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봄 산책의 시작, 미술관 -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展

글 입력 2023.04.0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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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 왔다. 길고 어두운 겨울을 지나 세상이 밝게 물든다. 부드러운 꽃이 코끝을 스치고 햇빛이 손바닥을 간지럽힐 즈음, 더는 참을 수 없다. 한 겹, 시원한 옷차림으로 길을 나선다. 가벼운 발걸음에 콧노래가 절로 나올 때, 이런 봄날에 어디를 가면 좋을까.

 

역시 봄 하면 꽃이 만개한 산책길일까. 작은 골목골목 피어난 꽃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멀리 강가와 숲속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밖에서 만끽하는 계절도 좋지만, 봄을 누리는 나만의 작은 습관이 있다.

 

주말 아침 여유 있게 일어나 궁금했던 전시회를 찾아 나선다. 천천히 전시장을 둘러보며 마음을 깨끗하게 비우고 나면 좋아하는 카페로 향한다. 큰 창으로 밖이 내다보이는 자리에 앉아 책을 잠시 읽고 세상을 구경한다.

 

충분했다 싶으면 카페를 나서 오후의 햇빛을 따라 길을 걷는다. 높은 빌딩이 늘어선 거리, 오래된 주택이 이어지는 골목, 그 어디든 자유롭게 걸어 다닌다. 그러면 꼭 이 계절을 제대로 누렸다는 기분이 든다.

 

이처럼 쉽고 여유 있는 산책의 시작은 좋은 전시를 고르는 데 있다.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고 풍요로운 볼거리를 줄 수 있는 곳. 봄 산책의 시작점이 될 전시 한곳을 추천한다.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문을 연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이다. 피카소를 대표로 선보인 전시는 이전에도 참 많았다.

 

그런데 이 전시엔 무언가 특별한 게 있었다. 첫 번째 볼거리는 풍부한 볼거리다. 유명한 여러 예술가의 작품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그림을 모으고, 기증하고, 공유하는 시민들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직접 들여다보길 추천한다.

 

포스터_최종_루드비히.jpg

 

 

풍요로운 작품의 세계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은 한·독 수교 140주년 기념 루드비히 미술관 컬렉션 전시다.

 

루드비히 미술관은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등의 다수의 유명 작품을 보유한 현대미술관이다. 특히 전시의 제목에서도 만날 수 있는 피카소 컬렉션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손꼽히는 규모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선 루드비히 미술관의 폭넓은 소장품 덕에 다양한 작가와 사조, 그리고 시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는 물론 마르크 샤갈, 바실리 칸딘스키, 카지미르 말레비치, 앙드레 드랭,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잭슨 폴록, 윌렘 드 쿠닝,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폭넓은 작가가 기다리고 있다.

 

나아가 독일 표현주의부터 러시안 아방가르드,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 등 20세기 다양한 미술의 면면을 다룬다. 하나의 전시에서 이렇게 폭넓은 작가와 사조를 만날 수 있다니 즐거움이 가득했다.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 앞에서 멈춰 서게 되는지, 자기만의 취향을 발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민이 만드는 예술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시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시민들’이다. 독일 쾰른에 위치한 루드비히 미술관은 시민의 기증으로 문을 연 미술관이다. 특히 나치의 통제 아래, 예술 작품을 지켜내고자 했던 시민들의 노력과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1946년 요셉 하우브리히 (Josef Jaubrich)가 억압적인 정치 상황 아래 지켜낸 독일 표현주의 작품들을 쾰른 시에 기증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피카소와 팝아트에 주목한 페터 루드비히(Peter Ludwig)와 이레네 루드비히(Irene Ludwig) 부부가 350점에 이르는 예술 작품을 기증하면서 미술관이 본격 문을 열었다.

 

이처럼 시민들이 예술을 사랑하고, 보존하고, 도시와 함께 공유하는 마음은 특별하다. 예술 작품을 구매해 소유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한 요즈음, 이러한 마음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부를 얻기 위한 투자의 대상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술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 말이다. 순수하게 바라보고, 느끼고, 향유할 대상. 좋아하고 경외하고, 때로는 두려움도 느끼게 되는 대상. 그것이야말로 예술이 아닐까?

 

다양한 작품을 천천히 관람하고 예술의 의미를 탐색해 보길, 오늘의 산책 코스로 추천한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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