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열熱과 같고 열과裂果 같은 사람

신지예 에디터를 만나다
글 입력 2023.02.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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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롭게 존재하며, 나를 찾는 여행을 합니다]

 

우연히 한 사람의 'Project 당신' 자기소개 글을 읽었다. 네모난 스마트폰 화면이 단숨에 열기로 채워질 만큼, 글을 쓴 사람의 애정 어린 시선과 건강한 에너지에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스크롤을 내려 이름을 확인했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열 熱과 같다가 마침내 열과 裂果 같아지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뜨거운 열기로 도전하고 그것이 무르익는지도 모르고 사랑하다가, 어느새 껍질이 저절로 벌어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열매를 수확하는 사람. 지치지도 않고 그렇게 얻은 결실을 또 다른 곳에 뿌리내리고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한가로운 주말 오전, 따사로운 햇살이 스며드는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신지예 에디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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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를 만나다



반갑습니다. 지예 님.

 

반가워요! 세나 님. 꼭 한번 따로 뵙고 싶었는데 인터뷰 요청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러니까요! 이전 오프라인 모임 때 제가 지예 님 글을 열심히 읽고 난 직후라 내적 친밀감이 생기는 바람에, 혼자 몹시 아는 척을 했는데 반겨 주셔서 감사했어요. 요즘 개인적으로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었는데 지예 님의 글을 읽으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어요. 러닝도 하시고, 춤도 추시는 등 다채로운 활동들을 하며 활기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시더라고요.

 

저는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면 병에 걸리는 사람이거든요.(웃음) 그래서 자주는 아니지만 틈이 날 때마다 기분 전환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노력해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편이에요. 책 읽고 글 쓰고, 때로는 집에서 혼자 춤도 춰요. 강아지랑 산책도 꼬박꼬박 매일 나가고 있고요.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면 유기적으로 얽혀 있던 의미나 가치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걸 느껴요. 그래서 나 자신과 세상을 알아가는 중독에 빠져들어요.

 

말씀하신 긍정적인 에너지가 글에서 드러나는 것은 어느 정도 의도한 바 같기도 해요. 일례로 저는 발표를 할 때도 긴장되지만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 있고 당당한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내용 전달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 글을 쓸 때도 지면 너머로 저를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려고 했어요.

 

[나는 달린다 고로 존재한다] 러닝에 관한 글을 봤어요. 러닝 크루 회장직까지 하시면서 활기찬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계시더라고요. 저도 같은 취미를 갖고 있어서 즐겁게 읽었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러닝 스팟이 있다면 어디인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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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신지예 에디터 (이하 모든 사진 동일)

 

 

경복궁 둘레를 도는 코스를 좋아해요. 다 뛰면 3키로 정도 되는데, 올라가는 과정에서 숨이 차다가 청와대가 보이면서부터 숨이 트이고요. 내리막은 기분 좋게 뛰어 내려갈 수 있어요. 그리고 한강공원은 두말할 필요 없이 베스트입니다. (웃음) 저는 마포대교~서강대교 쪽을 주로 뛰는데 여기서 강 건너편 여의도 63빌딩과 국회의사당이 보이거든요. 더불어 밤섬까지 가까이 마주할 수 있어서 이 코스를 참 좋아해요. 

 

춤도 추신다고요. 어떻게 추게 된 것인지 궁금해요.

 

처음 춤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자면 4살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혹시 ‘나나나’라는 노래를 부른 채연이라는 가수 아시나요? 제목은 ‘둘이서’라는 곡인데, 제가 그 가수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어린 나이였던 제게 다소 선정적인 안무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수가 발산하는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었어요. 웨이브가 뭔지도 모르면서 막 흥에 겨워 춤을 췄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초등학생이 되어서 케이팝이 전성기가 시작되고,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등 2세대 걸그룹들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케이팝 춤을 혼자서 배웠어요. 같은 뮤직비디오를 100번, 200번이고 돌려보면서 방에서 연예인이 된 것 마냥 표정 연습까지 하면서 춤을 췄어요. 여기가 콘서트장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웃음)

 

음악이 나오면 몸을 움직이고 싶은 내적인 흥과 끼는 있었지만, 춤에 빠져든 계기가 단순히 제 개인적인 변화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 케이팝이 정말 붐이었고, 또래 친구들도 포인트 안무 등을 따라하면서 즐겼으니까요. 저는 그중에서도 장기자랑에 나가서 줄곧 무대의 힘찬 기운을 느끼고 엄청 뿌듯해하는 학생이었어요. 케이팝이 세계를 뒤흔든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춤에 대한 개인적인 열망이 합해져서 지금까지 춤을 추고 있어요.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춤을 춘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웃음)

 

춤은 주로 언제 추세요?

