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23 서울, Swinging London의 에너지가 온다! -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글 입력 2023.04.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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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아트 하면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같은 미국 아티스트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그 시작은 영국이다.

 

리처드 해밀턴은 1950년대 광고, 만화,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 이미지를 콜라주로 통합해 전통적인 예술의 가치와 기법에서 크게 벗어나는 형식을 선보였다. 이는 영국의 피터 블레이크와 데이비드 호크니뿐만 아니라 미국 팝 아트의 거장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의 대중문화와 예술계에도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고 있다.


[“팝 아트는 대중적이고, 일시적이며, 소모적이고, 저가다. 그것은 대량 생산되고, 젊고, 위트가 있으며, 섹시하고, 교묘하며, 매력적인 큰 비즈니스다. 20세기에 도시 생활을 하는 예술가는 대중문화의 소비자이며 잠재적으로는 대중문화에 대한 기여자일 수밖에 없다.”] - 리처드 해밀턴


팝 아트와 함께 1960년대 급변하는 영국 런던을 ‘스윙잉 런던’이라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암울하고 보수적인 도시에서 자유와 희망, 약속이 가득한 세계의 수도로 탈바꿈한 영국. 이러한 열정과 변화의 분위기 속에서 영국의 팝아트는 음악, 패션, 광고 같은 대중문화의 요소들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전통적인 가치와 태도에 도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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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잉 런던의 시작을 알리는 타임 잡지

 

 

이러한 영국을 이끈 단체가 있었으니, 바로 ‘인디펜던트 그룹’이다. 1950년대 영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던 예술과 문화에 대한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접근 방식에 불만을 품은 진보적 예술가와 지식인들에 의해 결성된 그룹이다.

 

콜라주는 이 그룹에서 나온 많은 예술 작품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이는 기존 영국 미술 시장에서 지배적이었던 전통적인 개념의 ‘저작자’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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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인디펜던트 그룹이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개최한 디스이즈 투모로우 전시는 번역하면 ‘이것이 내일이다’이다.

 

이 전시의 목적은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미래에 대한 설렘과 가능성에 대해 축하하는 동시에 우려와 비판하는 것이었다. 당대로선 낯설었을 이 전시는 하루에 천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고,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으며 영국 팝아트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

 

그들은 이 전시를 통해 '어제의 내일이 오늘이 아니기에, 오늘의 내일은 예상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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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비틀즈 앨범 <Sgt. Pepper's Lony Hearts Club Band>, 1967

 

 

그중 비틀즈 앨범 재킷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피터 블레이크 또한, 리처드 해밀턴과 함께 영국 팝아트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피터 블레이크가 디자인한 비틀즈의 여덞 번째 앨범 ‘페퍼중사의 외로운 마음 클럽 밴드’ 앨범 커버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고 널리 재생산된 작품이다. 

 

이 표지는 대중문화 아이콘부터 스포츠 스타,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70여 명의 당대 유명 인사를 실물 크기로 배치하여 비틀즈가 가장 가운데에서 포즈를 취하는 콜라주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는 ‘위트있고, 교묘하며, 매력적인 큰 비즈니스다’라는 리처드 해밀턴의 표현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비틀즈의 아홉 번째 앨범도 그가 디자인했는데, 이건 되려 아무 이미지도 없는 흰색 표지에 밴드이름과 일렬 번호만 넣었다. 이는 그의 ‘반대로 생각하는 습관’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나는 팝 음악의 시각적 등가물인 미술을 하고 싶다.”] - 피터 블레이크

 

데이비드 호크니는 2019년도 서울시립미술관과 테이트가 공동 기획한 대규모 개인전 이후, 현재 DDP뮤지엄에서 앞서 이야기한 브리티시 팝아트 작가들과 함께 또 한번 국내에서 전시가 진행중이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올해 86세로 현존하는 화가 중 가장 유명한 작가로도 꼽히고 있다.


호크니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연 ‘물’이다. 그는 시간과 공간을 오묘하게 표현하기 좋은 물이란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해왔다. 물은 그에게 회화에서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인 ‘평면성’과 ‘공간성’을 해결할 방안 중 하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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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어느 지점’을 볼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반사된 부분이나 물 표면을 보다 갑자기 물속을 볼 수도 있죠.”] - 데이비드 호크니


팝아트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인쇄술이다. 팝 아티스트들은 인쇄 기술과 프로세스를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창조할 수 있었는데, 호크니 또한 사진 기술에 주목했다. 그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다양한 각도, 시간대의 풍경을 찍어 포토몽타주 시리즈를 제작했다.


그림이나 사진, 우리가 무언가 머릿속에서 떠올릴 때, 대부분 정지된 한 방향의 이미지일 것이다. 하지만 호크니는 현재의 시점을 다양화하기 위해 보이는 것과 보는 것, 보여지는 것들과 그 실재의 모습 사이의 간극에 대해 끝없이 탐구했다. 그래서 한 번에 보이는 시각에서의 장면을, 여러 시점과 눈이 깜빡이는 속도로 보여지도록 여러 번 촬영하여 작업을 해나갔다.


이는 회화뿐만 아니라 한 장의 사진에 내재되어 있는 원근법의 법칙을 완전히 뒤엎고, 사진이 가지고 있는 재현이라는 체계를 완전히 해체 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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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콜라주하는 순간 그런 그림 같은 것이 됩니다. 한 겹의 시간을 다른 겹 위에 올려놓는 거잖아요?”] - 데이비드 호크니


이렇게 세상을 열린 눈으로 바라보는 호크니는 작업 방식에도 디지털 매체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잘 활용했다. 그는 2010년부터 아이패드를 활용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2021년에는 아이패드 작품들만 모아서 전시를 열기도 했다.


[“그림의 역사는 동굴에서 시작해 바로 지금, 아이패드까지 왔어요. 이 다음에는 어디로 가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 데이비드 호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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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니는 팝아트 운동과도 관련이 있지만, 그의 작품은 그 시대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무한한 상상력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은 사랑, 정체성, 자연 등 다양한 주제로 나타난다.


그가 그토록 사랑받는 이유 중에는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색상 조합뿐만 아니라, 그러한 다양한 색을 갖고 세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하게 표현해서가 아닐까 싶다. 예술적 표현 방식에서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호크니는, 세상을 유심히 바라보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라는 말로 울림을 준다.


오늘이 바로 내일이 되도록 살고, 어제 걸은 길이 오늘, 그리고 내일과 같다고 느끼는 것이, 과연 세상이 그대로이기 때문일까? 앞서 본 ‘이것이 내일이다.’ 전시의 의도가 크게 와닿지 않았던 이유를 여기서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러면서 새로움을 찾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았나 돌아본다.

 

[“세상은 크고 나는 그 안에 있다.” "삶을 사랑하라”] - 데이비드 호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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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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