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외로움을 품는 식당, 카모메 식당 [영화]

이방인의 장벽을 넘나드는 장소
글 입력 2023.01.2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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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장벽은 무엇일까?

 

이방인에게 신기한 안경이 있다. 좋은 건 더 좋게 나쁜 건 덜 나쁘게 보이는 안경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방인의 한계가 존재한다. 이방인이라서 사라지기 어려운 외로움이 존재한다.


스톡홀름에 여행을 갔을 때, 우연히 동행한 60대 스웨덴 할아버지가 말했다. “스톡홀름이 얼마나 살기 안 좋은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충격적인 대답이다. 당연히 복지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다 행복할 줄 알았다.


사람마다 사정이 있듯이, 나라마다 각자 사정이 있다.

 


카모메식당 셋.jpg
영화 <카모메 식당> 스틸사진

 

 

이방인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어렵다. 낯선 모양으로, 그들의 문화 속에 그대로 존재하는 식당이 있다. 바로 헬싱키 길모퉁이에 있는 <카모메 식당>이다.


<카모메 식당>의 주인 사치에는 독특하다. 카모메, 갈매기 식당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뚱뚱한 핀란드 비둘기처럼 사람들이 잘 먹고 잘 마셨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품은 곳이다. (손님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기 위해 주방도 개방형으로 만든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가 계산기를 두드릴 만큼 손님이 없는데 첫 손님에게 커피 평생 무료로 대접한다. 확실히 사치에는 돈을 벌기 위해 헬싱키로 온 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여전히 이방인 안경의 한계를 가진다. 세 명의 일본인 여성은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여유로워 보일까요?”라고 묻고 토미가 “숲이에요”라고 답한다.


과연 모든 핀란드 사람이 숲 때문에 여유로울까? 아니다. 이방인이기 때문에 볼 수 없는 현지인의 외로움이 존재하고, 현지인이기 때문에 볼 수 없는 이방인의 외로움이 존재한다. 바로 그 한계가 사치에가 일본이 아닌 낯선 나라에 식당을 지은 이유다. 혼자라도, 여럿이라도 사라지지 않는 절댓값의 외로움은 어디에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외로움도 품는 장소가 카모메 식당이다. 


외톨이지만 일본 문화에 관심 많은 토미, 창문 밖에서 앞담화하는 할머니 세 명은 시나몬롤 냄새에 이끌려 단골이 되고,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매일 사치에를 쳐다보는 아주머니는 나중에 말하지 못한 고백을 한다. 심지어 가게에 몰래 들어와 물건을 훔치려고 한 전 가게 주인에게 오니기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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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모메 식당> 속 오니기리

 

 

사치에는 헬싱키 일본 음식 전문점보다 누구나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안내서를 보고 찾아오는 일본 사람이나 일식하면 초밥이나 사케 밖에 모르는 사람은 우리 가게 분위기하고는 안 맞는 것 같아요. 거기(카모메 식당)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식당이에요. 근처를 지나다가 가볍게 들어와 허기를 채우는 곳이죠. 매일 열심히 하다 보면 손님도 차츰 늘 거예요."] - 영화 <카모메 식당> 대사


처음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나중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보면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다. 사치에가 바랬듯 그냥 동네 사람들이다.

 

만약 세상이 끝나는 날이 온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나 같은 미소로 자리를 지킬, 헬싱키의 카모메 식당에서 오니기리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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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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