모임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만든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창작극, 특히 동시대의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이라 무척 기대가 컸다. 전쟁이라는 거대 담론을 개인으로 끌어내려 먼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여기 사는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곱씹을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난민 문제나 전쟁 관련한 이슈가 공론화되지 않고 있는데 예술계에서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

 

 

[국립극단]몬순(2023)_홍보사진03.jpg


 

이 극이 신선했던 부분은 예술가라는 존재들이 등장인물로 나온다는 점이다. 사실 전쟁은 예술가에게 상당히 흔한 주제일 수 있다. 미디어 속 예술가는 괴짜 아니면 선비로 묘사되었던 것 같은데. 이곳의 예술가들은 내가 현실에서 본 예술가들을 상당히 잘 재현했다.


특히 새벽. 미디어 아트 졸업작품으로 전쟁이란 주제를 택한 학생이다. 그러나 영영 예술작품으로 전쟁을 표현하는 데 실패하고 만다.


“자꾸 겉도는 느낌이야, 아무리 진실로 가려고 해도” 대사가 정확지는 않지만, 이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 외에 전쟁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이삭, 무용수 문. 이들은 현실의 다양한 논쟁을 예술로 승화해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의 서사는 예술을 창조해 내는 과정에서의 모순, 갈등, 소통을 날 것으로 다 보여준다.

 

나 또한 예술을 창작하는 사람으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국립극단]몬순(2023)_홍보사진05.jpg

 

 

차치하고, 현실의 문제를 예술로 표현한다. 난 이 자체가 현대의 모든 예술가의 고민이 모순이 아닐까 생각했다. 예술은 이성적인 언어라기보다는 상징과 은유로 소통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글보단 이미지, 이성보단 감성, 일상보단 비일상을 재료로 삶을 꾸려가는 이들이다. 그렇기에 현실, 진짜를 표현하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것은 관점이자 주관적이니까. 그러나 여기서 현실의 정의를 확장한다면 현실과 예술의 관계는 또 다른 벽을 넘어선다.


감성, 느낌, 주관성, 꿈 이것들이 과연 현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들이 새벽이 도달하고자 하는 진실, 진짜가 될 수 없는 걸까?


예술이 대체 뭘 할 수 있는데? 라고 묻는다면 이 작품은 '그동안 보이지 않아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하는 듯하다.


전쟁을 예술 작품화하려는 시도는 전쟁이 이야기될 수 있는 필드를 넓히는 시도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동안 이야기되지 못했던 다수를 전쟁의 서사에 끌어온다. 난 이것이 결국 더 많은 개인이 전쟁에 대해 자유로이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예술가들의 방식이며, 예술과 현실을 접속시키려는 무한한 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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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원인인 ‘무기 거래’ 부분을 좀 더 파고들면 어땠을까 싶다. 몬순이라는 회사가 거론되긴 하지만 네이지와 차미의 갈등은 모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상황이다. 무대 배경으로 활용한 비디오 화면의 구성에 거대 담론을 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세 나라를 설정하고 이들이 합쳐지는 결말은 너무도 좋았다.

 

괴로운 현실을 잊기 위해 연극을 볼 수도 있다. 반대로 현실을 잘 알기 위해 연극을 볼 수도 있다. 무겁지만 피하지 않고 생각해 보는 것, 나와 상관없지 않다는 자각의 시간을 가졌다. 수고한 모든 연극인에게 감사를 전한다.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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