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의 예술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글 입력 2023.04.0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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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DDP에서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 1960s Swinging London 展> 전시가 열렸다.

 

‘Swinging London’은 1960년대 사회∙문화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의 활기차고 에너지 가득한 영국 런던의 모습을 나타내는 말로, 당시 역동적이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며 작업 세계를 완성해 나갔는지 살펴볼 수 있다.


1960년대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대중 문화의 요소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기존의 관습에 도전하고자 했다. 그들의 대담하고 다채로운 작품들은 그 시대를 정의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시를 통해 영국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즐기며 ‘스윙잉 런던’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바라보고,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60여점을 천천히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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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Art is: Popular(designed for a mass audience), Transient(short-term solution), Expendable(easily Forgotten), Low cost, Mass produced, Young(aimed at youth), Witty, Sexy, Gimmicky, Glamorous, Big business.”

 

팝아트란 대중적이고(대중을 위하는), 덧 없고(단기적), 소모적이고(금방 잊혀지는), 저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젊고(젊은 사람들을 겨냥한), 위트있고, 섹시하고, 요염하고, 매력적인 빅 비지니스이다.

 

- 리처드 해밀턴

 

 

본격적인 전시 관람에 앞서, “팝아트POP ART”에 대한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 1922-2011)의 간단한 설명과 함께 1960년대 영국의 팝 아트 운동을 이끈 대표 아티스트 14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미국의 대중 문화에 대한 열망과 경멸, 비판으로 ‘소비 지상주의를 패러디’하고, 당시 기술적 발전을 통한 ‘상업적인 요소들을 수용하면서도 논평하고자 한다.’는 설명보다 훨씬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문구라고 할 수 있다.

 

 

 

인디펜던트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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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상 과학, 광고, 대중 음악… 우리는 대부분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상업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자세히 토론하며 열광적으로 소비했습니다. 그 결과… 대중문화를 도피, 오락, 휴식의 영역에서 벗어나 예술의 진지함으로 대하게 되었습니다.”

 

- 로렌스 앨러웨이(Lawrence Alloway, 1926-1990), 미술평론가

 

 

인디펜던트 그룹1952-55년 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 in London)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미술평론가 로랜스 알로웨이와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 1922-2011) 에두아르도 파올로치(Eduardo Paolozzi, 1924~2005), 나이젤 핸더슨(Nigel Henderson, 1917-1985) 등이 주요 멤버였다.

 

이들은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으며 대중매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제작했다. 또한, <이것이 내일이다(This is Tomorrow)>(1956) 전시에 참여하여 광고문구나 파편화된 이미지로 이루어진 작품을 선보였다.

 

대중적인 재현의 문제를 주로 다룬 인디펜던트 그룹은 영국 팝 아트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브리티시 팝(British pop)이란 말도 알로웨이가 명명했다.) 이에 앤디 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중심이 되는 미국의 팝아트를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그 이전에 이미 영국 런던에서 “팝아트”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퍽 놀라우며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전후 미국이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잭슨 폴록, 앤디 워홀 등의 대가를 생산해 내다시피 하며 예술의 중심지가 되었기에, 그에 따라 변방으로 치우쳐진 영국의 미술에 눈길을 주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80년대에 들어서면 yBa의 등장으로 영국 현대미술이 새롭게 떠오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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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워홀만큼이나 ‘팝아트’스러운 리처드 해밀턴의 작품을 보고 감탄하면서도, 이들의 작품에서 미국의 대량생산 체제와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선망하는 듯한 동경의 시선이 엿보이기에 의문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는 당시 영국에서도 다양한 매스미디어와 대량생산 인쇄술의 발전으로 ‘스윙잉 런던’의 멋지고 활기찬 분위기를 따르는 반면, 여러 정치∙사회적 문제로 인해 위태롭게 흔들리는 ‘Swingeing London(가혹한 런던)’의 모습이 교차되는 양가적 상황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팝아트의 창시자 리처드 해밀턴



리처드 해밀턴은 영국에서 팝아트 운동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팝아트의 아버지”라고 여겨진다. 그는 인디펜던트 그룹의 유명 전시인 <이것이 내일이다>에서 광고 문구나 파편화된 이미지를 콜라주하고 차용하여, 전후 소비문화를 문제 삼고 이를 팝아트적으로 표현했다.

 

그 대표작이 “오늘날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195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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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1956년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과거를 회고하는 의미로 제목을 변경한 것이다. (“어제의 가정을 그토록 다르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Just what was it that made yesterday's home so different do appealing?)”) 원본이 삽입된 <이것이 내일이다> 전시 카탈로그와 함께 리메이크 작품을 볼 수 있어 해밀턴의 작업을 훨씬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해밀턴의 작품에서 보디빌더의 남성이 팝이라 적힌 막대사탕을 들고 있고, 거의 헐벗고 있는 여성이 관능적인 포즈로 소파에 걸터앉았다. 막대사탕은 남성의 성기와 같으며 여성은 자신의 가슴을 손에 쥐고 보여준다. 인간의 성을 상품화하여 보여주는 듯한 장면으로, 모든 것을 소비할 수 있는 사회에서 물신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제 햄, 테이프 레코더, 만화 포스터, 후버 청소기, 상업 영화와 가정의 문장처럼 자리하는 포드 자동차 장식은 소비 자본주의 시대의 상품, 테크놀로지 물신주의를 그대로 패러디한다. 상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물신적인 미디어의 자본주의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성은 사적 공간과 공적 영역의 구분을 제거하며 후기 자본주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콜라주는 이미 문화 산업의 도구가 되었다는 점에서 양가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소비사회에 대한 흠모 혹은 전복적인 패러디로, 보다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방가르드가 문화산업의 도구가 되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사회적인 변화를 마주하며 전후 아방가르드의 위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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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해밀턴 외에도 ‘스윙잉 런던’ 시기에 팝아트를 이끌었던 에두아르도 파올로치, 피터 블레이크(Peter Blake, 1932-), 앨런 존스(Allen Jones, 1937-)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어 즐거웠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데이비드 호크니를 앞세운 전시 제목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 A bigger splash >(1967)만 생각하고 갔다가 기대와 다른 작품에 실망을 느끼는 관람객들을 적지 않게 보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swinging’ 런던과 영국의 팝아트 맥락에서 호크니의 ‘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팝아트의 생생한 색채와 대담한 구도를 좋아한다면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전시이다. 영국의 인디펜던트 그룹에 관심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번 전시를 통해 ‘스윙잉 런던’의 매력에 빠져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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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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