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철저한 준비와 계획? 그건 그저, 지금 생각일 뿐 - 도서 '빠르게 실패하기' [도서/문학]
-
"화이팅! 오늘도 실패하자!"
이 글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한 문장을 적어놓고 나니 왠지 마음이 편-안하다. 게비스콘 광고에서 중년 남성이 개운한 얼굴로 속을 쓸어내리는 얼굴이 떠오를 만큼.
지금까지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들이 성공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그 성공한 사람들만이 실패의 값진 가치를 이야기해왔다. 그래서 실패라는 주제는 언제나 성공이라는 주연 뒤에 있는 조연이었다.
하지만 동앗줄같은 책을 발견하곤 생각이 달라졌다. 바로, 실패가 주연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일어났다.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실패는 성공의 선구자다.
천 개의 성공을 만든 작은 행동의 힘 - 도서 <빠르게 실패하기>
당신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본 적이 있나요?
이루고 싶은 성공이나 목표를 위해 계획을 세워 본 적은요?
그것을 이루고 위해 5년, 3년, 1년의 실행 목록들을 적어 봤나요?
그리고 어떻게 되었나요?
그 모든 것을 실천할 수 있었나요?
어쩌면 수없이 많은,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보며 지레 포기해 버리지는 않았나요?
- 도서 <빠르게 실패하기> 중에서
책 커버의 뒷면에 적힌 내용은 의식과 무의식에 찬물을 끼얹은 듯했다. 평생동안 버킷리스트를 줄줄이 쓰고 1년 뒤, 5년 뒤의 미래 목표를 수도없이 바꾸며 살아왔던 사람에게는 완벽히 허를 찌르는 물음들이었다. '어쩌면 수없이 많은,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보며 지레 포기해 버리지는 않았나요?'
언제부턴가 아주 먼 미래의 목표만 생각하고 현재의 삶에는 무언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불평했던 기억이 있다. 2년전 호기롭게 유튜브 판에 뛰어들어 아무렇게나 영상을 찍고 올리고 구독자와 조회수가 원하는 만큼 오르지 않자 덮어버렸던 경험. 개인 브랜딩 채널을 만들어보겠다며 인스타그램에 카드뉴스를 만들고 몇 개쯤 올리다 중도포기했던 것. 개인의 기준으로서는 거창한 목표까지 가는 길이 너무나 멀고도 험하다는 판단하여 '벌써부터' 싫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빠르게 실패하기>는 실패를 오히려 옹호하고 있었다. "제발, 최대한 가능한 빨리 실패하세요! 실패야말로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니까요"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진정한 실패가 아니겠다. 실패라고 판단한 것들은 사실 행동했다는 증거가 되니까. 빠르게 시도하고 행동했다는 사실일 뿐이니까. 무언가를 시작해보았고, 그 경험을 통해 생각하고 판단한 과정은 절대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더군다나 삶이 끝나지 않은 이상 언제나 재도전 할 기회가 있으며, 따라서 완벽한 실패는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가능한 더 빨리 시작하고 최대한 더 많이 실패하라
목표를 이루기 전을 생각해 보라. 수많은 실패와 엉망인 사고, 잘못된 출발점, 물거품이 된 노력들로 가득 차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대한 빨리 실패를 없애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수를 피하기 위해 공부하고 준비하며 질질 끄는 대신에 이들은 즉시 행동한다. 자신들의 노력이 완벽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거나 경쟁력이 전혀 없어도 말이다. 성공은 대개 위태로운 상황과 어설픈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니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먼저, 그 일을 얼마나 망치게 될 지 생각해 보라.
- 도서 <빠르게 실패하기> p.85 중에서
"내가 만약 ____에 성공하고 싶다면 나는 먼저 ____를 실패해야 한다"
성공에 대한 사고를 바꿔줄 속시원한 문장이 나타났다. "내가 만약 ___에 성공하고 싶다면, 나는 먼저 ___를 실패해야 한다." 이 문장은 실패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단번에 선물해준다. 실패는 피하거나 안타깝거나 슬픈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문장에 맞게 우리는 여러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실패는 훌륭한 뮤지션이 되고 싶다면, 먼저 엉망인 음악을 수없이 연주해 봐야 한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려면, 형편없는 영어를 많이 해봐야 한다. 아트인사이트에서 필진으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어설픈 글을 많이 써 봐야 한다.
이렇듯 실패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는 단지 신호등이 초록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뀔 때 '주황색'에 해당되는 과정일 뿐이다.
실패 = 계획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실패 = 더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
실패 =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지 찾아내는 것
실패 = 탐험하는 것
실패 = 그게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음을 배우는 것
실패 = 시장에 대한 리서치를 좀 더 해보는 것
- 도서 <빠르게 실패하기> p.100 중에서
저자는 여기에 더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적극 이용해보자고 권한다. 두려움을 행동에 적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실패는 무수히 다양한 말로 재탄생된다. 계획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더 배워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탐험하고,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음을 배우는 과정이 된다. 실패라는 이름은 사실 인생의 시행착오를 단 하나의 말로 압축한 것뿐이다.
가능한 빨리 실패하라는 말은 결국 가능한 빨리 행동하고 배우라는 말일테다.
