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대미술은 정말 어려울까? -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시]

루드비히 미술관의 20세기 현대미술, 서울에서 맛보기
글 입력 2023.04.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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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은 한국과 독일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에 최초로 루드비히 미술관의 시그니처 컬렉션을 71점 소개하고 있다. 독일 쾰른에 위치한 루드비히 미술관은 쾰른 대성당과 라인 강 사이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쾰른 최초의 현대미술관이다.

 

루드비히 미술관은 1946년 요셉 하우브리히가 나치 정책의 탄압 속에서 지켜냈던 독일 표현주의 작품들을 쾰른 시에 기증하는 것을 시작으로 1976년 페터 루드비히와 이에렌 루드비히 부부가 개인 소장품 350점을 기증하면서 오늘날의 미술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부부는 아주 많고 다양한 작품을 미술관에 기증하였다. 2001년에는 무려 770점 이상의 피카소 작품을 기증!)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피카소 컬렉션과 세계 최고 수준의 팝아트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놀랍지만 그것이 개인 시민의 기증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은 더 놀라운 일이다.


*

 

모네, 고흐, 르누아르 등의 시대인 19세기 근대미술과 달리 잭슨 폴록, 칸딘스키, 앤디 워홀 등으로 대표되는 20세기의 현대미술은 어렵다. 아마 대부분의 대중이라면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필자에겐 그렇다. 그나마 피카소가 ‘전통적 회화 스타일을 탈피한' 그림체 쯤으로 친숙할 뿐이다.


어떤 장면이나 풍경이 아름답거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진 19세기 작품들과 달리, 20세기의 현대 미술은 무엇을 표현했는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기 때문일 거다. 왜인지 장인 정신도, 성의도 없어 보이는 것은 덤이다.


앤디 워홀의 명언이라고 알려진 말 중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줄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다는 것만 봐도, 현대 미술은 사기에 가까우며 그 가치가 없더라도 작가의 요상한 유명세 덕에 대단한 작품으로 칭송받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의 속마음이 드러난다.(실제로는 앤디 워홀이 그런 말을 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으며, 이 문장은 우리나라의 인터넷 어딘가에서 만들어진 루머라고 한다.)


 

<전시 개요>

 

Chapter.1 독일 표현주의와 러시안 아방가르드

Chapter.2 피카소와 동시대 거장들

Chapter.3 초현실주의부터 추상표현주의까지

Chapter.4 팝아트와 일상

Chapter.5 미니멀리즘 경향 

Chapter.6 독일현대미술과 새로운 동향 

 

 

전시에 가기에 앞서 알아두면 좋은 점은, 첫째로 현대미술은 예술이 보기에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버렸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현대미술은 어떤 관념이나 개념을 예술 작품으로 드러내는 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칸딘스키는 ‘음악의 리듬과 소리가 미술에서의 색채와 형태로도 표현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전시 chapter.1에서 감상 가능), 리히텐슈타인은 ‘만화와 같은 대중의 문화도 예술이 될 수 있는가?’를(전시 chapter.4에서 감상 가능), 추리오 폰타나는 ‘예술작품이 종이나 캔버스라는 평면의 한계를 뛰어넘어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전시 chapter.5에서 감상 가능)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피카소의 작품은 8점 감상할 수 있다. 그 중 특히 <작업실에서>라는 작품이 재미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볼수록 사람의 얼굴과 작업실의 도구들이 보였다. 피카소는 그림 외에도 조각이나 도예 등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도자기를 빚어 그 위에 그림을 그린 작품을 4,000점 넘게 작업했는데 그 이유는 대중들이 쉽게 예술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같은 디자인의 작품을 많이 만들어 가격을 낮춘 것이다. 전시에서는 3점의 도자기 접시 작품을 볼 수 있다. 

 

그 외의 다른 20세기 거장들의 작품들도 어떤 생각을 드러내려고 만든 것일지 생각하면서 본다면 현대미술도 덜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또 더 나아가서 '이 작품은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거나 '우와 이걸 이렇게 표현했다고?!'하는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생길지도 모른다. 작품을 감상하는데 옳고 그름은 없다. 내 생각이 초등학생과 같이 흐르더라도 작품과 마주 보고 그 눈빛을 읽어보는 그 자체를 즐겨보면 어떨까?

 

아쉬웠던 점은 내부 동선이 살짝 헷갈렸다는 점인데, 감상을 마치고 나와서 보니 카운터에 예술사조 가이드 맵이 있었다. 이를 참고한다면 더 쾌적하게 동선을 따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8월 27일까지 오랜 시간 진행되는 전시이기 때문에 몇 번 더 방문하여 그림들을 감상한다면 때에 따라 멈춰 서게 만드는 작품이 달라질 것 같아 기대된다. 특히 1900년대 이후의 미술사에 관심이 있거나 그 흐름을 파악하고 싶은 관객에게 훌륭한 관람이 될 것 같다. 전시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집중하기에도 좋다.

 

월-금 3회씩 약속된 시간에 도슨트가 있으며, 어플을 통해 유료 오디오 가이드(3000원)도 이용할 수 있다. 필자는 오디오 가이드로 전시를 관람하였는데 하나하나 꼼꼼히 읽고 보는 편이라 총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또 전시 관람객이 많은 편임으로 쾌적한 관람을 원한다면 평일 오전 시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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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미술관 전경/ 사진 출처 : 루드비히 미술관 홈페이지

 

 

루드비히 미술관은 시민에 의해 생긴 미술관이라서인지 미술관의 대중화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해왔다.미술관이 방문만으로 끝나는 공간이 아니라 일반 대중 모두에게 ‘사용’되는 공간이 되고자 하는 목표로 대중과의 교류와 소통을 중요시하며 관객과의 활발한 대화를 이어오고 있다.

 

거대한 건물의 외관이 위압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건물 일부를 지하에 배치한다거나 대형 유리창 바깥으로 라인강을 가로지르는 호엔촐레른 다리 등 바깥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는 점에서 루드비히 미술관의 세심한 관람객 중심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건물 내엔 쾰른 필하모닉 콘서트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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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미술관 내부/ 사진 출처 : 루드비히 미술관 홈페이지

 

 

전시를 보면서 루드비히 부부의 미술 작품 수집에 감탄했다. 그러면서 루드비히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졌다. 미술 관람만을 위해 지은 건축물에서 작품을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난해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현대 미술이지만, 루드비히 미술관처럼 대중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이 존재하는 한 현대미술과 우리의 삶이 더 가까이 맞닿아있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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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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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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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mon
    • 필자의 명쾌하면서도 친근한 설명은 아직 보지 못한 닥품들에게 기대와 친근함마저 생기게 해 주는 마력이 있다.
      필자의 친절한 소개글 덕에 꼭 가보고 싶은 전시회가 한개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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