 

머리가 아플 때 춤을 춰야겠다고 생각해요. 혹은 머리에서 열감이 느껴질 때요. 이 열감을 앉아서 풀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밖에 나가서 러닝을 하는 것은 직선도로를 달리는 일이라 신체적으로도 무리가 갈 수 있지만 춤은 제가 적정한 선에서 동작을 조절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리프레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서 2010년부터 췄던 댄스 곡들을 재생하고 랜덤 댄스를 해요. 과거에 외워 둔 안무들을 사골 우려먹듯 아직까지 추고 있어요. (웃음)

 

 

 

에디터 활동을 시작하다



2021년 2월부터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시작하셨어요.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생긴 변화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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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변화로는 문화 초대를 통해 예전에는 나와 거리가 멀다고 느꼈던 미술, 음악, 독립영화 등 세상의 여러 가지 문화예술을 고루고루 경험해 보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편식하는 장르가 많았다면 이제는 원래 좋아하는 것 말고도 다른 분야에 관해서도 호기심을 갖고 찾아보게 돼요.

 

대외적인 변화로는 저를 글로써 찾아주는 분들이 생긴 것이에요. 글을 잘 쓰고 싶어 하시는 분들께 도움을 줄 수도 있고, 홍보나 마케팅이 필요한 곳에 제가 글쓰기로 기여를 할 수도 있게 되었어요. 가장 보람을 느끼는 건 글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영감을 줄 수 있다는 만족감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통해 세상과 더 넓게 소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우리는 왜 무야호에 열광을 하는가], [왜 인간은 축하를 하는가]를 즐겁게 읽으며 신선한 접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일상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 어린 시선은 어디서 시작되는지 궁금해요.

 

원래 전혀 생각지도 않은 키워드들이었는데 불현듯 호기심이 발동하여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무야호 같은 경우는 처음 그 밈을 알게 되고 충격적으로 재미를 느꼈거든요. 이참에 같이 한 번 더 볼까요? (유튜브로 무야호를 켠다. 함께 한참 웃는다.)

 

거짓말 안 하고 이걸 한 백 번은 봤거든요. (웃음) 어떻게 이 세 글자만으로도 한반도가 흔들릴까 의문을 느끼다가 문득 언어학적인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 방향으로 접근을 해봤죠. 인간이 처음에 내는 말소리가 엄마, 맘마, 이런 것이잖아요. ‘ㅁ’소리와 ‘ㅇ’소리가 우리에게 익숙한 소리더라고요.이와 관련된 이론을 찾다 보니 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배운 음운의 원리도 다시 공부하게 되었어요. 그저 호기심으로 시작한 글인데 조금만 확장해보니 예능에서 국어 음운론까지 통합할 수 있어서 참 즐거웠어요.

 

[왜 인간은 축하를 하는가] 라는 글 같은 경우는 제 생일날 축하를 받으면서 든 생각이에요. 사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이익과 손해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인데, 왜 축하에서만큼은 이타적인 사람이 되는 건지 궁금했어요. 축하를 받고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축하를 하는 이유가 알고 싶어졌어요. 마침 이전에 유익하게 읽었던 책 ‘사람, 장소, 환대(김현경)’이 떠올라 축하의 의미를 인류학적으로 연결해 볼 수 있었죠.

 

궁극적으로 인간의 심리와 살아가는 이야기 그 자체에 호기심이 무척 많은 것 같아요. 마음에 그런 물음표가 찾아왔을 때 신이 나서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게 돼요. 물론 검색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자료를 찾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예전에 읽은 책에서 소스를 얻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어차피 한번 읽은 책 내용이라면 다른 내용이랑 연결해서 응용하는 것은 더 재밌고 흥미로워서요. 그렇게 순전히 내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하는 것들이 제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세렌디피티, 즉 뜻하지 않은 행운을 안겨주는 것 같아요.

 

아트인사이트에 올린 글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글이 있다면요?

 

[자의식 과잉에 대하여],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이 두 글이 한 세트로 묶어서 읽혔으면 해요. 현시대의 문화에 대해, 특히 인스타그램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인스타그램이 없었을 때를 생각하면 자의식 과잉이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남들과 비교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는 온전히 나한테 집중할 수 있었는데, 남들이 가는 곳, 입는 옷, 먹는 것을 보기 시작하면서 타인과 나를 은연중에 비교를 하게 되는 것이 불행의 시작이더라고요.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느꼈고, 자의식 과잉으로 살게 된다면 자기 자신을 현재보다 부풀리게 할 수 있는 위험한 판단이 되는 것 같아서 온전히 지금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무엇보다도 내담자인 박민하 님의 이야기가 저와 너무 닮아 있었어요. 배우로서 전 세계 최초로 사격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고, 자신의 책을 출간하여 주인공으로서 영화나 드라마를 찍고 싶다고 하잖아요. 하나의 것에 몰입하지 않고 모든 것을 이루겠다고 하는 그런 점이요. 저도 살아가면서 많은 목표들을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기에 보다 더 중요한 목표를 우선으로 세워야 할 필요를 느꼈어요. 한꺼번에 모든 걸 이루려고 하는 조급함을 내려두게 되었어요.

