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사랑이 널 완성할거야 [영화]

이맘때쯤 생각나는 생각나는 영화, <팬텀 스레드>
글 입력 2022.12.0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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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포스터에는 없는 ‘내 사랑이 널 완성할거야’라는 이 문구에 끌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영화관에 가서 봤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이제 막 따뜻해지는 3월에 개봉했지만 배경이 겨울이라 그런지 날씨가 추워지는 이맘때쯤이면 항상 보는 게 나만의 연례행사처럼 됐다.


완벽주의자인 레이놀즈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자신의 뮤즈 알마를 통해 안정감을 얻게 되는데 그 과정이 보통의 연인과는 다르다. 누나와 자신만 공유하는 바운더리에는 연인도 낄 수 없다. 알마는 이 바운더리를 깨고 레이놀즈의 인생에 스며든다.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인데 다 봤을 때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나 싶어 벙 쪘었다. 어디서도 본 적 없었던 잔잔하게 미친 영화라 그런지 엄청 슬프지도, 웃기지도, 로맨틱하지도 않은데 자꾸 생각나서 ott에 풀리자마자 바로 사서 틈만 나면 켜뒀다.

 

 

치수를 재는 장면만 한시간 동안 반복되게 편집한 영상.

조회수가 무려 69만회에 달한다.

 

 

아무리 비슷한 영화를 찾으려고 해도 결국 이 영화로 돌아오게 된다. 내용은 전혀 아니지만 분위기가 차분하고 우아해서 잠이 안 오는 날에 켜두기도 한다.

 

레이놀즈가 알마와 첫 데이트를 한 날 집에 데리고 가서 치수를 재는 장면은 asmr로도 유명한 걸 보면 사람들도 내용을 떠나서 영상 그 자체만 봤을 때 마음을 느긋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영화의 내용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도 중반까지는 좀 지루하게 보다가 중반부터 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진행에 눕듯이 앉아있던 자세를 고쳐 앉고 몰두하면서 봤다. 하지만 미장센, 스코어에 대한 불호는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보통 엄청 재밌는 영화를 보고 나면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다시 느끼고 싶어 안 본 눈 산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는데 <팬텀 스레드>는 예외였다.

 

다시 볼 때마다 웃기기도 하고 이상하게 로맨틱하기도 한 정의 내릴 수 없는 이 영화는 볼 때마다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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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를 잘 하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알마를 연기한 비키 크리엡스는 처음 보는 배우였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알마 그 자체였다. 하이라이트에서 어딘가 묘하게 설레면서 희열감에 차 보이는 알마의 눈빛은 약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런 내용을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본인이 아팠을 때 파트너가 간호해 주면서 슬며시 웃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완벽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간호를 받으면서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게 너무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할 법한 생각이라 웃기기도 했다.


왠지 모르게 이 영화를 볼 주기가 점점 더 빨리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마냥 씁쓸하지는 않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순식간에 1년이 지나버려서 우울해지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미 지나가버린 일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후회하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흘러가는 시간을 내가 멈출 수도 없는데 이왕이면 반갑게 맞이하기로 했다. 그 방법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보는 영화를 하나 정하는 것이었다. 별것도 아니고 그게 뭐 어쨌다고 싶을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을 쓰고 나서는 확실히 계절이 바뀔 때 오는 그 우울감이 덜하다.

 

좋아하는 영화와 어울리는 계절이 온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설레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씩이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긍정적이게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오늘도 <팬텀 스레드>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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