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에게 극장이란 [영화]

극장이라는 공간의 의미
글 입력 2023.01.2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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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값이 싸고 화려하고 재미있으며’[(하소(夏蘇), <조광>, 1937년 12월호], ‘50전만 가지고 가도 하루 저녁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김을한, <별건곤>, 1930년 7월호) 대중의 오락이었다.

 

영화가 도입되었을 시기. 영화는 ‘본다’라는 근대적 흥미로 사람들을 한 장소에 모이게 했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은 한 데 모여 ‘극장’이라는 장소를 영위해 나갔다. 또한 단순한 오락적 의미를 넘어서, 영화의 소비자를 ‘소비로만 생활을 쌓아 올리는 모던 생활자’ 라고 정의할 정도로 영화는 근대 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들의 영화 경험은 정형화되었고 관객성은 성립되었다.

 

이러한 발전 가운데 1960-70년대 수입 영화에 관한 영화법이 제정 된다. 이는 허락된 영화 제작자만이 영화를 수입하게 했으며, 수입되는 외화 필름과 시나리오를 강력하게 검열했다. 한국에 ‘활동사진’으로써 영화가 처음 도입됐던 시기, 대중에게 상영된 초기 영화들 사이에는 네오리얼리즘(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은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를 비롯해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부터 8년여 동안 등장했던 이탈리아 영화의 새로운 경향을 일컫는다) 영화 또한 끼어 있었다.

 

이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비토리오 데 시카는 <자전거 도둑> , <움베르토 D>를 만든 감독으로, 그의 후기작품 <해바라기>가 1970년대 한국의 검열 과정으로 인해 수입이 실패된다. 이는 영화에 소련이 등장했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해바라기>는 10년 만에 검열을 통과하여 한국에서 큰 흥행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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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으로,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실제 부인 배우 ‘소피아 로렌’이 주인공 역을 맡는다.

 

주인공 조반나(소피아 로렌)는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지만, 남편 안토니오는 얼마 안 가 러시아 전선으로 떠나게 된다. 남편을 기다리다 지친 조반나는 결국 안토니오를 찾아 러시아로 향한다. 어려움 끝에 만난 안토니오는 전쟁 중 기억을 잃고 그를 구해준 여인과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었고, 충격에 빠진 조반나는 이탈리아로 돌아온다. 이후 안토니오는 조반나를 만나러 이탈리아로 찾아오게 된다.

 

이러듯 영화 <해바라기>의 내용은 통상적인 멜로 드라마 서사 느낌이 강하다. 해당 영화의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는 네오리얼리즘의 대표 감독으로, 그는 네오리얼리즘이 쇠퇴한 후 멜로 드라마 관습이 짙게 묻은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바라기>는 본래 네오리얼리즘 영화와 달리 서사의 비선형적 구조, 플래시백, 전지적 관객 시점 등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네오리얼리즘을 벗어났음에도, 여전히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다. 이러한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후기작 <해바라기>는 전쟁으로 인한 이별과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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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배경으로 한 멜로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은, 언제나 전장에 나간 연인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마치 <콜드 마운틴>의 주인공 ‘니콜 키드먼’ 배우가 전장에 나간 연인 ‘주드 로' 배우를 기다린 것처럼 말이다.

 

이에 반해 <해바라기>의 주인공 ‘조반나’는 직접 남편을 찾아 떠난다. 조반나는 전쟁 기간 동안 남편을 기다리며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지내왔다. 그런 그가 남편이 살아있다는 믿음을 갖고 러시아로 향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포부와 달리, 조반나는 지난 전쟁의 세월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가 남편을 찾기 위해 향한 해바라기 밭과 십자가 박힌 무덤들에는 전쟁 중 시신들이 묻혀 있다.

