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선택의 무게감, 더 포스트(The Post) [영화]

글 입력 2023.02.1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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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널리즘 영화를 좋아한다. 이런 영화들은 진실을 파헤치는 수사물 같기도 하고 멀지 않은 과거를 다루는 역사물 같기도 하다. 웃음거리 없는 진지함에 누군가는 지루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알리는 과정은 지루함을 상쇄시킬 희열과 감동을 전해준다.


영화 <더 포스트>는 필자가 접해본 모든 저널리즘 영화 중 손가락 안으로 꼽는 영화다. 취재의 과정과 보도의 자유 같은 저널리즘 영화가 가져야 할 필수적인 덕목뿐만 아니라 당시 냉대받던 여성의 사회 진출 분위기까지 담아낸 작품이다. 게다가 톰 행크스와 메릴 스트립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의 열연으로 연기마저 빈틈없이 꽉 차게 담아냈으니, 저널리즘 영화라는 장르를 넘어 어디 내놔도 명작 반열에 들 영화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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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트>는 베트남 전쟁이 한참이던 1971년, 대통령과 전쟁의 비밀이 담긴 ‘펜타곤 페이퍼’와 관련하여 ‘워싱턴 포스트’의 경영자와 기자가 겪은 갈등과 보도 과정을 담은 영화다. 펜타곤 페이퍼는 닉슨 대통령과 이전 대통령들이 승리가 불가함을 알면서도 정치인들의 체면을 위해 베트남전을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 소재 중 하나이다. 영화는 이를 취재하고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 기자와 발행인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펜타곤 페이퍼 보도건은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의 치부를 드러내는 1급 보안문서였고 1급 보안문서 국가 안보와 자신의 재선 목표 달성을 이유로 이를 보도하려는 언론을 압박했다. 이 압박으로 워싱턴 포스트 최초의 여성 발행인이자 보도 결정권자 캐서린(메릴 스트립)은 갈등을 겪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1970년대 미국은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나뉘어 있었고, 정치는 남자만 참여하고 얘기할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서 남편의 죽음으로 발행인의 자리에 오른 캐서린에게 주어진 보도 선택의 무게감과 그녀를 설득하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애쓰는 기자들의 갈등이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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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말하는 언론 보도의 역할과 무게


 

여느 저널리즘 영화와 마찬가지로 ‘더 포스트’ 또한 언론의 역할과 보도의 무게에 대해 다룬다. 여기서 언론의 역할과 보도의 무게는 언론이 단순 매체를 통한 정보 전달만의 역할만이 아닌, 진실에 다가가고 권력을 견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말하는 언론 보도의 무게와 타 영화의 무게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저널리즘 영화가 언론의 역할에서 기자만 짊어지는 취재와 언론 무게를 다루었다면, 이 영화는 기자와 보도 결정권을 가진 경영인 그리고 언론의 모든 인물이 중심이 되어 언론 보도의 무게를 견뎌낸다. 같은 장르의<스포트라이트>,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서 오로지 기자들만이 이 무게를 견뎠던 것과는 대비된다.


그렇다면, 영화가 말하는 언론 보도의 무게는 무엇일까? 필자는 영화의 대사로 “우리가 아니면 누가 권력을 견제해요"로 이 무게를 생각해 보았다. 권력 견제 기구 역할을 수행하는 집단으로서 다른 언론이 나서지 않을 때, 자신들이라도 역할을 수행하자는 이 대사. 적어도 그들이 견딘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사라 생각한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최초의 여성 발행인



<더 포스트>는 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여성의 역할이 사실상 제한되어 있음을 표현한 영화다. 영화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데, 언론 기자 성비 차이, 캐서린을 제외하면 보이지 않는 여성 경영진이 그 대표적 예이다. 또 캐서린의 가족 모임 중 남편들이 정치 얘기를 시작하자 당연하다는 듯 빠지는 부인들의 모습에서도 이를 볼 수 있었다. 그런 시대에서 가족의 사고로 가장이자 경영자가 된 그녀를 세상의 역사를 바꿀 보도 결정권을 쥔 캐릭터로 만들었으니, 다른 캐릭터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영화 말미 법원의 판결에서 승소한 후 뉴욕타임스 발행인과 그녀의 모습에서도 이런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케서린에게는 아무도 질문하지 않고 오로지 뉴욕타임스의 남성 발행인에게만 질문하는 장면 후, 여성들 사이를 걸어가는 캐서린의 모습을 비추며 여성 차별이 만연했던 시대를 보여주고 그런 행태를 견뎌내고 당당히 걸어가는 굴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캐서린을 흔한 캐릭터에서 언론 경영인이자 영화서 가장 큰 서사를 가진 인물로 만들었다. 이 캐릭터로 인해 저널리즘 장르에서 멈출 영화는 하나의 여성 서사이자 성장 스토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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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언론의 역할과 최초의 여성 경영인에 대한 존중이란 큰 두 가지의 갈래로 진행된다. 어느 한 갈래에 강한 힘을 주지 않고 양쪽에 동등하게 힘을 주어 스토리의 내용이 탄탄하다 느끼게 만든다. 덕분에, <더 포스트>는 기존의 저널리즘 영화를 넘어 여성 서사 스토리마저 겸비한 매력적인 영화가 될 수 있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COMMENT



‘더 포스트’를 보기 전 봤던 저널리즘 장르 영화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기준에 두고 두 영화를 비교하며 본 거 같다. 비록 40년 전의 영화지만,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같은 인물에 대한 취재를 다뤘다는 점의 이유도 있을 것이다. 두 영화 모두 같은 장르지만, 취재-보도로 끝나는 깔끔한 전개의 영화와 취재-보도-새로운 서사를 도입한 영화로서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영화가 더 좋음을 떠나 ‘더 포스트’의 마지막 장면과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첫 장면이 연결되기에 꼭 같이 챙겨보기를 권한다.

 

 

[양창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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