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겨울 나그네의 쓸쓸한 밤인사 - 슈베르트, 겨울 여행

연극 <슈베르트, 겨울 여행> 속 프란츠 슈베르트의 삶
글 입력 2022.12.2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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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는 계절에는 고요함과 외로움이 연상된다. 더욱이 매서운 추위는 쓸쓸함을 배가시킨다. 여름과 가을을 뒤덮었던 거리의 소음은 사라지고 날카로운 바람 소리, 자동차 소리가 가득하다.

 

올겨울 소극장 산울림은 겨울을 닮은 삶을 살았던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의 일생을 ‘편지 콘서트’ <슈베르트, 겨울 여행>이라는 연극으로 짧게 소개한다.

 

 

2022.12.16.-12.31. 산울림 편지콘서트 슈베르트 포스터.jpg

 

 

 

각별했던 형제애


 

연극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형 ‘페르디난트’와 나눈 편지와 그의 입을 빌려 슈베르트의 생애를 차분히 설명한다.

 

형제가 많은 환경에서 자란 슈베르트는 편지 속에서 각별한 형제애를 보여주었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경쾌한 말투로 형 페르디난트에게 일상을 전하고, 극 중 어떤 상황에서도 비난하지 않고 애틋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배우의 재치 있는 말투와 표정은 슈베르트의 동생다운 면을 충실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자신의 시대를 살아가며 명성을 얻지 못했던 슈베르트의 삶은 자신을 환대하지 않는 시대 앞에 조금씩 스러져갔다. 결국 병으로 기력을 잃어갈 즈음에야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한 슈베르트의 음악은 나중에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의 나이 31세로 세상을 떠난 이후였다.


 


순수했던 젊은 작곡가


 

청년 슈베르트는 음악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었고, 자신을 주축으로 삼은 ‘슈베르티아데’라는 모임을 결성해 친구들과 가까이 교류했다. ‘들장미(Heidenröslein (D.257)’는 밝고 경쾌한 가곡으로, 이 시기의 슈베르트와 닮아있다.

 

슈베르트의 작품과 음악관이 그의 지인들은 세간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그를 위해 직접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러나 고전주의 음악이라는 시대의 주류를 이기지 못하고 슈베르트의 음악은 그의 사후에 전성기를 맞아야 했다.


 


겨울처럼 쓸쓸히 떠난 나그네


 

극 초반, 막 독립해 작곡가의 꿈을 꾸었던 청년 슈베르트는 존경하는 베토벤, 영감을 주는 시인 괴테와의 소통을 바랐다.

 

그러나 잘 풀리지 않았던 그의 작업만큼이나 유명세를 얻어 명사들과 친분을 쌓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당대 큰 유명세를 얻었던 시인 괴테는 멘델스존의 편지에는 극찬으로 답했으나 비슷한 시기에 보낸 슈베르트의 서신에는 답장조차 하지 않았다.


슈베르트는 대표적인 낭만주의 음악가로서 그의 음악에서 진한 정서를 감상할 수 있다. 그의 가곡은 강렬한 감정적 경험을 환기한다. 대표작 ‘마왕(Erlkönig (Erlkönig, D.328))’은 격정적인 음율로 다양한 박자를 오가며 숨 막히는 몰입감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괴테의 시 마왕에서 영감을 받은 이 가곡은 오늘날 괴테의 시로 쓰인 가곡 중 으뜸으로 꼽힌다.


가곡집 《겨울 나그네(겨울 여행)(Winterreise)》은 슈베르트의 생애 전반에 드리워져 있는 쓸쓸함의 정서가 반영된 작품이다. 그중 ‘밤 인사(좋은 밤)(Gute Nacht (Winterreise, D.911))’는 그의 외로운 삶에 작별을 고하는 모습을 그리는 가곡이다.

 

그의 삶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라고 생각했다. 성공과 사랑에 연이어 실패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절망하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낸 슈베르트만이 삶에 전할 수 있는 인사라고 느꼈다. 마지막까지 마음에 남아 있던 작품이었다.

 

 

“내 발걸음 소리를 듣지 않도록

살며시 살며시 문을 닫고

떠날 때 문에 적으리

안녕 잘 자,라고

그럼 당신은 보겠지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 밤 인사(Gute Nacht (Winterreise, D.911)) 중

 

 

IMG_8199.jpeg

 

 

소극장 산울림의 ‘편지 콘서트’는 연극과 클래식 연주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극을 보는 즐거움을 준다. 몰랐던 음악가의 생애를 소개받는 점도 극을 보는 재미 중 하나이다. ‘가곡의 왕’이라는 별명대로 극 중 다양한 가곡이 연주됐는데, 독일어 가사 번역본이 공연 중 제공되어 음악과 가사를 함께 음미할 수 있어 좋았다.

 

올겨울 슈베르트의 서간들로 그의 삶을 비춰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홍가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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