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림자를 세련되게 다룬 판타지 소설 - 그림자 마법사들 :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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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 미술 등을 세밀히 해부해 보면 각각 다양한 하위 장르들이 존재한다. 음악과 같은 경우 락, 힙합, 테크노, 재즈, 블루스, K-Pop 등이 떠오른다. 미술 사조는 입체주의, 초현실주의, 극사실주의, 인상파, 야수파 등 다채롭게 분류될 수 있다. 영화 또한 음악, 미술과 마찬가지 여러 세부 장르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하나의 예술 범주안에 다양한 장르가 공존해야 정체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들이 탄생하고 다양성을 확보해 예술의 멸종에 대비할 수 있다.
이처럼 예술은 명확히 장르를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은 어떨까? 책도 명확한 장르로 나누어질 수 있을까? 우선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책의 장르를 묻는다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할 것이다. 간단히 주변에 물어보니 크게 에세이, 자기계발 책, 경제분석 책, 재테크 관련 책 등이 주로 나왔다. 베스트셀러에서 익숙히 볼 수 있는 장르들이었다. 특히 '힐링', ‘성공’, ‘경제적 자유’ 등과 같은 키워드들과 연관된 도서들이었다. 현대인들의 열망을 담은 키워드들이다. 간혹 시, 소설 장르도 나왔지만 역시나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인식하는 책의 장르의 종류는 넓지는 않다. 하지만 집중해서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이 분류할 수 있다. 가령 소설만 해도 로맨스 소설, 공상과학 소설, 역사 소설, 추리 소설 등이 떠오른다. 그리고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으로 대표되는 판타지 소설도 있다.
판타지 장르는 해리포터로 인해 대중들에게 낯선 장르는 아니다. 하지만 막상 판타지 장르를 자주 읽는 독자를 만나기는 어렵다. 국내서적 중에 대표적인 판타지 장르 소설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는 것만 보아도 우리나라에 있어서 판타지 장르 소설은 각광받지 못한 장르이다.
이와 같이 판타지 장르가 메마른 국내 도서 시장에서 독특한 소재로 나타난 판타지/미스터리 소설이 있다. 바로 2023년,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많은 독자의 커다란 호응을 얻었던 <그림자 마법사들 :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이다. 국내 판타지 소설계의 단비과도 같은 작품이다.
그림자를 세련되게 응용한 소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마라.’ 그림자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문장이다. 그림자와 관련된 재미있는 놀이들도 있다. 이처럼 그림자는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내 옆에 꼭 붙어있는 친근한 소재이자 과학 현상이다. 이처럼 평범할 수 있는 ‘그림자’라는 소재를 세련되게 응용해 다룬 책이 바로 <그림자 마법사들 :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이다.
해당 책은 그림자 소재를 주축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판타지/미스터리 세계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마법사들의 세계’가 주된 설정이지만 단순히 ‘그림자 마법’의 신비로움만 다루는 것이 아닌 해당 소재를 활용한 긴장감 있는 추리로 소설을 끌고 가는 것이 매력적이다.
해당 책이 판타지 장르 중에서도 독특한 이유는 현대적인 요소와 ‘그림자 마법’을 조화롭게 섞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들은 중세의 마법 등과 같이 과거의 시대상을 설정해 세계관을 구축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해당 책은 일부분의 미래적인 요소가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을 현대 시점에서 묘사해 그림자 갈취 사건이라는 주제를 루즈하지 않고 세련되게 풀어냈다. 일반적인 판타지 장르들과 다른 현대적인 요소의 가미는 읽는 내내 거부감을 주지 않고 편하게 세계관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기억을 잃고 시작하는 도입부
나의 독서 스타일은 아무리 소재가 독특하고 흥미로워도 초반부에 강한 몰입감을 주지 않으면 완독까지 가기 어려운 스타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자 마법사들 :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섬세한 묘사로 흡입력 있는 도입부를 명쾌하게 구성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소설은 '과연 주인공의 본래 정체는 무엇이지?' '어쩌다 기억을 잃게 된 것인지?' 등 궁금증을 폭발시킨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라는 도입부에 강하게 끌린 이유는 평소에 기억에 대해서 깊게 탐구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다 일어나서 갑자기 눈을 떴을 때 스스로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면 과거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야 한다. 즉 과거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는 상태로 눈을 뜨게 된다면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누구인지 모른다. 즉 기억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기억이 곧 인간을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소설의 첫 부분, 기억을 잃은 주인공은 당연히 본인이 누구인지 모를뿐더러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무지한 상태이다. 그리고 독자의 입장에서 ‘도대체 이 사람 정체가 무엇이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책에 깊숙이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심연과도 같은 칠흑 같은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표현력
판타지 장르는 왜 대중들이 선호하지 않을까? 이유 중 하나로 ‘표현력’에 따른 호불호가 매우 갈리기 때문이다. 판타지 장르는 매우 현실적이지 않은 독보적인 세계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세계를 다룬다.
판타지 장르를 다루는 작가들은 일반인보다, 어떻게 보면 다른 일반 작가들보다 독보적인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상상력의 산물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세하고 명쾌한 설명들이 필요하다. 세계관에 대한 묘사와 세계관 안에서 이루어지는 독특한 행위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의 부재하게 된다면 독자들은 길을 잃고 만다. 작가만큼의 상상력을 독자가 가지고 있기 힘들기 때문이다.
책 <그림자 마법사들 :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은 초반부부터 마법이 가미된 모든 장치, 행위, 인물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모든 것을 묘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섬세하고 구체적인 표현들을 통해 독자는 전반적인 마법 시스템의 규칙을 이해하고, 인물들이 마법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익혀 소설의 전개를 예측하거나 결말을 추측하는 과정으로 이끈다. 즉 자연스럽게 소설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처럼 작가의 섬세한 표현은 독자가 그림자 마법의 규칙과 제약 사항, 인물 간의 관계도 등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부담 없이 판타지 세계관을 받아들이게 만들어준다. 결과적으로 작가가 구축한 세계관을 더욱 현실적이게 만들고 주인공의 여정을 거부감 없이 따라갈 수 있게 만들었다.
현실을 벗어난 새로운 세계
오랜만에 제대로 된 판타지 장르의 책을 읽게 되었고 판타지 장르를 다루는 작가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평소에 어떤 것들을 보고, 듣고, 읽는 것인지 치밀한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는지 상상력이 매우 부럽다.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상상해 내는 능력이라, 진짜 마법과도 같다.
판타지 소설은 독자들에게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와 현실에서의 문제들로부터 도피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환상적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플롯으로 꽉 차 있는 <그림자 마법사들 :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을 통해 환상적인 마법세계에 매료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노세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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