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적벽가의 화려한 변신 : 적벽 [공연]

글 입력 2022.08.2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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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설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 장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판소리, 적벽가. 비교적 생소하고 어려운 내용 때문인지 판소리의 다섯 마당 중 대중적이지 않은 편에 속하는 판소리이다.

 

하지만 국립정동극장의 <적벽>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웅장하고 긴박감 넘치는 음악으로 적벽가를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적벽>은 적벽가의 장벽을 낮출 뿐만 아니라 여러 한계를 뛰어넘으며 그 공연 자체로서의 매력도 끌어냈다.

 

 

 

1. 성별의 한계를 뛰어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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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라는 소재 특성상 적벽가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남자이고, 우조 위주로 부르는 대목이 많아 남자가 창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적벽>에는 생각보다 많은 여성 배우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주요 인물인 제갈공명도, 조자룡도 여성이다.


<적벽>은 상당히 파격적인 젠더프리(gender-free) 작품이다. 작품의 나레이션 담당을 맡는 도창과 작품의 주요 인물인 ‘장비’는 남녀 배우가 번갈아 맡고, ‘공명’과 ‘자룡’, ‘주유’는 여성 배우로 고정되어 있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각각의 캐릭터를 그저 ‘캐릭터’ 자체로만 바라보는 시야와 함께, 자칫하면 뻔한 전투 장면이 될 수도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색다르게 다가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젠더프리 작품인 만큼 성차별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고자 한 노력도 엿보인다. 지난 시즌들에서의 ‘군사설움’ 대목에 가부장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비판을 수용하여 해당 대목이 삭제되었다.


단순히 젠더프리뿐만이 아니라 배역도 매 시즌 배우들이 바꿔 맡기도 한다. 조조가 젠더프리 배역이 되는 시즌도 있었고, ‘정욱’과 ‘도창’ 역을 맡았던 정지혜 배우가 이번에는 ‘장비’ 역을, ‘장비’와 ‘유비’ 역을 맡았던 김의환 배우가 이번에는 ‘관우’ 역을 맡았다.

 

마니아층 입장에서는 시즌마다 배우들이 다른 역을 맡는 새로움도 함께 관전할 수 있을 것이다.

 

 

 

2.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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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은 대부분의 대목이 판소리 합창으로 이루어진다. 주로 소리꾼 한 명이 독창하는 판소리와도 다르고, 판소리를 여러 인물의 대화 형식으로 만들어내는 창극과도 다르다. 소리와 아니리를 무대 위 모든 배우들이 호흡을 맞춰 할 때, 관객도 함께 그 호흡에 몰입하게 된다.


배우들의 대사와 노래는 모두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이 작품이 마냥 국악의 느낌만 나는 것은 아니다.

 

<적벽>은 무대 뒤편에 개방된 라이브 밴드 세션이 자리 잡고 있다. 판소리에 사용되는 북뿐만 아니라 대금, 피리, 아쟁, 생황 등의 전통 악기, 게다가 드럼과 일렉 기타 등의 현대 악기까지 연주되며 판소리를 풍부하고 세련된 음악으로 재창조하였다.


퍼포먼스의 면에서도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였다. 현대무용뿐만 아니라 힙합과 스트릿 장르의 안무까지 결합하여 <적벽>을 더욱 친근하고 유쾌하게 만들어내었다. 특히 군사 점고 장면에서 골내종과 전동다리가 등장할 때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지금 보는 것이 판소리가 아니라 힙합 무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하다.

 

 

 

3.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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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의 공연장이 국립정동극장에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로 바뀌며 극장 규모가 조금 커졌지만, 여전히 작은 규모의 공연장이다. 이러한 공연장에 색다른 무대 구조를 세우며 배우들의 동선 또한 기존에 보던 공연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무대 양옆은 경사진 바닥을 세워 무대 위층과 아래층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하고, 위와 중간, 아래 모두 배우가 오가는 통로가 있어 배우들이 어디서 등장할지 예상할 수 없는 긴장감을 준다. 그리고 무대 전체를 하얀색으로 칠하여 광활하고 넓은 느낌을 주면서도 조명을 어디에 비추든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하였다.


<적벽>은 부채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부채가 창, 방패, 활 등의 무기가 되기도 하고 불길과 바람 등의 자연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때로는 붉은색 부채와 하얀색 부채를 든 사람이 나뉘어 누가 어느 편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부채라는 장치 하나만으로도 관객들이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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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라는 텍스트 자체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도 많고, 특히 적벽가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적벽가를 잘 모르고 가는 경우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을 모르더라도 시각·청각적 요소들이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며, 적벽가를 완전히 이해하고 본다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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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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