 

저도 해당 방송을 인상 깊게 봤었어요. 그런데 제가 방송에서 본 내담자님과 지예 님은 다르다고 느꼈거든요. 방송 속 내담자는 단순히 ‘최초가 되는 것’이나 ‘잘난 유명한 사람’을 열망했다면, 지예 님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정체성이라든가, 목표들은 모두 단순한 성취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지예 님께서 진심으로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시는 것들이잖아요. 춤이라든지, 글쓰기라든지 기타 여러 부분에서요. 그럼에도 자의식 과잉이라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다시 생각해보니 진단명까지 스스로 붙일 정도로 심각한 사안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웃음) 하지만 그 당시 글을 썼던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근본적인 이유로는 성취의 욕구 때문이라고 느껴요. 어릴 적부터 많은 것을 성취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어요. 그런데 왜 성취의 욕구가 많아졌을까, 생각을 해보면 초등학생 때 이야기를 해야 할 차례인 거 같아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난 것도 컸고 동시에 개인적인 의식의 변화도 엄청났죠. 3학년에서 5학년까지 3년 연속 학급 부회장만 했었어요. 마지막 5학년 때 학급선거가 끝나고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웃음) ‘3년을 선거에 나갔는데 회장을 한 번도 못 해봤다니’라고 생각하면서요. 다음해에는 꼭 회장이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렇게 6학년이 되었을 때는 회장을 넘어서 아예 전교회장까지 되어버렸어요. 학기 시작하기 한달 전부터 혼자 원고를 쓰고 몇 번이고 고치며 달달 외웠던 덕분이었어요. 성취의 욕구는 그때부터 폭발적으로 일어났다고 느껴요. 한번 성취의 맛을 보니까 중독되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그 다음부터 새로운 성취, 많은 성취에 집착하다보니 성취를 쉽게 못할 때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마인드를 바꾸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이제 모든 사람들의 속도와 방향은 각자만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오로지 나만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성취욕이 온 사방으로 퍼지기 보다는 ‘정말 중요한 것’에 모이는 느낌이 들기 시작해요.

 

전공하신 과가 심리와 연관이 있다고 들었어요. 전공을 통해 본인도 몰랐던 유년 시절의 결핍들을 마주하고 치유하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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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과 심리 치료, 심리 이론 등을 배우면서 절로 자기치유를 할 수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가족치료’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가계도를 그리는 시간이 있었어요. 4대 가계도를 만들어서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그제야 제가 제 성장과정의 의미와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되었어요. 100년 전의 가족 이야기까지 훑어보며 개인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어요. 가족 치료를 알게 되고 나서부터 [정상가족은 없다] 시리즈를 기고했어요. 제가 겪은 치유의 감각을 조금이나마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어린 시절의 상처나 결핍을 보듬고 자기 안에서 해방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시리즈 제목을 [정상가족은 없다]로 선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그 제목만이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의 본질에 가장 가깝게 닿을 수 있는 말이라고 느꼈어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는데, 첫 번째는 ‘가족이라면 모름지기 이러해야 한다’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고, 두 번째는 ‘여러 형태의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그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이야기할 수 있는 제목을 채택하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자신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들은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라 쉽게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들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이것들이 누적되어 후세대에 좀 더 자유롭고 건강한 가족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한국의 가정문화가 서양에 비해서 집단주의적이고, 결혼도 개인과 개인의 사랑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가정과 가정의 결합이기에 사랑의 본질을 흐리는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혼 문화의 측면에서 봤을 때도 사랑의 본질과는 멀어지는 것 같아서, 이런 것에 대해 대국민토론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웃음) 요즘은 한 가정의 문제를 넘어서 국가 존폐의 위기까지 닥칠 정도로 인구 문제도 심각해서, 여러모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제가 숨을 수 있는 안식처이자 삶에 대한 숭고한 의식이에요



글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글은 읽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첫 문장을 보자마자 읽고 싶은 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형식적인 부분에서는 문장이 길 땐 짧게 나눠서 짧은 문장이더라도 빠른 호흡으로 읽어 나갈 수 있게 쓰는 편이에요.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사람들이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 제가 해석가가 되어서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해요. 사소한 것도 진심을 다해 관찰하고 알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선을 더 드러내고 싶어요. 

