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아고라에서 만나요 [미술/전시]

월드 웨더 네트워크(World Weather Network): 기후위기에 관한 집단적 대응책 모색
글 입력 2022.11.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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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부터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된 《문경원 & 전준호: 서울 웨더 스테이션》은 동일 기간 동안 진행된 《월드 웨더 네트워크》 전시의 일부이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


 

월드 웨더 네트워크는 기후 위기와 생물 다양성의 위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결성된 예술단체 연합이다.

 

‘월드 웨더 네트워크’는 19세기 후반 영국의 기상학자 길버트 워커(Gilbert Walker)가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각 지역의 날씨를 관측하고, 지역 간 날씨를 연결 지으면 전 지구적 규모의 단일한 네트워크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미로 용어를 사용했다. ‘네트워크’라는 표현이 각 지역의 기상상태의 연결성을 강조한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파키스탄의 대홍수, 호주 및 미국 등지에서의 지속되는 산불 등 기후재난이 특정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인과관계가 파악되어야 함을 뜻한다.

 

문경원 & 전준호 작가 듀오와 아트선재센터는 바로 이 월드 웨더 네트워크의 서울 관측소(‘서울 웨더 스테이션’)로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예술적 모색을 시도한다.

 

 

 

인간에게 전해지는 비인간의 메시지


 

아트선재센터에 방문했을 당시 안내소에서 매시간 20분, 50분에 <불 피우기> 전시가 상영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시작과 끝맺음이 정해진 상영은 관람의 몰입도와 긴장을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스피커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고, 그 때문에 영상의 음향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바로 옆에 입구가 있다는 사실도 잊고 분위기와 음향에 압도되어 약간의 공포마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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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피우기>는 인간의 관점을 벗어나 종말을 다루는 영상설치작품이다.

 

이야기의 화자는 전시장 구석에 위치한 '돌'인데, 돌은 생명체가 아닌 존재로서,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 세계에 남은 존재자이다. 이야기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상황을 배경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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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는 또 다른 캐릭터가 등장 및이동하는데 일명 '스팟(Spot)'로봇이다. 이 스팟로봇은 전시장을 정해진 경로로 활보한다.

 

전시 관람의 안내자로서도 기능하는데, 관람객의 시선이 머물러야 할 곳으로 이끈다. 난해하게 느껴지는 설치작의 관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했다. 또한 움직임이 실제의 개와 비슷해 광활하고 어두운 전시장에서 조금의 위안도 됐다.

 

전시장 안내 외에도 스팟로봇은 공간의 탄소량을 측정하는 기능도 겸한다. 로봇은 현대 측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한다.

 

'돌'과 '스팟'로봇 모두 '비인간적인 존재'로서 전시장에 등장한다.

 

인간이 부재한 상황을 가정하고 인간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묘하게 느껴졌다. 인간으로서 ‘나’는 이야기에서 언급되지도, 고려되지도 않고 완전히 배제되었으나 화자의 이야기는 전시장에서 나에게 전달된다.

 

인간임에도 비인간적 존재의 이야기에 개입되는 전시 경험은, 전시 해설서에도 언급되듯 현실과 비현실, 인간과 비인간 등 고착화된 이분법적 구분 체계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가의 의도를 체험하게 해주었다.

 

 

 

모두의 아고라(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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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의 제2전시실에서는 <모바일 아고라: 서울 웨더 스테이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전시장에는 각양각색의 의자를 원형으로 둘러싼 형태의 아고라가 조성돼 있었다.

 

실은 이 전시는 지난 20일까지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연장되어 11월 27일에 막을 내린다. 때문에 계획된 아고라 프로그램은 이미 모두 종료되었다. 조금 더 일찍 방문해 아고라 프로그램에 참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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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적인 논의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의 하나는 환경오염에 대한 인간의 기여도 문제이다.

 

인간이 환경오염을 가속화한다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지만, 종종 인간'만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견해는 종종 반대에 부딪힌다. 인간 외의 생명체의 생명활동은 필연적으로 자연자원의 소비와 고갈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전시실을 연결하는 계단의 창가에는 <탄소 달력>이 설치되어 있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인 탄소 달력에는 주요 도시의 탄소량이 나타나는데, 해당 탄소량이 배출된 연도와 배출되었어야 할 연도를 함께 제시한다.

 

많은 경우 대략 10년 정도 앞당긴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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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기후재난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에 따른 해석은 사람마다 일치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다함께 모여서 대응을 모색할 수 있는 아고라가 조성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예술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전시였다.

 

 

[홍가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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