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We Are Young [영화]

글 입력 2023.04.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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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3)를 본 지도 삼 개월이 지났다.

 

등장인물은 물론 서사에 관해서도 무지한 채로, 어렸을 적 농구 경기 한 번 본 기억만 갖고 영화관에 입장했다.

  

숨은 제대로 쉬었나? 기대랄 것도 없이 무작정 본 애니메이션이 아직도 맴돈다. 원작 만화에서는 비중이 적었던 ‘송태섭’이 가족을 잃은 슬픔, 누군가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정한 농구선수로 도약하는 스토리다. 실제 경기만큼이나 생생한 농구 장면, 그와 어우러진 OST마저 흥겨웠다. 스토리는 얼추 파악했으니, 경기에 집중하고 싶어 또다시 영화관으로 향했다.


언젠가 한강에 놀러 갔을 때엔 사람들이 농구를 하고 있길래 괜히 거기 껴서 하고 싶었다. 농구공이 없어서 아쉽게 됐지만. 대신 슬램덩크와 협업 이벤트를 진행한 포토부스를 발견하자마자 극중 캐릭터인 ‘정대만’과 사진을 찍었다.


이렇듯 슬램덩크 팬덤 내에서 작품을 즐기는 행위를 농구 놀이의 준말인 ‘농놀’이라 칭한다. 아직 머글에 가깝지만 농놀의 연장선으로써, <리바운드>(2023)를 보고 왔다. 감독은 장항준, 각본은 권성휘, 김은희 작가가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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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강양현’이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되면서, 농구부원을 한 명 한 명씩 영입해 고작 여섯 명이서 전국 대회에 출전하는 이야기다.


내용만 보면 흔한 스포츠물, 소년만화의 전형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철저하게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그것이 지지하는 힘이 대단하다.

 

2012년 당시 부산 중앙고는 농구부 폐지를 논할 만큼 선수가 부족하고 환경이 열악했다. 마침 본교 졸업생에 프로선수였던 강양현이 공익근무요원으로 오자, 구색 맞추기식으로 농구부 코치에 배정한다. 그래도 농구에 진심인 강코치는 길거리농구장에서 눈에 띈 학생, 농구 에이스였으나 잠시 주춤한 선수출신 등 어찌어찌 6명을 모아 중앙고 농구부를 결성한다.

 

본선 진출만 하자는 목표를 갖고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놀라운 팀워크를 보여주며 예선을 통과는 수월했다. 그런데 2회전에서 1명이 쇄골을 다치는 바람에, 교체 인원 없이 5명이 전 경기를 뛰게 된다.

 

영화 같은 이야기는 사실 지금부터다.


중앙고는 본선 진출 후 4강까지 전승을 기록한다. 끝내 결승에서 최강의 농구팀을 배출하는 용산고와 만나 63-89로 패했다.

 

그런데 실은 이 결승도 5명 중 2명은 후반전에 5반칙 퇴장을 받고, 3명이 경기를 마친 결과다.




We Are Young



결승까지 꽤 많은 경기지만 지루하지 않게 편집을 잘했다. 슬램덩크에서 볼 수 있었던 경기의 다양한 시점을 한국 버전으로 실사화한 것처럼 역동적이면서 긴장감이 팽팽하다. 실제 부산 출신인 안재홍의 연기는 영화 흐름의 주축을 맡아 끝까지 집중을 흐리지 않는다.


나라도 영화감독, 작가라면 이 매력적인 소재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거다. 더욱이 장항준 감독과 권성휘, 김은희 작가는 우스운 장면을 덜어내고 간소하게 연출함으로써 강코치와 선수들의 투지를 드러냈다. 그렇기에 관객 입장에서 오롯이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만 남았다.


그리고 강양현 코치가 솔직하게 진심으로 임한 농구는 의외의 감정을 자극했다. 사실 무엇이든 그런 태도로 대한다면 해내지 못할 건 없다. 농놀이 그저 재밌어서 택한 영화로부터 뜻하지 않게 응원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리바운드(rebound)’는 슈팅한 공이 골인되지 않고 림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장항준 감독이 말한 것처럼, 들어가지 않은 공을 다시 잡아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패기로 시작한 중앙고 농구부원 중 몇몇은 지금 프로 선수가 되었다.


그들처럼 예상치 못하게 ‘튄공’을 붙잡을 용기와 패기가 필요하다. 우린 젊기에, 그럴 의지만 있다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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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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