 

[자랑스러운 확성기]라는 글에서 신생 브랜드의 컨텐츠 업무를 맡아 180일 동안 233건의 글을 썼다고 하신 것을 봤어요. 한정된 시간 내에 다작을 요하는 컨텐츠 업무를 맡으며 글쓰기 방식에 찾아온 변화가 있었나요?

 

위에서 말씀드린 형식적인 부분이 다작을 하면서 더욱 신경 쓰게 된 부분이에요. 회사와 소비자를 위해 글을 썼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독자가 읽기 쉬운 글,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치와 지향점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어요. 무엇보다 브랜드의 차별점을 찾아내고 글에서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정성을 들였어요.

 

지예 님께 글쓰기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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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무너지고 저의 외부환경이 다 변하더라도, 숨을 수 있는 나의 안식처? 그냥, 글쓰기가 없는 제 삶을 상상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글쓰기만큼은 지켜내고 싶은 삶에 대한 의식인 것 같아요. 어떤 숭고한 의식. 글은 제가 남긴 영원한 자산이기도 하고요.

 

지예 님의 글을 읽으면서 글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아주 어릴 때부터 일기 쓰는 것에는 재미를 느꼈어요. 가족, 친구들이랑 함께 했던 즐거운 일화를 적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요.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일기에 정리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죠. (웃음) 선생님들이 제 일기장을 보고 코멘트를 해주시는 것도 원동력이 된 것 같네요. 그때 알았어요. ‘글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글쓰기를 띄엄띄엄 하게 되었어요. 의무적으로 하는 글쓰기는 전혀 아니었죠. 그러다 고등학생 때, 학업과 진로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어요. 어느 날 막막함에 펜을 들고 눈물을 흘리면서 5-7장이 되도록 글로 감정을 토해냈는데, 그 순간 글 자체가 나만의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그렇게 아픈 상황이 없고, 같은 상황이 생기더라도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를 지킬 방법을 아니까. 근데 당시에는 그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일종의 구원 도구였던 것 같아요. 글쓰기가. 지금은 글을 쓰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를 느끼고 ‘살아있다’는 느낌에 행복을 느낍니다.

 

앞으로 더 쓰시고 싶은 글이 있을까요?

 

과학과 예술 등 여러 가지 학문을 한데 묶는 글을 쓰고 싶어요. 세상의 모든 학문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앞으로 더 많은 영역의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그것을 통합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이건 인생의 목표이기도 해요.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해부학, 건축학, 지리학 등을 총망라해서 업적을 남긴 사람이잖아요. 제가 되고 싶은 인간상도 그렇고, 글도 그런 것 같아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든 면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 말씀하신 부분이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답변이 되기도 하겠네요?

 

맞아요. 그리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증명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말은 뱉으면 휘발되지만 행동은 자국이 되어서 영원히 남으니까요.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커리어적인 측면까지 포함해서요. ‘사랑해’라는 말보다도 행동으로 표현하고,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도 말하기에 앞서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빠르게 실패하기], [실패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는 무엇입니까] 등 실패에 관한 글을 쓰셨어요. 두번째 글에서 “실패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으로 끝맺음을 하셨더라고요. 저도 지예 님께 동일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실패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는 무엇입니까?

 

실패는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도 걷잖아요. 어떤 방향을 향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실패가 없는 도달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월드컵 포르투갈전을 보면서도 느꼈는데, 16강이란 성공만 바라본다면 대단한 성취를 한 것처럼 여겨지겠지만 선수들 개개인의 삶을 하나하나 조명해 본다면 수많은 실패의 연속이었을 거예요. 그런 것을 보면 실패가 없는 삶은 비극인 것 같아요. 성공만 있는 삶은 없으니까요. 저는 그래서 실패가 너무 반가워요. 내가 실패를 하고 있다는 것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거니까.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건 도전도 행동도 하지 않은 거라서, 젊을 때 하는 실패는 훗날 나의 자산이 되겠다고 느꼈어요. 앞으로도 정말 많이 실패해보고 싶어요.

 

향후 활동 계획이 있을까요?

 

해외생활에 대한 꿈이 있어서 지금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어요. 언젠가 저의 생각을 영어로도 구체적으로 자세히 표현할 수 있는 날이오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음) 더 가까운 미래로는 아트인사이트에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글을 주기적으로 쓸 예정입니다.

 

귀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머리로 쓰는 글이 아닌 몸과 발로 글을 쓰겠습니다. (웃음) 직접 경험하고 겪은 과정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삶의 이야기를 나눌게요. 저 역시 긴 시간 동안 이야기 들어 주셔서 감사한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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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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