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명히 저예산 영화였는데 [영화]

다시 돌아온 영화, <존 윅 4>
글 입력 2023.04.26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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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생활을 청산하게 해준 아내 헬렌이 죽으면서 남긴 강아지 데이지와 함께 살아가던 존 윅. 은퇴 후 조용히 살고 있는데 러시아 마피아 아빠 하나만 믿고 뭣도 모른 채 존 윅의 차를 훔치고, 데이지까지 죽인다. 분노한 존 윅은 복수를 시작한다...는 스토리로 시작한 존 윅 시리즈가 어느덧 4편까지 개봉했다.


개봉 텀이 꽤 긴 편이라 분명 전편을 다 봤는데도 유명한 몇 장면 외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대충 유튜브로 요약을 보고 갔다. 3편을 30분으로 요약한 영상이었지만 중요한 전개만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전 시리즈들을 보지 않았다고 해도 일단 존 윅 시리즈 자체가 스토리라 할 것 없이 액션 위주이기도 하고, 존 윅 세계관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하이 테이블, 표식, 콘티넨탈, 파문 등의 몇몇 개념만 알고 가면 4편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개봉 전에 뜬 해외 평론가 평점, 관객 평점 모두 높게 나와 기대하고 있었는데 처음 공개된 존 윅 부제가 사무라이, 무사도를 의미하는 ‘하가쿠레’라는 단어라 또 할리우드에서 동양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자문 없이 그들이 생각하는 동양에 대한 이미지를 가득 넣었을 것 같은 느낌이 와서 찜찜했다.

 

개봉 전에 부제를 떼버리고 그냥 4로 개봉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약간의 스포를 감안하고 읽은 후기에서 빠짐없이 언급되던 흔히 말하는 ‘일뽕’ 요소를 각오하고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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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시리즈들보다 확실히 자본이 많이 들어간 느낌이 확 났다. 그리고 허세의 향기도 더 짙어졌다. 살인이 금지된 성역 콘티넨탈의 오사카 지부, 그 오사카 지부의 지배인이자 존 윅의 오랜 친구 코지, 존 윅을 제거하기 위해 하이 테이블에서 보낸 그라몽 후작, 하이 테이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령, 존 윅에 버금가는 장님 킬러 케인, 반려견과의 여생을 위해 존 윅의 현상금을 노리는 노바디 등의 캐릭터를 비롯, 허세 넘치지만 이런 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환장할 수밖에 없는 설정들이 넘쳐난다.


존 윅은 짧은 대사와 그에 반비례하는 액션이 장점이었는데 이번 편은 무려 3시간에 달한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느낌이라 꾹꾹 눌러 담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나 싶었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하가쿠레’라는 변경 전 부제를 연상시키는 장면들만 뺏어도 러닝타임 30분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콘티넨탈이 오사카에도 지부가 있다는 건 세계관의 확장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이미 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보여준 신선함이라고는 없는 오리엔탈리즘을 왜 굳이 보여주려고 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투르게 일본어를 하는 존 윅은 보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오사카 콘티넨탈에 온 그라몽 후작의 부하들은 완전무장을 하고 총을 쏘는데 코지의 부하들은 칼과 활을 챙긴다. 여기까지는 할리우드식 오리엔탈리즘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수리검을 챙기는 장면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21세기에 수리검을 챙기는 장면을 보여주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라니. 수리검을 날리는 건 자기들이 생각해도 좀 우스꽝스러웠는지 다행히 수리검을 실제로 사용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장황한 오사카 씬에서 제일 충격적이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코지가 자신에게 뒤를 맡기고 가라고 하면서 최대한 많이 죽여 달라는 부탁을 하며 칼을 쥔 손을 내밀자 존 윅이 주먹을 맞부딪히며 끄덕이는 장면이었다.

 

분명 존 윅이 ‘오쓰’라는 말을 하면서 주먹을 맞부딪힌 것 같은데 자막으로는 나오지 않아 확신은 못 하겠지만 어쨌거나 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넣은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코지의 딸이자 컨시어지로 등장하는 아키라는 할리우드가 생각하는 동양인 여성의 전형적인 캐릭터 그 자체였지만 이를 연기한 리나 사와야마의 액션은 좋았다. 하지만 오스카 로케이션 씬의 볼거리는 그게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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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시리즈마다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를 남겨서 부담이 됐던 건지 이번에는 존 윅이 쌍절곤을 미친 듯이 휘두르는 뇌절까지 보여준다. 합을 맞춘 게 너무나도 티가 나는 전체적인 액션 씬과 총을 상대하는 활, 몸으로 기동대를 막아내는 스모 선수 등 오사카 로케이션 씬은 그냥 통째로 들어내도 스토리 전개상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오히려 들어냈다면 지루한 감이 덜했을 것 같아 아쉬울 정도였다.


그리고 루스카 로마 패밀리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 루스카 로마의 수장을 죽인 베를린 클럽 사장인 킬라를 죽이는 장면도 굳이 이렇게 길게 넣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킬라가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긴장감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명확히 보여서 더 지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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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리 액션 씬이 이 모든 단점을 상쇄시킨다. 이 장면만 보러 다시 존 윅을 보러 갈 정도였다. 일단 영화 내내 존 윅을 괴롭혔던 그라몽 후작과 마지막 전투를 하는 곳이 사크레쾨르 대성당이라는 예쁜 화면이 나올 수밖에 없는 치트키 수준의 장소다. 그리고 중간에 개선문을 역주행하며 자신의 현상금을 노리고 달려드는 킬러들을 끊임없이 죽이는 장면과 이후 한 건물에서 이어지는 액션을 항공뷰로 보여주며 도파민을 자극한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 존 윅이 결국 자유를 얻긴 했지만 그 과정에 비해 엔딩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키 영상을 보면 다음 편이 나올 것 같긴 한데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예상을 못 하겠다. 어떻게 이어져도 말도 안 되는 액션 영화라 납득하며 보겠지만.


존 윅에 대적하는 장님 킬러 케인으로 등장하는 견자단의 액션, 원맨쇼 급의 액션을 보여주는 키아누 리브스, 빌 스카스가드의 쓰리피스 수트, 파리 전경을 배경으로 하는 액션 중 하나라도 보고 싶다면 고민하지 말고 보러 가는 걸 추천하고 싶다. 내 기준 이전 시리즈들에 비해 잔인함도 덜한 것 같아 데드풀 정도의 수위를 볼 수 있다면 무리 없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할리우드식 오리엔탈리즘을 차마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최대한 할인을 받아서 보길.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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