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왜 스포츠에 열광할까, 리바운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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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리바운드
지금보다 더 어리고 활기에 가득 차 있던 시절의 주인공 양현은 일기장에 이렇게 써두었다. 어쩌면 골을 넣는 것보다도, 넣지 못하도록 수비하는 것보다도 훨씬 중요한 농구의 한순간. 바스켓에 맞아 튕겨 나온 공을 다시 잡아내는 행위.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한다’, 농구 경기에서 가장 상징적인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 <리바운드>가 개봉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성공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금, 아주 적절한 시기다.
리바운드는 우리가 인생을 대해야 하는 방식을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단 한 순간도 공에서 눈을 떼지 않고 그것을 잡아 달리는 일련의 과정은 목표에서 눈을 떼지 않는 집념과 동시에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뜻하기 때문이다.
부산 중앙고의 기적 같은 연승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조를 완벽히 따른다. 워낙 영화 같은 이야기였기에 오히려 영화는 익숙한 작품으로 창작되었고, 참신함과 충격을 기대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이 작품은 소중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른바 CJ 감성의 -비록 CJ의 작품은 아니지만- , 영화관에서 한바탕 웃고 울고 즐길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잘 만든’ 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리바운드>는 잘 만든 스포츠 영화다. 우리가 이 장르로부터 기대하는 모든 요소가 들어가 있다. 청춘들의 우정과 경쟁, 눈물과 땀, 실패와 성공. 꿈을 향해 어떻게든 달려 나가는 혈기 가득한 모습을 보며 우리는 깊은 감명과 위로를 받는다. 이미 너무 늦은 것 같아 보이는 내 인생도 사실은 그렇게 늦지 않았다고, 멈춰 서지 않으면 된다는 은연의 위로를 건네받기 때문이라.
끝에 다다라서 영화는 실제 인물들의 근황을 소개한다. 또 그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였을, 영화에선 마지막 경기가 되었던 시합을 설명하고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바로 결승 전반에서 16점 차로 뒤지고 있던 중앙고가, 2명이 퇴장한 후반에서 단 10점 차로 경기를 마무리했다는 사실이다.
역전의 기회가 있던 것도, 혹은 아쉽게 패배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감독은 이 점수 차에 집중했다. 왜일까? 감독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어렵지 않다. 이미 제목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리바운드>. 포기하지 말지어다. 삶은 계속되니 실패해도 딛고 일어섭시다. 단순히 팝콘을 먹으며 배우들의 연기를 2시간 감상한 후 극장에서 나갈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가슴속에 새길 수 있는 무언가를 얻고 가라는 간절한 부탁이 담긴 것이다.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면 할수록 우리는 박식해진다. 미술은 그리면 그릴수록 일취월장한다.
그러나 스포츠는 아니다. 실력이 늘지만, 그것이 무한하지 않다. 몸을 쓰면 쓸수록 뼈와 근육은 닳아빠진다. 열정이 클수록 신체가 망가진다. 게다가 아무리 운동을 좋아하거나 재능이 보이더라도, 타고난 신체가 적합하지 않으면 프로 운동선수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바로 그 점, 각개 인간의 신체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도록 만든다. 또 자연스럽게 동경하게 된다. 노력과 재능, 운 세 가지가 들어맞아, 혹은 그것들을 무시하고서라도, 마침내 자기 신체를 망가뜨릴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적으로 허락받은 사람들을 말이다.
육신을 불태워 인생의 순간들을 후회 없이, 또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기꺼이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이들의 남다른 마음가짐. 비단 운동선수뿐 아니라 많은 전문 분야의 이들이 그렇게 끓는 점을 한참 넘은 온도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열정이 부딪히고 튀는 것을 눈앞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은 스포츠만의 특징이다. 종종 기적의 순간들이 찾아들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스포츠를 보는 것을 넘어서서 아예 나의 삶을 선수들에게 의탁하게 된다. 내 인생의 젊음도 함께 태워달라고, 당신들을 지켜보고 응원함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조금 맛보게 해달라고.
<리바운드>는 평범한 우리들의 그 같은 마음을 제대로 충족시키는 작품이다. 특히나 고등학생 정도의, 프로가 아닌 학생들이 보여주는 순수한 마음은 더욱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왜 사람들이 스포츠를 그렇게 즐기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거나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유다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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