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대를 거스르는 금지 - 마리아 스바르보바 : 어제의 미래

금지와 불변의 사이에서
글 입력 2023.01.16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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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미래’라니, 굉장히 모순적인 전시 제목이다. 자꾸만 의미를 곱씹게 했다. 어제의 다음 날이면 오늘 아닌가? 아니면 실현될 수도 있었던 미래의 어떤 가능성, 그러니까 평행우주 같은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인지? 이리저리로 생각이 뻗쳐 나갔다.


전시 초반의 사진은 과거의 공산주의 시절과 작가의 유년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레트로 무드와 각 잡힌 공산품의 느낌으로 시작해서 어린 시절에 대한 회고로 연결되었다가 시간이 흘러 미래적인 분위기로 넘어간다.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시간을 한 호흡 보여준 후, 작가의 메인 보이는 수영장 콘셉트가 등장한다. 수영장에서는 금기와 협동, 시간에 대한 소회를 담은 후, 육지 사진으로 확장되어 신화에 대한 패러디, 현재의 연인들로 끝을 맺는다.


시간의 변화, 금기나 사랑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묘한 줄기 아래 연결되어 있었다. 강력한 연결 고리를 세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정제된 구도 속 계획적인 사진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사진을 몇 장만 본 사람도 쉽게 눈치채는 것은, 모델들이 마네킹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밀랍 인형의 분위기를 내는 데에는, 그 자세가 굉장히 굳어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델의 구도와 카메라의 위치가 굉장히 절제되어 있어 철저하게 감독의 지시하에 찍은 사진임이 여실히 느껴진다. 앞서 말한 요소들이 모여 인물 사진을 탈피해 사진 속 사람을 하나의 오브제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리고 그 오브제들은 감독의 의도에 알맞은 자리에 놓여 열렬하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다.


작가 유년의 공산주의 시대에 대한 경험이나 어린 시절의 사진, 미래 느낌의 사진은 각 시간대의 분위기를 전했다. 공통적인 건 경직된 분위기였다는 점이다. 작품 중간에 보면 영상작품도 있는데 모델들이 방향을 바꾸며 계속해서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이는 국민운동 같기도 했고 정말 인간처럼 만들어진 로봇 같기도 했다. 어떤 시간대의 사회를 표현했든 간에 죄다 유연하지 않아 보였다.

 


Stick, 2014.jpg

Stick, 2014

 

Mother and Daughter, 2018.jpg

Mother and Daughter, 2018

 

 

 

두 번째, 일관적인 색 사용


  

비비드한 색을 사용하면서 마리아의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주제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원색의 색깔을 사용해서 눈을 사로잡았다. 배경은 죽이고 모델에게 확 시선이 집중되게 하는 식이다. 이러한 색깔은 앞서 말한 모델의 고정된 자세와 맞물려서 묘하게 분위기를 냈다.

 

어떤 사진들은 50년대의 핀업걸의 느낌이 나기도 했다. 현재와 과거를 아우르는 색의 사용으로 우리는 과거부터 미래까지 다양한 시간대를 독특한 색감의 렌즈로 경험할 수 있었다.

 


View, 2019.jpg

View, 2019


smykacka, 2016, 30x30.jpg

smykacka, 2016

 

 

 

세 번째, 시간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바



수영장 사진은 미래적인 분위기를 내면서도 시간상으로 유리된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수영복은 유행이 덜한 의복이고 시대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이다. 그래서 수영장 속에 얼굴을 내놓은 모델들은 현재와 미래의 성격을 모두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시간대를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다.


모델들은 때로는 여럿 복제되기도 하고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면서 시대를 거슬러 여전히 존재하는 어떤 제약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제약은 수영장 벽에 쓰여 있는 금지 문구를 통해 표현된다. ‘점프 금지’, ‘음식물 섭취 금지’ 등이 그런 것들이다.

 

작가는 제약이나 기존의 질서로부터 자유로워 보이는 수영장이, 실은 다른 어떤 장소보다도 많은 금지 사항을 보유한 장소라는 것을 깨닫고 이러한 사진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일상에서 금기시되는 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성, 종교, PC하지 않은 것, 정치적인 것들. 이것이 언제 시작되어 어느 시점까지 지속될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Campaign NEHERA, 2016.jpg

Campaign NEHERA,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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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 2016

 

 

이렇게 세 가지 요소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시대의 제약을 벗어난 공통된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듯하다. 이를 위해 주로 원색과 정제된 구도, 유리된 공간을 등장시킨 것 같다.


시대를 타지 않고 작용하는 금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리에게 있어서 불변의 가치는 무엇일까 떠올리게 되었다. 일견 패션 사진, 예쁜 사진을 찍는 작가처럼 보일 수 있으나 전시를 본 후에는 시각적으로 미적 만족감을 주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적 아름다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 현대의 소셜 미디어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무엇을 더 많이 말하고 덜 말해야 할까.

 

 

[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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