작은 성공이 당신의 삶을 움직이게 한다
큰 목표를 향해 무작정 달리는 것의 부작용을 이야기한 부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장래희망'을 적으며 아직 시도해보거나 경험해보지도 않은 갖가지 직업들을 써내려왔다. 물론 꿈의 다양성과 실현가능성을 놓고 보자면 기특한 일이 될 수 있지만, 문제점은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편협함'에서 발생한다.
큰 목표를 위해 무작정 달리는 것의 부작용은 이 책에서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다. 지나친 목표 설정으로 자신을 스스로 속박하지 말라. 학위를 따거나, 훌륭한 작가가 되거나, 100만 달러를 벌거나, 꿈에 그리던 집을 장만하거나, 회사 매출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은 분명 큰 성공이다. 그러나 미래에 이루고 싶은 큰 성공에만 사로잡히면 동기를 자극하는 매일매일의 즐거움과 성취를 무시해버리는 셈이 된다.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편협한 길에 갇히는 것과 같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미래의 폭료를 위해,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보낸다.
- 도서 <빠르게 실패하기> p.120 중에서
넌 꿈이 뭐야?" "졸업하고 뭐할거야?"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보통 나의 대답은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겠어"란 말이었다. 좋아하는 것과 관심있는 것에 대해서도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와중인데 거창한 꿈이라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꿈의 가능성을 단 한가지로 좁히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질문의 본질이 달라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나는 미래의 가능성을 언제나 열린 결말로 바라보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인생은 계획되지 않은 것들 투성이었다. 정말이지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여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고, 그 인연들로 또 새로운 경험과 상황에 맞닥뜨렸을 뿐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미래에 대한 재단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계획보다는 기회를 따르자'고 마음 먹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먼 미래를 촘촘히 계획할 지언정, 지금 나에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가서 직접 보라, 도중에 마음을 바꿔도 괜찮다
<빠르게 실패하기>에서 마음의 면역력을 얻을 수 있던 하이라이트는 바로 "도중에 마음을 바꿔도 괜찮다"라는 소제목이었다. 오로지 하나의 길에 헌신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언제든지 삶의 방향은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융통성의 바탕은 호기심과 직접 경험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나가서 직접 보라'는 말은 모든 진로 진로상담가가 우선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첫 번째 조언이 아닐까? 어떤 직업을 직접 경험하지 않는 이상, 업무에서 느끼는 기분을 전혀 알 수 없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사람들에게 묻고 질문을 하거나 리서치를 해도 소용없다. 그것은 그냥 그들의 의견일 뿐, 나 자신의 의견이 아니다. 특정 직업에 대해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알려면 가능한 많은 경험을 직접 해보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래야 분명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 p.257 중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혹여 중도 포기자로 보일까 봐 새로운 진로로 바꾸는 것을 완강히 거부한다. 그렇게 수년, 심지어 몇십 년을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직업에 매달리며 낭비하고 사는 것이다. 우리는 상담을 하면서 급격한 진로전환을 선택한 사람들을 종종 봐왔다.
-전문 사진사가 된 컴퓨터 프로그래머
-커피숍 주인이 된 역사학자
-임상 심리학자가 된 연극 배우
-유치원을 개원한 사회과학자
-기계공학자가 된 운전 강사
이렇게 진로를 바꾼 이들 중 누구도 그 결정을 후회한 사람은 없었다. "좀 더 일찍 용기를 냈으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라고 말한 사람만 많을 뿐이다. 그러니 한번 세운 계획에 갇혀 있지 않기 바란다. 언제든지 변화를 맞을 준비를 하고 새로운 일들을 과감하게 시도해도 된다.
- 도서 <빠르게 실패하기> p.277 중에서
가능한 많은 경험을 직접 해보는 기회만이 현재와 미래를 연결짓는 열쇠(key)가 될 것이다. 현장에 나가서 직접 환경과 사람과 만나보고 부딪히는 방법만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시험이 될테다.
르세라핌의 노래
의 가사 중에는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toe shoes 무슨 말이 더 필요해"라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가사다. 이 가사는 르세라핌의 멤버인 카즈하가 15년간 헌신했던 발레를 포기하고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한 사실을 암시한다. 발레의 현장에서 무려 15년간 수많은 시간을 보냈던 그녀가 이국의 땅에서 가수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나가서 직접 보라"와 "도중에 마음을 바꿔도 괜찮다"라는 대목과 완벽히 들어맞는다. 다른 경로로 갈 지언정,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연륜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삶을 헤쳐나가는 방식을 공식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삶에 뛰어든다. 현장을 직접 경험한다. 경험을 쌓아가며 실패하고 빠르게 배운다. 배움을 통해 대상과 나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도중에 마음을 바꿔 다른 길로 향할 수도 있다.
나가며 :성공에 대한 방정식을 바꿔준 <빠르게 실패하기>
자기계발서를 꾸준히 읽어온 사람으로서, <빠르게 실패하기>는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성공을 향한 과정을 완전히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됐다.
장기적인 목표가 없어서 길을 잃고 있는 자라면, 원하는 목표를 위해 참고 인내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책은 스스로 선택해서 읽고 감명을 받을 때 가장 효과가 좋다고 믿었던 나지만 이번만큼은 그저 선물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크다.
더 솔직하게 실패를 이야기하고 싶다. 자신있게 실패의 과정을 공유하고 더 나은 혹은 새로운 여정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빠르게 실패하기>를 통해서 주어진 삶을 제한과 제약없이 온전히 만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신지예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