 

조반나를 중심으로 줌아웃 되는 화면 속에는, 수많은 해바라기와 십자가가 즐비해 있다. 어느새 전쟁의 흔적은 땅에 묻히고, 그 위로 해바라기가 무수히 자랐으며, 수많은 묘비가 지어졌다. 이미 지나가버린 무수한 세월이 조반나에게 다가온다. 또한 조반나가 러시아에서 만난 사람들은 지난 전쟁의 기억을 잊은 것 같아 보인다.

 

조반나는 이러한 무수한 세월을 돌이킬 수 있을까. 거대한 세월을 마주한 조반나는, 결국 러시아에서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안토니오에 의해 처참히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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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나가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을 깨닫는 것을 기점으로 영화는 변화한다. 우리는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어두워지는 화면을 보게 된다. 조반나와 안토니오가 사랑에 빠진 바닷가 장면은, 화면에 붉은 노을빛이 가득하다. 그러나 어느새 홀로 있는 조반나에게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것은 갈수록 짙어지는데, 이러한 그림자 변화는 조반나가 러시아에서 가정을 꾸린 안토니오니를 만나면서 극에 달한다.

 

이때 영화 전반에 깔린 콘트라스트(명도의 대비)는 독일 표현주의 영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짙다. 결국 조반나와 안토니오의 재회 장면은 완전한 어둠 속에서 이루어진다. 어둠은 두 부부가 놓친 세월을 나타낸다. 또한 그로 인해 부부가 서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어졌음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그림자 진 부부 사이에 또 다른 변화를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카메라의 움직임’이다.

 

<해바라기>의 ‘카메라 움직임’은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이 멜로 드라마 장르를 선택했음에도, 할리우드 관습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을 구현해낸 요인 중 하나이다. 초반부 신혼 생활 중인 부부의 대화 장면은 부드러운 패닝 (동체의 속도나 진행방향에 맞춰 카메라를 이동시키며 촬영하는 기법)으로 진행된다. 끊김없이 이어지는 화면은 부부 사이의 연결감과 정서의 유대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조반나와 안토니오니가 오랜 세월 끝에 재회했을 때, 그들 사이에 패닝은 없다. 끊어진 장면이 연속될 뿐이다. 이는 앞선 어둠과 마찬가지로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진 부부의 사이를 나타낸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그간의 세월을 깨닫고 받아들이기까지의 슬픈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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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해바라기>는 우리에게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기차, 해바라기, 클래식 음악. 영화에서 기차는 결혼식을 올린 부부가 함께 타기도 하며, 전쟁터로 가족을 보내기도 하고, 전쟁터에서 돌아온 가족을 찾기도 한다. 또한 사랑하는 이와의 완전한 이별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영화에서 기차는 이별과 재회의 심볼이다. 하지만 당시 1970년대 기차가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힌 시대에 사는 대중들에게 이것은 심볼을 넘어서 현실이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바라기>의 기차는, 당시 실제로 기차와 함께 이별과 재회를 경험했을 대중에게 큰 울림을 준다.

 

또한 오프닝에서 아름답게 비춰지는 해바라기 꽃밭은, 엔딩에서 다시 한번 등장하여 해바라기의 꽃말 ‘기다림’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엔딩에서 해바라기 밭을 다시 마주했을 때, 우리는 러시아로 남편을 찾으러 갔던 조반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전쟁 동안 남편을 기다린 조반나의 세월을 생각하게 된다. 전장의 시신이 묻힌 땅 위로 해바라기 꽃이 자라기까지의 세월. 이미 피어버린 해바라기 꽃은 지나간 세월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해바라기>가 과거 한국에서 큰 흥행을 거둔 이유는, 전쟁의 상처를 겪은 한국 대중의 정서에 있다. <해바라기> 속 사연은 당시 우리의 사연과 닮아 있다. <해바라기>는 한국의 전쟁이 끝난 지 30년도 지나지 않은 시기에 개봉되어, 당시 한국 관객들에게 공감과 울림을 불러 일으킨다. 이러한 영화 <해바라기>는 스크린을 통해 위로 받았던 한국의 지난 극장을 떠올리게 한다.

 

 

[김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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