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해상도 프로젝트 1 -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멀리서 봐도 가까이 봐도
글 입력 2023.04.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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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식이 있다는 것은 세상을 조금 더 고해상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니, 지식은 세상의 안경이나 포토샵 같은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각자의 이유로 흐릿한 세상에 만족하고 적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더 자세히, 더 또렷이 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으니까. 특히 문화예술 분야의 해상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애정만큼이나 많은 경험이 필요하지만 경험의 기회는 공정하게 찾아오지 않는다.

 

나 역시 이런저런 이유로 해상도가 몹시 낮은 분야가 몇몇 있고 현대미술은 그 중 하나다.

 

상식적인 선에서 몇몇 작가의 이름과 작품만을 알 뿐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가장 모르겠는 것은 역시 어떤 눈으로 봐야 하는지다. 성향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것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작품을 내면화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고해상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해상도 프로젝트>는 그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사람, 혹은 적어도 나보다는 잘 알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내가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던 분야를 경험하는 나만의 프로젝트다. 그리고 그 시작이 된 것이 마이아트뮤지엄의 전시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이다.

   

포스터_최종_루드비히.jpg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이 전시는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는데, 20세기 모던아트부터 현대까지의 주요한 예술사조와 피카소, 샤갈, 앤디 워홀 등 거장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이라는 전시명에 걸맞게 세계 세 번째 규모의 피카소 컬렉션과 세계 최고 수준의 팝아트 컬렉션을 관람할 수 있었으며, 격변의 20세기에서 태동한 예술운동과 이에 영향을 받은 현대 예술도 함께 보여주어 인상적이었다.

 

독일 표현주의, 러시안 아방가르드,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 등 20세기 예술운동과 서양 미술사의 발자취를 담고 있는 만큼 정치적인 탄압과 분단, 통합 과정에서 작품들을 보존한 시민들의 역할 또한 알 수 있게끔 구성되었다는 점이 좋았다.

 

예술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하나의 작품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친구가 발견할 수 있고, 나의 전혀 다른 시선이 친구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다.

 

나와 동행한 친구는 미술을 전공했다. 친구는 이건 어떤 순서로 칠했을까? 재료에 이런 게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어디에 쓰인 거야? 따위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 주었고, 나는 친구의 이런저런 감상에 나의 배경지식과 전공 렌즈-주로 사회구조와 미술작품의 연관성, 제목 번역의 적절성-를 최대한으로 발휘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덧붙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볼프강 마트호이어의 <이젠 어떻게 해야 되나요>를, 친구는 리처드 해밀턴의 <스윈징 런던 67>을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나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것은 관람 초기에 보았던 책 읽는 여인의 조각상이다. 단순해 보이는 목조 조각상은 한눈에 봐도 이것이 책을 읽는 여인의 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 깊게 본다면 그것을 이루는 모든 형태가 뒤틀려 있음을, 어디가 어디인지 모를 것들이 모여 반질반질한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고 있음을 알아채게 된다. 뒤엉킨 것들이 모여 생긴 통일성을 생각하고 있으면 예술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 사람에 대해 골몰하게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예술을 하는 사람과 예술을 보는 사람이 함께하는 공간이 어느 곳이든 더 많아지기를 바라 본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명함.jpg

 

 

[김지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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