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사색 ; 제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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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캄캄한 어딘가에 갇혀, 전신이 묶여있는 것만 같다. 지독한 불안과 우울은 이따금씩 나를 괴롭혀 감정을 글로 토하듯 쏟아내게끔 한다. 또한 날선 언어로 뱉어내게끔 한다. 어디서 기인하는 건지는 나조차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분명 오늘 하루가 행복으로 점철되었음에도, 불현듯 드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뇌리를 스치고 기어이 눈물 한 번을 흘려야만 일렁이던 마음이 잔잔해진다.
*
나는 생각한다.
나는 나에게 과연 솔직한 걸까?
아니면
타인을 대하는 가면 속에 숨은
내 자아를 마주하기가 두려운 걸까?
늘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지는 건 아마 뚜렷한 확신이 없어서겠지.
벌거벗은 내면의 나와 만나는 건 어렵고도 무서운 일이다. 얼마나 내가 이기적인 인간인지를 깨닫는 과정인 것 같아서. 몰랐던 나를 알게되고 받아들이는 건 기분 좋은 것일수도 있으나,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 그 양면성이 날 두렵게 만든다.
*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다짐 속에서 매일 밤 잠이 들지만,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 오늘을 보내는 밤엔 마음속 돌덩이가 내려앉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곤 한다. 때로는 타인과 내 처지를 비교하며 패배감에 한껏 물들고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상황을 비관한다.
끊임없이 고뇌하며 뇌를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탐구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바가 대체 무엇인지. 왜 다른 누구에게 뭐라 말하지 못하는지. 타인에겐 그토록 친절하면서도 왜 나에겐 다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지. 지나친 이상을 추구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지. 나만 이런 고민을 안고 사는 건지.
창 밖에 비가 내릴 때면 빗방울을 바라본다. 저 비가 얼룩진 내 마음을 씻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부질없는 공상이라는 걸 알아도 계속 하게되는 걸 어쩌나. 생각을 해서 생각이 없어질 수 있다면, 조금 더 발전적인 삶을 살 수 있는걸까.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생각이 없어진다면, 나조차도 존재할 까닭이 사라진다는 것.
*
'Carpe diem'이라는 유명한 글귀가 있다. '현재에 충실하라'라는 좋은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온전히 현재를 살아갈 수 있을까.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에픽테토스는 "인간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어떤 사건이 아니고 그 사건에 관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관점에 따라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가 다른 것이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과거에 대한 상처 혹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인간을 현재에 살지 못하도록 하는 것. 쇼펜하우어가 인간의 삶을 왜 그리도 염세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지 가끔은 이해된다.
누군가가 나에게 '인생은 고통이다?' vs '인생은 살만하다?' 라고 물었을 때 전자보다는 후자를 고르는 사람이었다.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고 싶었으니까. 주위 사람들도 날 그렇게 생각해주길 바랐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로선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라고 답하고 싶다. 이런 나 자신이 모순 덩어리라고 느껴지지만 어쩔 수 없다.
비록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나인걸. 끊임없이 이해하고 대화하며 살아갈 수밖에.
[김민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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